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인과 경찰에 의해 수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전산내집단희생사건 위령제가 61년 만에 처음으로 대전시청 관계자와 국방부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가해자 측인 국방부 측의 성의없는 추도사로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준비위원회는 27일 오후 1시 서대전시민공원에서 대전산내집단희생 유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2번째 희생자 합동위령제 및 고유제를 개최했다. 산내집단희생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듬해인 1951년경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정치범과 보도연맹원 등 수천여 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법적절차 없이 대전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집단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이날 위령제에는 사건이 발생 후 처음으로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국방부 관계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국방부 측의 추도사는 유가족들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신기수 중령(대전중부대대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낭독한 추도사를 통해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넋을 달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우리 군이 국가방위를 튼튼히 해야만 이런 비극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만큼,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국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추도사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화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현 산내유족회장은 "집단학살이 당시 국방부장관 등의 부당한 지시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한 명백한 국가범죄로 밝혀졌음에도 이를 국가방위를 튼튼히 하지 않아 생긴 일로 왜곡하고 희석화 시켰다"며 "이게 가해 주체인 국방부 장관의 추도사가 맞는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유가족인 전숙자(충남 부여군 부여읍)씨도 "안 그래도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기는커녕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어 가슴이 미어지는데 학살 주체인 국방부 측이 이를 마치 다른 사람이 벌인 일인 양 말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뭣 하러 추도사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종기 정무부시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산내희생사건을 통해 국민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거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경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루어진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의 의견을 세심하게 파악해 사건의 역사적 가치와 교훈이 계승발전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현 대전산내유족회장은 "최소 7000여 명 이상이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이 살해되었다고 추정할 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513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직 못다 한 조사와 발굴, 추모공원 조성 등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진실규명작업을 계속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은 "어려서부터 산내 골령골 인근에서 살아 사건의 내막을 잘 알고 있다"며 "당의 정체성과 이념을 떠나 유가족들의 한이 풀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별도의 고유문을 통해 "산내골령골에 뒹굴고 있는 유해의 발굴과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의 움직임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라며 정부차원의 관심을 추구했다.

 

한편 이날 위령제에는 4.3사건 관련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산내에서 희생된 제주4.3유족회 회원들을 비롯해 임영호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박정현 민주당 시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태그:#위령제, #대전형무소, #집단휘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