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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바이처 쌍천 이영춘(1903-1980) 박사 기념관 개관 기념 음악회가 8일(금) 오후 7시 군산시 개정동 군산간호대학 경암관 4층 대강당에서 열려 쌍천의 농촌 사랑과 박애 정신을 기리는 잔잔한 선율이 개정 동산의 초여름 밤하늘을 수놓았다.

'개정 간호고등기술학교'(군산간호대학 전신) 1회-6회 졸업생들이 출연진들과 함께 <농촌병원가>를 합창하고 있습니다.
 '개정 간호고등기술학교'(군산간호대학 전신) 1회-6회 졸업생들이 출연진들과 함께 <농촌병원가>를 합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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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천 이영춘박사 기념사업회'(이사장 백진현)가 마련한 이날 음악회는 500여 명의 시민·학생이 성황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팔순을 바라보는 초기 간호대학 졸업생(1회-6회) 16명이 전국 각지에서 참가하여 뜻을 더했다.

이영춘 가옥(전북유형문화재 제200호)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실내에서 열린 음악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치러졌다. 1부는 백진현 이사장의 인사에 이어 문동신 군산 시장 축사, 이복웅 문화원장의 이영춘 박사 약력 소개, 군산지역 로터리클럽협의회의 전자오르간 기증식 순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쌍천 이영춘박사 기념사업회’ 백진현 이사장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쌍천 이영춘박사 기념사업회’ 백진현 이사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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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현(59세) 이사장은 "많은 시민과 멀리서 찾아주신 초기 졸업생 어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음악회를 마련한 것은 기념관 개관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겠으나 이영춘 박사가 남긴 뜻을 기리고 윤택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며 "이번 음악회를 시작으로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던 농민에게 한없는 애정과 헌신으로 평생을 봉사하신 이 박사를 기념하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동신 시장은 "이영춘 박사가 호남평야 농민들에게 바친 45년의 의료봉사는 커다란 자랑으로 양지보다 그늘을, 편한 곳보다 힘든 곳을 택했던 위대한 삶 자체가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시장은 "이영춘 박사 기념관은 희생과 봉사정신의 산실이자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인 현장"이라며 "군산 시민 모두가 참된 자긍심을 일깨우는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라며 축사를 마쳤다. 그는 부인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2부 공연까지 지켜봤다.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은 "짧은 시간에 한국이 낳은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 약력을 소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며 "기념관 개관과 음악회 개최는 쌍천 선생님을 아끼고 존경하며 따르는 힘이 결집되어 결실을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감회가 새롭다는 말을 거듭 언급하면서 "오늘 열리는 음악회는 우리 머리에서 잊혀져가는 이영춘 박사의 농촌 사랑과 희생정신을 다시 살려내는 애절한 음악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 음악, 개정 동산 여름 밤하늘 수놓아

 육금자 명창이 ‘심청가 중 뺑덕이네 심술 대목’을 열창하고 있습니다.
 육금자 명창이 ‘심청가 중 뺑덕이네 심술 대목’을 열창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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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숙 외 11명이 <아름의 산정>, <아름다운 베르미> 등 흥겨운 요들송을 부르고 있습니다.
 백현숙 외 11명이 <아름의 산정>, <아름다운 베르미> 등 흥겨운 요들송을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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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대학교 이해숙 교수 사회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된 2부는 색소폰 듀엣(신용호/진성호), 대금산조(한용호), 창(육금자), 요들송(백현숙 외 11명), 솔로(허규현/박성만), 듀엣(송희만/박순애), 합창(영광여고 합창단) 색소폰 솔로(김동현), 합창(개정간호고등학교 1회-6회 졸업생들) 유가족 대표 인사로 이어졌다.

2부 공연은 호남지방 농민을 위해 의료봉사로 헌신한 이영춘 박사의 봉사와 희생정신이 담긴 다채로운 음악이 선보였다. 대금 연주와 판소리 심청전, 피아노와 색소폰의 감미로운 선율과 요들송, 여고생 합창 등 국악과 양악을 오가는 다채로운 퓨전 음악이 개정 동산의 초여름 밤하늘을 수놓았다.

요들송이 나오자 손뼉을 치며 흥겨워하는 ‘쌍천 연구회’ 회원들과 자녀들.
 요들송이 나오자 손뼉을 치며 흥겨워하는 ‘쌍천 연구회’ 회원들과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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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오자 가슴에 명찰을 달고 손님을 안내하던 30-40대 학부모들과 자녀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다가가 물었더니 '쌍천 연구회' 회원들로 아이들과 함께 자원봉사 나왔다고 말했다. 2010년 10월 근대역사를 배우려고 시내 투어를 하면서 이영춘 가옥에 들렀다가 설명을 듣고 존경하게 되어 15명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쌍천 연구회' 문정현(50) 회장은 맑은 샘물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가난한 이 땅을 적시고 생명의 물줄기가 되셨던 이 박사님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아들, 딸들에게 알려주려고 회원들 가족이 함께 참석했다며 이영춘 박사 조카(이주민 치과 원장)에게 배우고 있다고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음악회는 군산간호대 초기 졸업생 강옥수(1회) 고윤은(6회) 등 16명이 무대에 올라 "호남들 금강물 오곡이 흐르는 곳, 사랑의 적십자에 터 닦은 농촌병원···."으로 시작하는 <농촌병원가> 합창으로 마지막 악장을 장식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간호사는 박애·봉사정신으로 살아야···."

군산 간호대학 1회 졸업생 강옥수 할머니가 음악회 팸플릿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군산 간호대학 1회 졸업생 강옥수 할머니가 음악회 팸플릿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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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팸플릿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군산간호대 1회 졸업생 강옥수(80세) 할머니는 "이영춘 박사는 우리에게도 간호원(간호사)은 박애 정신과 봉사정신을 발휘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누누이 하셨어요"라며 이 박사를 아버지처럼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사(이영춘)님은 목숨 아끼지 않고 농민을 위해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기념관 건립이 어렵다고 해서 동문 70-80명이 시장님에게 탄원서 냈지요. 그런데 이렇게 세워지게 되어서 기뻐요. 이영춘 박사 발자취를 모두 전시해놓고 찾아오는 학부형들이 박애 정신이랑 봉사정신을 배우고 가게 했으면 좋겠어요. 동문들에게도 그런 의견을 얘기했어요···."

김제에서 살고 있다는 강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이어서 학업에 어려움이 있었겠다니까 군산으로 피난 내려온 연세대 교수들에게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연세대 교수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

옛 건물들이 대부분 사라져 아쉽다는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개정병원 외과에서 근무하다 공무원이 되어 대통령상을 받았을 때는 이영춘 박사가 "너는 그럴 줄 알았어!"라며 칭찬해주셨다며 수줍게 웃었다. 26세에 결혼했는데 학교 강당에서 예식을 올려 감회가 남다르다며 추억에 잠겼다.   

밤 9시가 훨씬 지나 끝난 쌍천 이영춘 박사 기념관 개관 기념 음악회는 유가족 대표로 이주삼(65세, 이영춘 박사 6남)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가 행사를 후원하고 개최한 분들과 참석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인사로 행사를 모두 마쳤다. 

쌍천(双泉) 이영춘 박사는 누구?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태어난(1903년) 이영춘 박사는 세브란스 의전(1925-1929)을 졸업하고 33살(1935년) 때 전북 옥구군 개정(군산시 개정동)의 구마모토 농장 자혜진료소 소장으로 부임하여 그곳에서 일생을 보냈다. 

농촌 예방의학의 선각자로 알려진 이 박사는 '국산박사 1호'로도 유명하다. 1935년 8월 국내 최초로 세브란스 의전(연세대 의과대 전신) 윤일선 박사를 지도교수로 일본 경도 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 당시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과 이 박사의 학위 취득 내용이 <조선일보> 1면에 나란히 보도되었다고.

이 박사는 구마모토 농장의 소작인 가족 2만여 명을 치료하면서 농촌지역에 만연한 결핵과 매독, 기생충을 민족의 3대 독(毒)으로 규정하고 일생을 바쳐 기생충 박멸에 헌신한 한국 기생충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영춘 박사는 생을 마감하는 1980년 11월25일까지 학자로, 교육자로, 사회봉사자로 살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혜택을 보고 있는 의료보험(건강보험), 학교 양호교사, 학교 급식 등이 이영춘 박사가 40년-50년대에 농촌 병원과 학교에서 실행했던 제도들이다.

이영춘 박사의 호 쌍천(双泉)에도 박애 정신이 깃들어있다. 쌍천은 땅속에서 솟는 두 개의 물이라는 뜻으로 하나는 영혼을 살리는 우물이고, 또 하나는 육신을 살리는 우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천 이영춘 기념관, #음악회, #개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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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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