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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의 벌꿀 채밀 현장입니다. 전남 광양백학동마을(황죽리)에서 생산되는 벌꿀은 청정지역에서 야생하는 다양한 품종의 꽃과 약초 꽃에서 채밀한 꿀이라 맛이 좋으며 약으로 쓰인답니다. 예로부터 백학동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지리산의 청학동과 쌍벽을 이룹니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우뚝 솟은 백운산 억불봉의 위용에 다들 감탄사를 내지르곤 합니다. 밀원이 풍부한 백운산에서 수만 마리의 일벌들이 단일 밀원이 아닌 다양한 꽃의 밀선에서 빨아내 꿀을 만듭니다. 여러 꽃에서 채밀한 것이기 때문에 채취 시기와 꽃의 종류에 따라 색과 맛, 향이 달라집니다.

 

식물의 3분의 1이 충매화... 그 80%가 꿀벌에 의존

 

아인슈타인은 '만약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동식물이 잇달아 사라지고 결국 4년 안에 인간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3분의 1은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해주는 충매화로 그 80%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기온과 전자파로 지구상의 꿀벌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어 인간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백운산 산자락입니다. 이번에 채밀한 꿀의 밀원은 대부분 아카시 꽃과 때죽나무 꽃입니다. 흔히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잘못 알고 있는 아카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지인 낙엽활엽교목으로 1900년 초에 사방용과 조림 및 연료림으로 도입되어 전국 산야에 분포합니다. 전국의 산중턱 아래에서 자라는 낙엽활엽소교목인 때죽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이들 나무는 밀원이 풍부합니다. 

 

"주로 아카시와 때죽나무 꿀인디 이번엔 다 섞여 있어, 아카시 꽃도 있고 때죽나무 꽃도 있고..."

 

벌꿀은 새벽녘부터 준비해 아침에 채밀합니다. 꿀벌은 자신이 가져온 꿀을 날개로 부채질해 벌집(巢脾)에 굳혀 놓는답니다. 오후가 되면 꿀이 물러져 흘러내리면 채밀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일을 서두릅니다.

 

"아침 일찍 채밀해야 꿀이 좋아요, 벌이 무른 걸 갖고 오거든요. 무른 꿀을 자신의 날갯짓으로 벌집에 굳혀놔요."

 

현재 지구상에 벌은 약 10만여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억 년 전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꿀을 먹고 사는 벌은 꽃이 피는 식물의 수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밀원을 채취하는 꿀벌은 토종꿀벌인 한봉과 서양꿀벌이라고 부르는 양봉입니다. 이들 꿀벌은 종족 번식을 위해 산란을 하는 여왕벌과 암컷이지만 산란을 하지 못하는 일벌, 수정을 위한 수벌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꿀벌은 자연생태계나 우리 인간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존재죠. 만약 화분매개 곤충인 꿀벌이 없다면 수분활동이 안 되어서 현화식물은 다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꽃이 피는 과수나 채소 등의 수분활동에는 벌이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벌통에는 일반적으로 8~9개의 벌집이 들어있습니다. 벌통에서 꺼낸 벌집의 맑은 부분은 꿀이며 색깔이 있는 부분은 꽃가루입니다. 오늘 채밀할 벌통은 대략 90여 개입니다. 수많은 벌들이 벌통 주위를 배회합니다.

 

원심력에 의한 자연 채밀로 그윽한 향과 맛 돋보여

 

감나무 밭으로 며칠 전에 벌통을 옮겨놓은 후 이곳에서 채밀하는 조기옥(56)씨 부부는 아카시꽃과 찔레꽃, 때죽나무꽃에서 채밀한 꿀이 제일 좋다고 말합니다. 현재 그는 전남 광양 진상면 황죽리 백학동 정보화마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벌집을 채밀기에 넣고 채밀기 손잡이를 돌리자 원심력에 의해 꿀이 쏟아집니다. 채밀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그윽한 꿀 향기가 정말 너무 좋습니다.

 

"지금 꿀이 제일 좋아요. 꽃이 한창 필 때보다 꽃이 질 무렵에 꿀이 많이 나와요. 벌꿀 2.4kg을 만들려면 일벌들이 약 천 만송이가 넘게 꽃을 찾아다닙니다."

 

벌꿀은 설탕보다 맛과 영양이 훨씬 우수합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면서 자신의 몸속 꽃꿀위(蜜胃)에서 분비한 효소와 꽃꿀(花蜜)을 뭉쳐서 원래 화분과는 화학적 성질이 다른 벌화분(Bee-pollen)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분은 1000㎉당 단백질은 쇠고기에 비해 5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B 또한 매우 풍부합니다.

 

"45일 꿀 뜰라고 320여 일 꿀벌 먹여 살립니다"

 

벌꿀을 얻으려면 여간 힘이 든 게 아닙니다.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어 빗자루로 수많은 벌들을 쓸어내고 옮겨옵니다. 벌통 1통에 벌이 3만~5만 마리가 모여 삽니다. 이곳 벌통은 2층입니다. 지구상의 벌들이 환경재앙으로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청정지역인 백운산은 벌의 수세가 아주 대단합니다. 2층집에 사는 벌들은 약 7만~10만여 마리랍니다.

 

꿀벌이 식물에서 얻은 수지에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서 만든 물질을 '프로폴리스'라고 합니다. 이 물질은 위궤양과 바이러스성질환, 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로열젤리는 노화방지에 좋으며 벌독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진짜배기 꿀맛 한 번 볼까요. 꿀맛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광양백운산 벌꿀 맛을 보니 이루 말로 형언할 길이 없습니다. 꿀맛이란 바로 이런 건가 봅니다.

 

1년 365일 벌을 키워 벌꿀 뜨는 기간은 약 45일간입니다. 봄철에서 초여름이 적기죠. 화창한 날이 지속되면 일주일이면 벌집에 꿀이 가득 쌓입니다. 비오는 날에는 벌들이 일을 못나가므로 한 되(약  1.8리터)가량의 꿀을 먹이로 소비하기도 합니다.

 

"45일 꿀 뜰라고 320여일 꿀벌 먹여 살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벌꿀#백운산#맛돌이#밀원#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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