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월은 산딸기 제철이다. 붉은 산딸기의 유혹은 누구나 뿌리치기가 어렵다
 6월은 산딸기 제철이다. 붉은 산딸기의 유혹은 누구나 뿌리치기가 어렵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산딸기 있는 곳엔 뱀이 있다고
오빠는 그러지만 나는 안속아
내가 따러 갈까봐 그러는 거지

나도 나도 오늘은 산에 갈 테야
언니 따라 산딸기 따러 갈 테야
도라지꽃 나리꽃 꺾어 올 테야

산딸기 하면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동생을 따돌리고 혼자서만 산딸기를 따 먹으려는 오빠의 심보를 노래한 동요는 듣기만 해도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실제로 산딸기가 있는 곳에는 뱀이 많다.

6월은 산딸기의 철이다. 마침 혜경이 엄마가 산딸기 있는 곳을 가르쳐줘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산딸기를 따러 갔다. 우리는 뱀이 가장 싫어한다는 '석웅황'을 주머니에 차고 장화를 신고 장갑도 준비했다. 석웅황은 뱀을 예방하는 전설적인 약이라며 카페회원이 보내준 것이다. 혹 뱀이나 벌이 있을지 모르니 산딸기를 따러 갈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모처럼 비가 내렸다. 계족산에 걸린 운무가 환상적이다.
 모처럼 비가 내렸다. 계족산에 걸린 운무가 환상적이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모처럼 내린 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고 있다. 계족산 병풍바위에 운해가 그림처럼 걸려 있다. 계족산은 아무리 쳐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멋진 풍광이다. 개울을 건너 밤나무 숲을 지나갔다.

밤꽃은 떨어지면 정말이지 볼품이 없다. 지상에서 유일한 '남자의 꽃'이라는 밤꽃은 땅에 떨어지면 늙은 홀아비처럼 추하게 보인다. 흰 지렁이 같기도 하고, 지네 같기도 하고, 일을 치른 후 축 늘어진 남자의 심벌 같기도 하다.

볼품 없이 축 늘어져 떨어진 밤꽃
 볼품 없이 축 늘어져 떨어진 밤꽃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밤나무 숲을 지나 혜경이 엄마가 가르쳐 준 숲으로 가니 이게 웬일? 산딸기가 지천에 널려 있다.

"와아, 이렇게 많은 산딸기는 처음 봐요!"
"정말 그러네!"
"혜경이 엄마를 몰랐더라면 어찌될 뻔했을까?"
"그러게 말이요. 우리는 참 복이 많은 가봐. 하하."

산딸기의 붉은 유혹
 산딸기의 붉은 유혹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정말이지 이곳에 귀농을 하여 혜경이 엄마를 알게 된 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은혜다. 그녀는 낯선 곳에 온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산골을 살아가는 지혜와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매사에 열심히 살고, 남의 일은 잘 도와주며, 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지막한 언덕 돌무더기에 싱싱한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산딸기의 유혹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산딸기를 한주먹 따서 입안에 가득 넣고 움질움질 씹어 먹는 맛이란 먹어본 자만이 안다. 먹으며 따고, 먹으며 또 따고.....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자 타파 그릇에 산딸기를 따 넣었다.

한움큼 입에 넣고 움질움질 씹어먹는 상큼한 맛은 먹어본 자만이 안다.
 한움큼 입에 넣고 움질움질 씹어먹는 상큼한 맛은 먹어본 자만이 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산딸기 나무에는 가시가 많다. 그러므로 산딸기를 따려면 반드시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 산딸기가 자라는 곳은 대부분 돌무더기가 있는 척박한 언덕이다. 그래서 야생 산딸기를 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따기 어려운 곳에 있는 붉은 산딸기가 유혹의 손짓을 한다. 나는 작대기로 산딸기 넝쿨을 제치며 산딸기가 유혹하는 숲으로 들어갔다. 그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피어있는 산딸기를 막 따려고 하는데… 맙소사!

"이크, 뱀이다! 뱀!"
"어디요! 빨랑 피해요!"

저 산딸기 밑에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산딸기를 딸때는 뱀을 조심해야 한다
 저 산딸기 밑에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산딸기를 딸때는 뱀을 조심해야 한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바로 산딸기 밑에서 검은 점박이 독사가 똬리를 틀고 혀를 널름거리고 있질 않은가? 모골이 송연해지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나는 가재처럼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해서 도망쳤다. 산딸기 가시가 등과 허벅지를 찔러댔다. 독사는 고개를 쳐들고 그대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아내와 나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쳤다. 만약에 그 독사를 밟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산딸기 따먹다가 사람 잡겠네요."
"휴우, 큰일 날 뻔했어. 십년감수했네!"
"산딸기가 많은 곳에는 왜 뱀이 있지요?"
"아마 뱀도 산딸기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산딸기를 따느라 제 정신이 아닌 아내
 산딸기를 따느라 제 정신이 아닌 아내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뱀은 육식동물인데 산딸기를 좋아하는 각종 곤충이나 새들을 포획하기 위해서 산딸기가 있는 곳에는 뱀도 많다고 한다. 하여간 여름철 뱀은 독이 올라 있으니 산딸기를 따먹을 때는 주변을 잘 살피고, 두꺼운 긴 바지와 장화를 신고 작대기 같은 것을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좋다.

산딸기는 눈을 맑게 해주고, 요실금을 예방해 주며, 정력이 강해지고 머리털을 검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최근 실험에 의하면 항암효과와 항산효과 그리고 당뇨병에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생으로 먹기 곤란하면 산딸기 잼, 산딸기 술을 담가서 먹으면 될 것이다. 특히 심장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는 붉은 산딸기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밥상에 오른 막 따온 싱싱한 산딸기
 밥상에 오른 막 따온 싱싱한 산딸기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후식으로 막 따온  싱싱한 산딸기가 밥상에 오르다니 꿈만같다!
 후식으로 막 따온 싱싱한 산딸기가 밥상에 오르다니 꿈만같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와아! 이 산딸기! 언제 우리가 이런 싱싱한 산딸기를 밥상에서 구경할 수 있겠어요."
"맛이 정말 맛이 상큼하네!"
"흐음, 이 맛! 여보,  내일은 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산딸기를 따러가요."
"그럴까? 뱀이 무섭지도 않아?"
"작대기로 두들겨보고 조심하면 되겠지요 뭐."
"당신 산딸기 맛에 단단히 반했군."

산딸기는 잼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산딸기는 잼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산딸기를 따 먹다가 뱀에게 혼쭐이 났지만, 그 붉은 산딸기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해서 아내와 나는 내일은 긴 지팡이를 준비하고, 좀 더 단단하게 복장을 채비하여 산딸기를 따 먹으러 가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산딸기를 딸 때에는 반드시 뱀을 조심해야 합니다. 산딸기가 있는 곳에는 대체로 뱀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그:#산딸기, #산달기와 뱀, #구례, #섬진강, #간전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