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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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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자식들이 대학 다닐 때까지만이라도 일했으면 하는 게 대기업 직원들의 소박한 꿈입니다."

KT 해고자인 조태욱(50)씨의 하소연이다. KT에선 임직원 자녀의 중고등학교 학비는 전액, 대학 등록금도 75%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KT는 지난 2009년 말 당시 전 직원 3만7000명의 16%에 이르는 5992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이들 가운데는 자녀가 대학을 채 마치지 못한 40~50대가 적지 않았다.   

조태욱씨는 "대기업에선 직원 복지 차원에서 대부분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해주고 의료비까지 지원하고 있다"면서 "자녀가 둘이면 1년에 1000만 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퇴직을 압박해도 안 나가고 버티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1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선 대학 등록금을 비롯한 자녀 학자금을 대부분 지원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 한해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입학금 등록금까지 100% 지원한다. 포스코그룹 역시 자녀 3명까지 1인당 8000만 원 한도 내에서 중·고·대학교 실비를 100% 지원하고 유치원·초등학교도 연간 50만 원씩 지급한다.

문제는 학자금 지원이 잘되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일수록 이른바 '사오정(40, 50대 정년퇴직) 세대라 불릴 정도로 명예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 직장인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낳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이면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 된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임원급으로 승진하지 않는 한 20년 이상 버틴다는 건 요즘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 지난 4월 초 퇴직 임직원 자녀 학자금도 지원해 화제가 된 신세계 인사팀에서 분석한 결과, 퇴직 시 임원 자녀들의 평균 나이는 22세, 부장급은 18세로 나타났다. 임직원 설문조사에서도 퇴직 시 가장 고민되는 문제로 '자녀 학자금 마련'을 꼽았고, 두 자녀를 고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보내는 데 드는 학자금은 최대 9천만 원에 달했다.

그나마 정년 보장과 대학생 학비 지원으로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공기업들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 여론에 부딪혀 대학 등록금 무상 지원을 없애고 무이자 대출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기업 지원은 미봉책... 대기업 노조도 반값등록금 동참해야"

 '해고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과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대우자판, 발레오공조코리아 등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기업에 대해 정리해고 철회와 복직에 관한 노사합의 사항 이행,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과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대우자판, 발레오공조코리아 등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기업에 대해 정리해고 철회와 복직에 관한 노사합의 사항 이행,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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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실장은 "회사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에선 보통 대학교까지 자녀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면서도 "사무금융직은 상시적 구조 조정과 명예퇴직으로 40대 초중반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자녀가 대학갈 때까지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금숙 실장은 "등록금 지원을 개별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능력 있는 기업은 하겠지만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반값 등록금 지원처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노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 생산직 쪽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비정규직은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현대차에는 15~2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학자금 지원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도 "비정규직은 지원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쌍용차도 대학 등록금을 100% 지원해 왔지만 해고자는 물론 무급 휴직자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학생 자녀를 둔 해고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2월 숨진 무급 휴직자 임아무개씨도 대학 입학을 앞둔 고2 아들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는 대공장 중심으로 학자금 지원 등 복지가 잘 돼 있지만 중소영세업체 직원들이나 비정규직 상황은 열악하다"면서 "이미 혜택받는 사람들도 '반값 등록금' 요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값등록금#대기업#학자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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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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