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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15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15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다.
ⓒ 유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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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UK_85 김진숙
용역들 싣고 온 관광버스 쫘악 깔리고 바퀴벌레들이 시커멓게 쏟아져.

RT "@hans6187
한진 상황. 희망 버스와의 만남을 지켜주세요. 사측이 희망버스를 막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가까운 지역 동지들 지켜 주십시오. 지금 결합해 주십시오.

@JINSUK_85 김진숙

한진 상황. 사측 구사대 300명 서문 침탈 대기 중. 조합원보다 몇 배 많습니다 잠시 후 침탈 예정.

@JINSUK_85 김진숙
비는 내리고 소화기는 하얗게 피어오르고 열 배가 넘는 단련된 깡패들 앞에 맞서 있는 우리 조합원들. 저들의 표정까지 제 눈엔 다 보이는군요.

@JINSUK_85 김진숙
특수선 쪽 출입문에서 용역깡패들과 구사대들이 조합원들과 격렬한 전투 중.

@JINSUK_85 김진숙
우리 조합원들 때리지 마라! 평생 일한 직장에서 아무 잘못 없이 잘리면 누가 그걸 받아들이겠냐고! 6개월 동안 집에도 못 가고 가슴 속엔 피멍들고 몸뚱이엔 골병든 사람들이다! 제발 때리지 마라!

아, 눈물이 난다. 위는 우리가 서울에서 마지막 '희망버스' 진행팀 회의를 하는 동안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한진중공업 현장의 소리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희망버스가 뭐라고, 7개월여째 답 없이 절망의 나날을 보내왔던 현장 노동자들이 다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다.(10일 밤 10시 20분 현재 정문 앞 대치중이다.)

절망은 이제 지겹다는, 체념과 낙담도 싫다는, 그래서 신나게 놀고 오자는 날라리 희망버스를 지키기 위해, 지금 누군가가 저 남도 끝에서 울부짖으며 '현대판 사제 용병'과 다름없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 캠핑 가듯이 즐겁게 가자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희망버스 출발을 앞두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우리가 가진 건 연대의 마음뿐이라고, 힘이 되지 않는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 뿐이라고, 그거라도 힘이 된다면 함께 하자고, 가족들의 손을 잡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연인의 손을 잡고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음이 설렌 이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 자신의 절망만으로도 어깨가 무너지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싸우고 있다. 회의를 중단하고 트위터 상에 쉬지 않고 올라오는 실시간 글들과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며 모두의 눈이 충혈되고, 말이 없다.

 '희망버스' 도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합원들이 출동해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
 '희망버스' 도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합원들이 출동해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
ⓒ 한진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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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는 살 수 없는 나라'라는 말이다.

용접슬러그에 얼굴이 움푹 패이고, 눈에 용접불똥 맞아도 아프다 소리도 못했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 나는 꽁보리밥에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을 주면 공업용수에 말아 먹어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 달 잔업 128시간에 토요일 일요일도 없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일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용접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을 테이프 덕지덕지 붙여 넝마처럼 기워 입고, 한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새끼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쥐새끼들처럼 뒹굴며 살아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여름 감전사고로 혈관이 다 터져 죽어도, 비 오는 날 족장에서 미끄러져 라면발 같은 뇌수가 산산이 흩어져 죽어도, 바다에 빠져 퉁퉁 불어 죽어도 산재가 뭔지도 몰랐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 해에도 수십 명의 노동자가 골반압착으로, 두부협착으로, 추락사고, 감전사고로 죽어가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친 동료 문병 다니고 죽은 동료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 다음으로 많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런 한진중공업은 몇 년 전 필리핀 수빅에 수조 원에 달하는 공장을 지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구조조정뿐이었다. 2010년에만 비정규직 포함 3000여 명이 잘렸고, 300명이 강제휴직을 당했고, 울산공장이 폐쇄됐다. 경영이 위기에 처했냐고? 천만의 말씀. 2011년 올해 270여 명을 다시 희망퇴직으로 정리하고, 나머지 170여 명을 정리해고 통보한 다음날, 대를 이은 조남호 사주 일가와 주주들은 174억 원의 고배당을 챙겨갔다.

"왜 만날 우리만 죽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까"

이미 90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 서민들이 비정규직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도 '사회적 살인'에 다름 아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공공부문 사유화 등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의 위기로 전가하는 구조조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엔 노동자만 다닌 게 아니라고 한다. '평생을 새벽밥하며 남편 출근하는 동안에도 한시도 맘 놓지 못했던 아내들도 다녔고, 아빠 돌아올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 아빠 얼굴 그리며 잠들던 우리 아이들도 다녔고, 노심초사 아들내미 사위 걱정에 한시도 편할 날 없던 우리 부모님들도' 다녔던 공장이라고 한다.

 '희망버스' 도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합원들이 출동해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
 '희망버스' 도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합원들이 출동해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
ⓒ 한진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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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떻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사회를 용인하며 살아야 할까. 우리는 모두 조세희 선생의 말처럼 바보인가, 아니면 모두 도둑놈의 편에서, 남의 생과 열망을 도둑질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인가. 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바꾸려 하지 않는가. 김진숙 선배의 말처럼 왜 "만날 우리만 죽고, 만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까. 

지금 저 먼 부산 바닷가 한적한 공장 앞에서 온몸으로 지키고자 하는 희망버스는 잘 준비되고 있다. 근 1000여 명, 부산 지역에서 연대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근 2000여 명의 사람이 11일밤 어김없이 부산대교(신 영도다리)에 도착해서 전국 각지에서 고이 가슴에 품고 온 양심의 촛불, 연대의 촛불, 사랑과 평화의 촛불을 켜들 것이다.

서울에서는 고운 손수건을 준비했고,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에서는 고맙다고 양말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장투닷컴'에서는 따뜻한 한 모금의 술과 홍보물 전체를 내주었고, 우리 시대의 어른이신 문정현 신부님께서 저 먼 군산에서 국밥을 마련해 온다고 한다. 시인, 소설가, 미술인, 사진작가, 어린이동화작가, 다큐감독, 사진작가, 가수, 무용가도 온다. 

밤새도록 노래와 춤과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농담과 해학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환대와 우애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늦었지만, 함께 이 희망버스를 지켜 주십시오. 함께 저 절규하는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지켜 주십시오. 저 외로운 여성노동자 김진숙의 아픔을 지켜 주십시오. 그가 절망 속으로 뛰어들지 않게, 그들이 눈물 속으로 빠져들지 않게, 우리가 함께 버팀목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나를, 우리를 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부산 지역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전경이다. 앞에 보이는 85호 크레인 조종실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넉달이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85크레인은 2003년 김주익 당시 노조지회장이 농성 129일 만에 목을 멘 곳이기도 하다.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전경이다. 앞에 보이는 85호 크레인 조종실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넉달이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85크레인은 2003년 김주익 당시 노조지회장이 농성 129일 만에 목을 멘 곳이기도 하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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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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