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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오후 예산주물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오후 예산주물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심규상
"마음이 복잡하고 어렵다.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이 부결되길 원했던 주민들은 '조건부 승인' 결과에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충분한 심의 이후 결론을 내길 원했던 주민들께 드릴 말씀이 없다. 미안하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만나 '조건부 승인'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친환경적으로 운영,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안 지사는 15일 오후 3시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인근에 있는 아그로랜드(태신목장, 충남 예산군 상몽리)에서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 100여명과 만나 2시간 여 동안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은 충남도가 예산주물산업단지를 '조건부 승인'한 이후 처음 마련된 자리였다. 때문에 이날 대화는 처음부터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안 지사는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조건부 승인'에 앞서 충분한 논의를 원했던 주민들께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주물단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시작부터 안 지사에게 원망과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 주민들은 이어 안 지사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후 주물단지 가동에 따른 피해최소화 방안과 친환경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첫 대화]
주민들 "왜 쫓기듯 결론 내렸나", 안 지사 "죄송하다"


 정환중 예산주물단지조성저지공동투쟁위원장이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정환중 예산주물단지조성저지공동투쟁위원장이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심규상

주민들은 안 지사가 충분한 협의를 약속하고도 쫓기듯 '조건부 승인'을 강행했다며 서운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정환중 예산주물단지조성저지공동투쟁위원장은 "산업단지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안 지사께서 왜 심의위원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질의했다. 이권배 공동위원장은 "도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사업자 측이 제시한 '환경피해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은 받아들이면서도 반대주민들 측이 제시한 '환경피해가 우려된다'는 전문가 의견은 묵살했다"며 "조건부로 승인을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조차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면천특산품인 꽈리고추를 주로 유통하는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주물단지가 들어설 경우 상품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며 "주물단지로 판로가 막히고 값이 떨어질 경우 어디에 가서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개인적 소신보다는 심의위원회 의원들이 찬반의견을 잘 반영해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도록 해왔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결론을 낸 데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안 지사는 이어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무조건 산업단지는 안 된다는 식의 심의는 할 수 없다"며 "다만 피해보상방안 등을 포함, 심의위원회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 점검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오후 충남 예산 태신목장에서 주물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오후 충남 예산 태신목장에서 주물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심규상

[보존위 구성 어떻게?]
주민들 "예산군 못 믿는다", 안 지사 "주민의견 반영 노력"

이날 주민들은 안 지사와 도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조건부로 제시한 핵심내용인 '이해 관계자들 간 환경보존위원회 구성'과 법적 권한, 운영방안을 놓고 오랫동안 의견을 나눴다.

주민들은 충남도가 마련한 환경보존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주물단지에 반대 입장을 가진 쪽과 찬성 입장을 가진 쪽이 동수로 참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충남도는 환경보존위원회와 관련 예산군 관계자, 주민대표, 환경전문가, 환경단체, 사업시행자 등이 참여하는 구성안을 제시했다. 또 이를 예산군 조례로 명문화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그동안 산업단지 조성에 찬성해온 예산군 관계자가 보존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며 "보존위원회는 찬반 입장을 가진 비율을 동수로 할 것이 아니라 반대의견을 가진 인사들이 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예산군 상몽리 주민들은 안 지사에게 "예산군은 주물산업단지에 반대한 상몽리 주민들을 군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상몽리를 당진군에 편입시켜 달라"는 말로 예산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주물단지 입주를 추진해온 예산군은 자기 책임 하에 주물단지로 인한 피해방지 대안을 만들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배석한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보존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안 지사는 또 주민들에게 "환경보존위원회가 구성되면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안은?] "1년 간 정밀 조사하자", "충남형기업투자모델 만들 것"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보존위원회만으로는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물단지가 가동되면 1년 동안 충남도 주도로 보건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함께 주물단지가동으로 인한 영향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충남도가 주물단지에 대한 감시와 친환경적 운영방안에 대한 주도적이고 집중된 고민이 요구된다는 것.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좋은 의견"이라며 "친환경적 공단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또 충남 특성을 반영한 환경가이드라인과 고용기준 등을 정한 '충남형기업투자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화 이후] "불편한 자리 참석, 오랜 대화... 위안됐다"

 한 지역주민이 안희정지사에게 주물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피해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지역주민이 안희정지사에게 주물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피해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 심규상
이날 안 지사와 주민과의 대화는 예정시간을 넘겨 오후 5시 20분경 마무리됐다.

주민들은 "환경보존위원회가 구성되고 세부운영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토목공사 착공이 진행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토목공사 착공은 환경보존위원회가 구성되고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안 지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주민들의 기대와 신뢰에 반한 결정이 내려진 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후 제대로 된 환경보존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단이 들어선 이후에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사업장 폐쇄 등 실질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화가 끝난 이후 주민들은 "딱 부러지게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안 지사가 불편한 자리를 자처해 오랜 시간 주민들과 허심하게 속내를 드러내며 의견을 나눈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주민도 "안 지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사그라지진 않았지만 적극적인 설명으로 조금은 위안이 됐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대화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주식회사(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 2010년 7월 27일 충남도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 5000평) 부지에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해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을 이전하는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5월 18일 열린 2차 회의를 통해 '조건부 승인'결정을 내렸다.


#안희정#예산주물산업단지#환경보존위원회#충남 예산군 #충남 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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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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