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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토양.지하수 시료 채취 지점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토양.지하수 시료 채취 지점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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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와 부평구가 3일 고엽제 등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공여구역 주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60만 6615㎡인 기지 면적에 비해 그 둘레 주변지역 9곳에서만 시료를 조사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3일과 4일 이틀 동안 캠프마켓 주변 지역 토양 6곳, 지하수 3곳에서 시료를 채취,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과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 등의 오염 여부를 조사한다.

PCBs는 무색 액체 또는 백색 분말 형태로 절연유, 가소제, 도료 등으로 사용되며, 간독성, 면역독성과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무색 무취한 결정체로 물에 녹지 않고, 피부질환, 기형아 출산과 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토양 조사는 폴리염화비페닐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비롯한 유류와 카드뮴(Cd)을 포함한 중금속 8개, 유무기화합물 4개 등 총20개 항목을 조사한다. 지하수의 경우는 토양 오염 항목에다가 염소이온 등을 추가해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측정하는 다이옥신은 시료 분석에 30일정도 걸려 다음 달 초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인천시는 검사 결과를 '캠프마켓 환경대응 태스크포스(TF팀)'에 보고해 추후 대응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토양 시료 채취 지점은 ▲부영공원 입구 ▲홈세라믹스 ▲형제카센터 뒤 ▲동아아파트 후문맞은편 ▲부평공원 맞은편 주차장 ▲부영공원 안쪽 등이며, 지하수 채취 지점은 ▲형제카센터 ▲경인렌트카 부근 ▲홈세라믹이다.<위 지도 참고>

이에 대해 국내에서 독성학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한광영 박사는 1일 열린 가칭 '부평미군기지 맹독성 폐기물 진상조사 및 조기 반환 인천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 캠프마켓 주변 지역 9곳 시료 채취에 대해 "전혀 실효성 없는 조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인천시가 3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독성물질 오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나, 현재도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카센터 등에서 지하수만 채취하기 때문에 엉터리 조사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초 시와 구는 2008년 실시된 환경기초조사 때 폴리염화비페닐이 검출됐던 부영공원 내부와 주안장로교회 부근 형제카센터 뒤 철로변, 그리고 다이옥신이 측정됐던 산곡동 284-9번만 조사하려 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조사 지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를 수용해 9곳으로 시료 채취 지점을 늘린 바 있다. 

"9곳으론 오염여부 파악할 수 없어"

토양오염 조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캠프마켓과 인접한 부영공원에서 시료를 채취 중이다. 부영공원은 옛 캠프마켓 부지다.
 토양오염 조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캠프마켓과 인접한 부영공원에서 시료를 채취 중이다. 부영공원은 옛 캠프마켓 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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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박사는 "9곳에 대한 조사로는 대표성이 전혀 없다. 단순한 확인 수준에 불과하다. 피해와 오염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 박사는 "적정한 토양오염 조사를 위해서는 면적 '5m×5m'마다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며 "적어도 '10m×10m' 면적에서 시료를 채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이옥신 등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 조사보다는 침전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박사는 또 1일 간담회에서 "다이옥신은 물에 절대 녹지 않는다. 물 밑에 침전되는데, 한국에선 단순히 지하수만을 채취해 오염 여부를 확인한다. 반드시 침전물로 다이옥신 오염 여부를 조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8군 사령관이 고엽제 오염 여부 조사를 위해 땅 속으로 레이더를 쏴 고엽제나 유해물질을 담았던 드럼통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 박사는 "고엽제는 투시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군과 한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가지고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3일 시료 채취 현장에서 시료 채취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자 "이번 조사는 2008, 2009년 조사에서 토양오염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예산문제도 있고, 올해 하반기에 2008년도와 같은 구체적인 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부평 홀대?... 시민대책위 "캠프마켓도 내부부터 조사"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캠프마켓에서 1989년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 448개 드럼을 한국 업자를 통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은 환경관리공단이 2008, 2009년 캠프마켓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했을 때 맹독성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됐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일 유독물질 매몰 의혹이 제기된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캐럴과 경기도 부천시 옛 미군부대 캠프머서에 대한 현장조사만 시작했다. 60만 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캠프마켓 환경오염 조사를 외면한 것이다.

인천지역 정당과 시민ㆍ종교단체 등이 참여해 구성한 가칭 '부평미군기지 맹독성폐기물 진상조사 및 조기반환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인천대책위)'는 3일 성명을 통해 실효성 있는 환경조사를 위해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캠프마켓 내부에 대한 오염 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캠프마켓 주변지역 특별환경조사에 앞서 조사 관계자가 홍미영 부평구청장과 조진형(부평갑) 국회의원 등에게 시료 채취 지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캠프마켓 주변지역 특별환경조사에 앞서 조사 관계자가 홍미영 부평구청장과 조진형(부평갑) 국회의원 등에게 시료 채취 지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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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책위는 "부평미군기지 환경과 반환 문제에 대해 행정기관이 일방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책위 등 시민과 함께 힘을 모아 중앙정부와 주한미군에게 요구하길 바란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함께 기지 내부 조사를 요구할 때만이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3일 실시된 시료 채취 현장에 함께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계양갑) 의원은 "어제 환경조사 현장에서 보니, 농어촌공사에서 보유한 전기탐사기를 통해 조사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느냐"며 국방부 관계자가 불참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PCBS, #캠프마켓, #부평미군기지, #다이옥신, #고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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