어딜 가도 늘 가슴속에 묻어두고 사는 게 고향입니다. 꿈속에서도 그리움으로 찾던 곳이 나의 살던 고향입니다. 언제 찾아가도 푸근하고 정겨운 곳이 고향입니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거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와 같은 곳이 고향이지요.
어쩐지 이곳에는 유년의 추억과 사연들이 가득할거 같은 느낌입니다. 여수의 맛집 '나의 살던 고향은' 입니다. 장독대와 너른 마당은 없지만 황토집이 연상되는 건물에 지붕은 옹기 항아리로 장식을 했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의 속살거림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주인장이 직접 장을 담그고 식재료를 준비한다는 이곳은 메뉴가 풍성합니다. 어느 것 하나 느낌이 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먹고픈 맘 간절합니다. 오늘 선택된 음식은 한방오리불고기입니다. 안주면 뺏어먹으라는 오리고기가 한방과 만났으니 몸에 좋은 것은 당연지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함께 드시죠. 상차림에서 가장 맛깔스러운 존재감 강한 녀석은 두릅장아찌입니다. 제철인데다 새콤달콤한 게 맛도 일품입니다. 잃어버린 입맛까지 찾아주는 신통방통한 녀석입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집을 찾은 보람이 있을 정도라니까요.
된장소스를 활용한 야채샐러드는 구수함에 신선함까지 담아냈네요. 유자향이 돋보이는 유자청샐러드도 좋습니다. 삶은 완두콩과 다른 찬들도 예사롭지는 않네요.
한방오리불고기랍니다. 각종 한약재에 오리고기와 오징어, 팽이버섯을 함께 양념했습니다. 스태미나 음식으로 이름난 부추도 듬뿍 내어줍니다. 부추는 살짝 익혀 먹으면 그 향이 좋답니다. 소화를 돕고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부추와 알칼리성 식품인 오리고기를 함께 먹으면 환상이지요.
보양식으로 좋은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우리 몸을 보하고 고지혈증 예방효과가 있어 고혈압과 당뇨, 비만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합니다. 성인병 예방과 관리에 오리고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오리고기는 불판에 잘 구워냅니다. 부추는 숨이 살짝 죽을 정도만 익힙니다. 초장에 들깨가루를 넣어 섞어서 특별한 소스를 만듭니다. 이들을 함께 먹으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대단하지요. 상추와 깻잎쌈을 해도 좋답니다.
한방오리고기는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아 술안주로도 식사대용으로도 아주 그만입니다. 이집의 음식 특징은 우리의 전통 음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잘 살려냈습니다.
한방오리불고기를 먹은 다음 식사는 '오불돌판볶음밥'을 드셔보세요. 한방오리불고기 1인분에 1만원, 볶음밥 한 공기는 2천원입니다. 열무김치와 두릅장아찌, 된장찌개 등의 상이 다시 차려집니다. 진짜 대박이지요.
볶음밥, 이거 안 먹으면 후회합니다. 노릇노릇 불판에 볶아내 열무김치를 턱 걸쳐서 한입 드셔보세요. 그 맛에 깜빡 갑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음식입니다.
화장실에는 1회용 칫솔까지 있네요. 식후에 칫솔질까지 할 수 있는 곳이죠. 손님을 배려하는 주인장의 세심한 마음씨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네요.
'음식은 혀끝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입니다.' 벽에 나붙은 표어가 진실 되게 가슴에 와 닿는 순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