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던 생활 구석구석의 '이상한' 습관들. 그 속에도 우리 사회를 비춰보게 하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생활 속 익숙한 것들을 뒤집어보고 캐물어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생활의 재발견' 시리즈입니다. [편집자말]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하면, 음… '국민 엄마'?"

"넉넉하고 푸짐한 이미지랄까요? 늘 친절할 것 같고, 먼저 말도 걸어주고 정답게 대해줄 것만 같죠"라고 말하는 박초롱(24)씨. 1971년 집집마다 냉장고가 흔치 않았던 시절, 요구르트를 신선하게 배달하기 위해 나선 야쿠르트 아줌마. 벌써 올해 나이가 41세다. 40여 년째 늘 같은 모습이다보니 누구에게나 '노란색의 그녀'로 친근한 이미지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엄마이자 동네 아줌마, 또 이웃인 그녀들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그녀(엄정화役)는 아들과의 세계여행을 꿈꾸며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강한 엄마이자 동네 아줌마다
▲ 영화<마마>의 야쿠르트 아줌마 그녀(엄정화役)는 아들과의 세계여행을 꿈꾸며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강한 엄마이자 동네 아줌마다
ⓒ 씨네주, (주)더드림&픽쳐스

관련사진보기


야쿠르트 아줌마는 왜 노란색 옷만 입을까

"병아리, 개나리, 바나나, 은행잎……그리고 야쿠르트 아줌마."

이들의 닮은 점은? 바로 노란색의 대표주자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번쯤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몇십 년 동안 한결같이, 왜 그녀들은 노란색 옷만 입을까? 잠시 5초 동안 유추해보길 권한다.

만일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답이 '요구르트와 같은 색이라서'라면, 당신은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 평범한 시민 중 한 명이 맞다. 어린이대공원을 찾아 10명의 시민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10명 중 7명의 시민들은 곧바로 '요구르트와 같은 노란색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요구르트 색처럼 노르스름해서 하나라도 더 사먹게 하려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색을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야쿠르트'라는 시각 효과를 노려 소비 욕구를 높인다는 해석이다. 이유도 그럴듯하고 가장 설득력이 높은 유력한 설이다.

이외에도 "노란색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아침 일찍하는 배달 업무의) 사고 방지 차원에서 밝은 색을 쓰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표작 <열 네송이의 해바라기>, <노란집>
▲ 노란색의 작가, 고흐 대표작 <열 네송이의 해바라기>, <노란집>

이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이배영씨는 40여 년 동안 일관되게 노란색을 사용한 이유가 친근감 때문이라고 했다. "노란색은 따뜻한 이미지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기 때문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시각적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구매자들의 거부감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이옥용(71)씨도 "요구르트는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주로 먹으니까, 아이들이 많이 쓰는 노란색으로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서 사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중적으로 노란색의 느낌이 따뜻하고 온화해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란색은 회화 작품에서도 많이 쓰인다.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미로 나타난다. 인상주의의 거장 반 고흐도 노란색을 즐겨 써 '노란색의 작가'로 불렸다. 그는 <열 네 송이의 해바라기> <노란 집> <별이 빛나는 밤> 등 대표작에 노란색을 주로 썼다. 당시 무명작가였던 그에게 노란빛은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었다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왜 긴팔 옷만 입을까

야쿠르트 아줌마의 복장은 노란색 상의와 모자를 기본으로 한다. 하의는 보통 검은색으로 색깔을 맞춰서 입는데, 회사에서 따로 지급하지는 않는다. 계절별로는 춘추복, 하복, 동복이 각각 2벌씩 지급된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야쿠르트 아줌마를 대표하는 노란색 상의가 긴 팔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야쿠르트 아줌마가 하루에 걷는 거리는 약 5km 이상. 이들은 아침 7~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바깥에서 배달 및 판매 활동을 한다. 6월에 접어든 현재, 벌써 한낮에는 햇볕이 쨍쨍하다. 더구나 올 여름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잦을 거란 소식이다. 푹푹 찌는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긴 팔을 입은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피부 온도가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다.

시민들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노란 옷이 긴 팔만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손자들을 위해 8년 동안 야쿠르트를 주문하고 있다는 송서순(75)씨는 "긴 팔만 입는다는 것은 몰랐다"며 "아무래도 배달이나 판매를 할 때 위생을 위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맨살로 있는 것보다는 깔끔한 옷차림새가 깨끗한 이미지를 준다"고 넌지시 말했다.

이민영(26)씨도 "말해줘서 생각해보니까 짧은 옷을 입은 모습은 못 본 것 같다"며 "늘 같은 차림새이기 때문에 청결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한편으로 여름인데 반팔을 입으면 시원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여름에도 긴팔을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0년 동안 야쿠르트 배달을 해온 한 아주머니는 "바깥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반팔을 입을 경우 장시간 햇빛에 노출돼 팔에 기미나 주근깨, 주름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긴 팔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 태양을 피하는 방법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긴 팔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15년 경력의 한 아주머니 역시 "한여름에 긴 팔이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며 "조금 더울 수는 있어도 팔만 조금 긴 것일 뿐, 옷 소재가 얇아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 팔을 살짝 올리더니 팔뚝 부분의 안쪽을 보여주며, "여기에 바람구멍도 있다"고 슬쩍 웃었다. 여름옷에는 팔 안쪽에 긴 반달모양으로 촘촘히 뚫어진 바람 통로가 비밀리에 존재한 것.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이배영씨는 바닷가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긴팔을 챙겨 입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판매원들이 매일 외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햇빛에 계속 노출돼 살갗이 많이 타게 된다"며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긴팔을 입게 하는 것이고, 긴팔이라고 해도 얇은 소재의 옷으로 되어 있어 시원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옷은 마 재질로 가볍고 통기성 있는 소재로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통풍에 신경 써 항상 건조하고 쾌적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에서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외부활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 더위와 추위에 강한 기능성 소재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그녀들의 노란색 상의는 사시사철 늘 긴팔이다
▲ 야쿠르트 아줌마 그녀들의 노란색 상의는 사시사철 늘 긴팔이다
ⓒ 한국야쿠르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비롯한 특정 회사의 상표임을 밝힙니다. '우유나 양젖 따위를 살균하여 반쯤 농축하고 유산균을 번식시켜 만든 영양 식품'을 뜻하는 일반명사는 '요구르트'입니다.
* 웹진 <本>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노란색 옷, #긴 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