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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동구지역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휴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동구지역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휴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진보신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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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8만 인구 중 6만여 명이 종사하는 등 세계 최대 조선소 단지가 있는 울산 동구. 이 지역 조선소 3곳(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세광중공업)의 사내 하청근로자들은 근로시간, 퇴직금, 휴일 사용 등 노동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90% 가량이 노조의 필요성을 토로했지만 실제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 3만여 명의 이 지역 조선 하청노동자 중 수백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취업방해)에 오를 수 있어서'(35.0%), '해고될 수 있으므로'(27.4%), '전산크레임 때문에(타업체 취업방해)'(12.8%) 등으로 답했다.

진보신당 울산시당은 14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울산 동구지역 조선3사 사내하청노동자 주요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태일, 박일수 열사의 외침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하청노동자 61.5%가 근로계약서도 교부받지 못해

진보신당 울산시당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남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2개월간 진행한 이번 실태조사는 수거된 설문지 중 에디팅(editing), 코딩(cording), 펀칭(punching), 클리닝(cleaning) 과정을 거친 유효설문 471부에 대해 SPSS for WINDOWS 12.0을 이용해 응답자 특성별 교차분석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근로계약 체결 후 근로계약서를 교부받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하청노동자 응답자 452명(응답률 96.0%)중 61.5%가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받았다'는 응답자는 23.9%에 지나지 않았다. 14.6%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휴일 및 휴가 사용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지 질문한 결과 '있다'가 50.0%,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다' 33.3%, '사용할 수 없다' 16.7%의 순으로 나타나 하청노동자 절반이 휴일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 이유는 '업체 분위기(동료들이 전반적으로 휴가 사용 하지 않음) 때문'이 41.5%, '불이익(고용위협, 임금인상 배제, 잔업 통제 등)이 있기 때문' 이39.3%로 답해 하청노동자 대부분이 타의에 의해 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연장·휴일·야간근로 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받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48.0%가 그렇다고 한 반면 '잘 모르겠다'(32.7%) '그렇지 않다'(18.4%) 등 응답자 절반이 부정적 답을 내놨다.

이같은 하청노동자들이 업체에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1회(29.6%), 2회(30.4%), 3회(20.9%), 4회 이상(19.1%)으로 답해 근로계약 반복 갱신 횟수는 평균 2.5회 정도로 나타났다.

하청노동자 70% "정규직노조는 이기적"

특히 이들은 근로시간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기시업으로 인한 부당한 근로시간 연장이 있는지를 확인한 결과, 오전 8시 이전 조기시업률은 청소의 경우 66.2%, 체조의 경우 97.7%, 조회의 경우 90.2%로 나타났고, 중회의 경우 오후 1시 이전 조기시업률이 89.7%로 조사됐다.

또한 1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퇴직금을 정확히 지급받았는지 질문한 결과 53.4%가 '그렇다'고 한 반면 '잘 모르겠다'(25.3%), '엉터리로 산정하여 지급되었다'(21.3%)로 답해 퇴직금에 대해서도 불이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불이익을 받는 하청노동자들이지만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드물고, 소속 업체 노사협의회도 49.1%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도 34.0%나 됐다.

그럼 하청노동자들은 애로사항을 어디다 하소연 할까. 응답자 50.5%는 관리자에게 개별적으로 해결을 요구하고, 34.5%는 그냥 감수하면서 지낸다고 답했다. 동료들과 의논해 함께 집단적으로 대응한다(9.6%)와 노동사무소에 바로 진정 또는 고소(2.1%), 사내하청노조에 도움 요청(1.6%) 등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울산 동구지역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정규직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청노동자 70.9%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챙기는 매우 이기적인 조직으로'으로 정규직노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정하게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조직으로 조금은 고마운 조직으로 생각'(9.2%), '정규직은 물론이고 사내하청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매우 좋게 생각'(1.9%)하는 하청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진보신당 울산시당은 "(이같은 설문을 바탕으로)지난 1일 원하청 회사들에 '위법행위를 자율적으로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관리부서가 사내하청업체들의 임금명세표를 수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6일에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을 만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울산지청장은 '위법사실이 있음에도 시정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한다'고 밝혔다"며 "노동지청의 행정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지켜본 후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동구 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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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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