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의 모습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의 모습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붐비는 홍대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공간이 있다. 홍대 앞 놀이터에 마련된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바로 그 주인공. 이곳은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2011년, 홍대 앞 예술 시장 프리마켓은 의미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10주년을 맞은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6월 첫 주, 창조적 예술가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문을 연 이후, 10년 넘게 젊은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특별한 이력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창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은 많은 예술가들을 홍대 앞 놀이터로 모여들게 했다. 십년이 지난 현재도, 예술가들의 열정이 빛나는 홍대 앞 프리마켓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현장을 찾았다.

예술의 활기가 넘치는 프리마켓에 가다

 흥미 만점의 10초 초상화
 흥미 만점의 10초 초상화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18일 햇살 밝은 홍대 앞 놀이터에 예술 시장이 펼쳐졌다. 유리 귀걸이부터, 캐릭터 시계, 그리고 금속 공예까지 다양한 예술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현장. 눈이 즐거웠다. 즐겁게 아이 쇼핑(?)을 하며 걷고 있던 필자의 시선에, 길게 늘어선 줄이 걸렸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한 마음에 가보니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한 예술가가 보였다. 푯말을 보니,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10초만에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푯말에, 사람들이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몰려든 것이다.

'세상에, 말도 안돼. 10초만에 초상화를 그린다고?'

마음 속으로 '설마?'하는 심정으로 예술가를 지켜봤다. 속으로 시간을 쟀다. 1초 ,2초...... 그런데, 정말 딱 10초였다.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위풍당당하게 그림을 건네는 예술가의 모습이라니, 말 그대로 대단했다. 자신과 닮은 초상화의 정겨움 때문일까? 그림을 받아든 사람들은 기분좋게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 외국인 아티스트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앉아있다
 한 외국인 아티스트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앉아있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주말 오후, 프리마켓은 관람객, 예술가 할 것 없이 표정이 밝았다. 젊은 작가들의 예술품을 사고 파는 이 특별한 공간이 사람들의 기분을 한껏 즐겁게 올려주는 듯했다. 필자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프리마켓 이곳저곳을 누볐다.

프리마켓 한 쪽에서는 외국인 아티스트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분위기에 억눌려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조용히, 사진을 찍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눈길을 끈 윤리적 소비 캠페인단
 눈길을 끈 윤리적 소비 캠페인단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프리마켓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예절이 있다. 우선 아티스트에게, 작품 촬영을 하는지 물어야 한다. 멋진 작품이라고 말없이 촬영을 했다간, '예의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프리마켓 작가들 중에는 모방을 우려해,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진 촬영전, 먼저 의향을 묻는 예절만 숙지한다면, 당신은 이 예술시장에서 '매너인'으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프리마켓 작가들은, 부탁을 하면 흔쾌히 촬영을 승낙해 준다. 조금 말걸기 무서웠던 작가들도 촬영을 부탁하자 웃으며 "촬영하세요" 해준다.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묵묵히 자신의 작품 돌보기에 여념없는 예술가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진다.

한쪽에선 윤리적 소비 캠페인단이 프리마켓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아프리카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예술 조각 작품을 관람객에게 전하는 캠페인단의 열정이 뜨거웠다. 그들에게 프리마켓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프리마켓을 찾은 캠페인단 김민경(20)씨는 이곳의 자유분방한 느낌을 전한다.

"난민의 날 캠페인을 위해, 처음 프리마켓에 왔는데, 이곳 프리마켓은 자유가 느껴져서 좋다. 센세이셔널하다. 캠페인을 한면서, 이런 특별한 공간을 접해서 좋다."

프리마켓의 한 아티스트는 얼굴이라는 예술품을 들고 나왔다. '니들펠프' 작업 방식으로 한 얼굴 작품은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웃음이 나왔다. 작가는 알까?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작가와 꼭 닮은 얼굴. 작품.
 작가와 꼭 닮은 얼굴. 작품.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홍대 프리마켓 10주년,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빚은 아름다운 열정

 홍대 앞 예술시장의 예술품들
 홍대 앞 예술시장의 예술품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홍대 놀이터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발산하는 공간이 된다. 2002년 6월, 첫 문을 연 이후 프리마켓은 무려 10년 동안 자생적 예술시장으로 제 몫을 해왔다. 그렇기에 프리마켓은 문화 1번가, 홍대의 숨을 불어넣는 산소탱크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난 10년의 시간, 시장 운영팀장을 맡고 있는 이슬(30)씨는 홍대 프리마켓의 10주년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홍대 프리마켓이 10주년을 맞았다. 벌써 10주년이 됐다는 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놀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직 홍대 프리마켓이 합법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간 사용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노력해 나가겠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10년이나 꾸준히 유지됐다는 사실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홍대 프리마켓과 오랜시간 동거동락한 표명선 작가
 홍대 프리마켓과 오랜시간 동거동락한 표명선 작가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프리마켓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예술가들의 애정은 더욱 크다. 표명선 작가(45. 금속공예)가 바로 그랬다. 그는 이곳 예술시장과 동고동락한 지 벌써 9년이나 됐다고 말한다.

"사무국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서, 주변 노점하고 차별화가 많이 됐다. 지난 9년 동안 프리마켓이 잘 유지된 것 같다. 나 역시, 프리마켓을 통해 발전을 했다. (프리마켓에서) 다른 작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보는 게 재밌다. 여기 온 지 9년이 넘어는데,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막대 모양의 금속, 알고보니 반지였다
 막대 모양의 금속, 알고보니 반지였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그러면서 그는 재미난 예술품 하나를 보여준다. 고양이 문양의 기다란 막대 금속이다. 표 작가는 필자에게 "이게 뭔지 알아요?"라고 물었다. 필자가 "혹, 귀후비개가 아닌가요?"하자, 그는 웃으며 "대부분 그렇게 대답합니다만, 아닙니다" 라고 한다. 궁금했다. 그럼 이 예술품의 용도는 과연 뭘까?

"반지입니다."

그의 예상밖 대답에 필자가 깜짝 놀랐다. 필자가 반문을 할 사이도 없이, 그는 기다란 금속을 손가락에 넣고 반지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진짜 반지였다. 편견을 없애려고, 이런 반지를 제작해 봤다는 예술가의 말. 프리마켓 예술가들의, 아이디어 깊이에 또 한번 놀랬다.

 도자기 공예 악세서리 예술품을 가지고 나온 신수희 작가, 관람객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자기 공예 악세서리 예술품을 가지고 나온 신수희 작가, 관람객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홍대 프리마켓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겁다는 신수희 작가
 홍대 프리마켓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겁다는 신수희 작가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프리마켓에 작가로 등록된 지, 3개월된 새내기 작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장소다. 작가 신수희(28, 도자기소품 액세서리)씨는 프리마켓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소통의 장소라고 말한다.

"그동안, 개인적인 공방 작업을 했었다. 프리마켓에 나오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작품을 좋아해줘서 좋다. 귀여운 도자기 액세서리를 만드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진다"

프리마켓을 아끼고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열정을 머금고 프리마켓의 하루는 기분좋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젊음이 빛나는 예술시장의 10주년, 프리마켓은 여전히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락킹매거진>5호에도 실립니다.



#홍대 프리마켓#10주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