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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을 먼저 쳐라."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검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를 신설하려고 하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이렇게 반발했다. '순교자'를 자처할 정도로 송 총장에게는 검찰조직의 보호가 검찰개혁을 열망해온 국민보다 더 중요했던 셈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1년에도 '임명권력'에 불과한 검찰의 '저항'은 되풀이됐다. 여야가 대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하자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수사 등을 잠시 중단(보이콧)했고, 급기야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성명까지 발표하며 "수사로 말하겠다"는 '협박성 한마디'를 남겼다. '선출권력'인 국회에서 최종 합의한 내용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가장 소극적인 검찰개혁안"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의 공저자 김희수 변호사.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의 공저자 김희수 변호사. ⓒ 유성호
7일 법무법인 '창조' 사무실에서 만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삼인, 2011년)의 공저자 김희수 변호사는 "국민 위에 검찰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최근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검찰의 움직임을 향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는 검찰이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어느 부처나 국가기관이 검찰처럼 무엇을 담보로 중대 발표를 할 수 있겠나?"라며 "그런 행위는 일부 사법파동 때를 제외하고 헌정사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할 수 있는 발상도 아니고 그런 발상을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 중단과 성명 발표는) 국민주권을 뛰어넘는 행위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검찰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검찰의 무소불위, 막강한 힘을 잘 보여준다. 검찰은 국민주권원칙에 맞게 입법기관인 국회의 합의사항을 따라야 한다." 

이어 김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폐지는 가장 소극적인 검찰개혁안"이라며 "검찰의 권한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옥상옥의 중복기능을 제거하는 것인데 마치 자기 권한을 빼앗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렇게 무리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검찰의 주장대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 수사를 못하느냐? 전혀 아니다. 중수부에서 다루는 사건들을 수사할 권한이 각 지검에도 있다. 그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는 옥상옥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옥상옥의 중복기능을 없애는 일이다. 고양이 목에 소리도 잘 안나는 조그만 방울을 달려고 하는데 검찰은 극약처방을 내린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거악을 척결하기 위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공소유지권,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조직이기주의가 한 몸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특히 김준규 총장이 성명까지 발표한 것과 관련, 김 변호사는 "김준규 총장은 '검찰이 제일 깨끗하다'는 검찰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며 "(성명 발표를 통해) '검찰조직을 수호한 위대한 선배'라는 공적비를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증거는 범죄가 발생한 지역에 많이 모여 있고, 수사의 편의성과 신속성, 피의자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각 지검에서 수사하는 것이 더 낫다"며 "반드시 대검 중수부에서 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을 대검 중수부 유지의 주요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대검 중수부를 직접 지휘하는 검찰총장만이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검찰의 논리와 관련, 김 변호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따르는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조직"이라며 "그런 점에서 (권력이) 검찰총장만 흔들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총장이 많았으면 (대검 중수부 폐지 등과 같은) 제도적 개혁 요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력은) 자기 심복으로 부릴 사람을 검찰총장에 임명한다. 그러니 검찰총장만 흔들면 검찰 조직이 다 흔들리는 것이다."

"검찰에 장악된 법무부를 문민화하라"

 대한민국 검찰을 해부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검찰을 해부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삼인출판사
그럼에도  청와대는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정권 말기가 되면 대통령이나 핵심측근의 비리가 터져 나오게 마련"이라며 "(청와대의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는) 그것에 대비하기 위한 보신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도 검찰을 어떻게 부릴 줄 알게 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만 흔들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기다. 지금 이대로 가는 것이 정권 유지나 권력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보신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개혁의 의지가 가장 강했던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검찰을 개혁하지 못했다. "조직이기주의와 폐쇄적 엘리트주의"에 똘똘 뭉친 검찰이 조직적으로 저항한 것도 한가지 이유겠지만 정권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확고했지만 그 밑에 있던 참모와 정치인들이 검찰개혁의 당위성, 필요성, 역사성을 절감하지 못했고, 검찰개혁의 구체적 각론도 없었다"고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정치적 독립성만 보장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주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불손한 검찰로 다시 탄생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가 저자로 참여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민주화의 역설"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의 하위 파트너로 기생했지만, 민주파 집권 후반기 들어 검찰은 정권과 대등한 파트너로 성장하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앞서 대검 중수 폐지를 '가장 소극적인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던 김 변호사는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인 개혁안'으로 꼽았다.

"법무부의 과장, 국장뿐만 아니라 7급과 9급 공무원도 전부 검찰직원이고, 검찰총장과 직통으로 연결된 법무부 검찰국장이 인사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문민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법무부가 독자적인 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일단 여야가 합의한 대검 중수부 폐지라는 작은 개혁안을 성공시켜야 검찰개혁의 가능성이 생긴다"며 "입법부의 의지, 정치권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수#검찰공화국, 대한민국#대검 중수부 폐지#김준규#송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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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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