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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총 건물에 입주한 한 업체 사무실 한켠에 교학연 대표 책상이 있다.
서울교총 건물에 입주한 한 업체 사무실 한켠에 교학연 대표 책상이 있다. ⓒ 윤근혁

문패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6만여 명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대규모 스팸 편지를 보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교학연) 사무실 얘기다.

 

교학연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교조 본부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자료도 있다"면서 "종북 세력이 이끄는 전교조를 탈퇴해 달라"고 권유했다.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교총 건물에 들어섰다. 교학연 사무실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건물 어디에도 교학연 간판은 없었다. 서울교총 중견 간부는 "초기엔 서울교장회와 같은 사무실을 썼지만 이젠 3층 한 업체 사무실 한켠을 빌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현재 교학연과 교총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3층 한국교육문화원 사무실에 들어섰다. 왼편에 간판도 없는 1.5평 규모의 사무실이 보였다. 업무용 책상이 1개 놓여 있었다. "이곳이 교학연 김순희 회장이 근무하는 곳"이라고 교육문화원의 한 직원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 업체 사무실 한켠에 있는 김순희 교학연 대표 책상.
한 업체 사무실 한켠에 있는 김순희 교학연 대표 책상. ⓒ 윤근혁

 

조아무개 교육문화원 원장은 "김 대표가 편지봉투에 교육문화원 사무실 대표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를 적어놔서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교학연이 보낸 편지봉투에 적힌 전화는 교학연 전화가 아니라 교육문화원 전화였던 것이다. 이날 오전에만 100통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괴편지를 받은 전교조 조합원들의 항의전화였다. 항의 팩스가 오는 소리도 계속 들렸다. 전화를 받고 있는 이들은 교학연이 아닌 교육문화원 직원들이었다.

 

김 회장은 교학연이 교육문화원 사무실과 전화를 빌려 쓰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교육문화원 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원장은 교학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교육문화원은 현재 보건복지부 등록 사단법인인데 정부 후원을 받아 '공로봉사상' 등을 주거나 미술 전시회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다.

 

이렇듯 전화도 독립 사무실도 없는 교학연이 전교조 조합원에 편지를 보내는 데 쓴 돈은 3000만 원이라고 김 회장은 밝혔다. 그는 "아들의 유학 보증금 3000만 원을 빼내서 발송료 1500만 원, 발송대행료 1500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이 단체는 5월 16일치 <동아일보> A31면과 <문화일보> 31면에도 전교조 비방 광고를 냈다. '전교조의 거짓 가면을 이제는 벗겨내야 합니다'란 제목의 광고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비슷하다. 적어도 2천만 원이 추가로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단체는 5월 23일치 <교학연신문>(타블로이드판 12면)을 3만부 발행했다. 올해 1월 창간호를 낸 뒤 4호째다. 반전교조 내용을 담은 이 신문 발행비 또한 만만치 않은 금액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봤을 때 5월 들어서만 이 단체는 전교조 반대 활동에 적어도 5천만 원이란 거액을 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교학연 전 상임대표 "내가 지금도 상임대표인데 김씨가..."

 

 전교조 교사들이 교학연 사무실에 보낸 분노의 팩스.
전교조 교사들이 교학연 사무실에 보낸 분노의 팩스. ⓒ 윤근혁

그런데 이 단체 사정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자금 출처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보수적인 학부모단체 간부를 지낸 두 명의 인사는 모두 "교학연과 김 대표가 그만한 돈을 쓸만한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다른 곳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교조도 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는 상태다.

 

반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를 만나 "편지 우편 수수료 3000만 원은 아들 유학 보증금을 돌려서 썼고, 신문 광고비는 대표들이 100∼500만 원씩 걷어서 냈다"고 해명했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단체의 공동대표는 8명이다. 이 가운데는 사학비리 논란이 일었던 양천고 관계자 2명과 서울자유교원조합 관계자, 전직 교장 1명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2006년 창립 때부터 지난 해 초까지 교학연 상임대표를 맡아온 이상진 전 교장(전 한국국공사립초중고교장 협의회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정관으로 보면 내가 지금도 상임대표인데 김순희씨가 상임대표인 척 행세하고 있다"고 강하게 교학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관 유효기간이 2년인데, 이런 점으로 보면 이상진 대표는 2008년에 이미 상임대표에서 그만뒀어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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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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