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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자. 김진숙 지도위원이 196일째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더 큰 결심을 해야 하고, 더 단단하게 연대해야 할 것이다. 6개월 넘게 크레인 위에서 전기도 끊긴 속에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땅을 밟고 있는 우리가 지쳐서는 안 된다. 함께해야 한다."

20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맞은편 인도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연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김준한 신부가 한 말이다. 이날 미사는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과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 연 것이다. 신부와 수녀, 신도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크레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크레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이다. ⓒ 윤성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날로 196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이날 오후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과 같은 규모인 84호 크레인을 로프로 연결했다. 그동안 84호 크레인은 바닷가 쪽에 있었는데, 레일을 타고 50미터까지 이동시킨 것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 사측이 85호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가 강제진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을 옮길 경우 100미터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며,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보면, 84호 크레인은 85호 크레인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미사가 열리기는 다섯번째. 미사는 영도 봉학초교 앞 인도에서 열렸다. 그동안 촛불집회는 85호 크레인이 보이는 영도 신도브래뉴 아파트 앞에서 열려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과 '바위처럼'을 부르기도 했다.

조성제 신부는 주례를 하면서 "많이 아파하는 사람을 기억하자. 우리라도 그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보태자.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도록 하자"고 말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크레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크레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이다. ⓒ 윤성효

천주교 부산교구 생명평화사목위원장인 권경렬 신부는 강론을 통해 "김진숙 지도위원이 쓴 <소금꽃 나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글을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 책장을 넘기지 못한 때도 있었다"면서 "며칠 전 비바람이 몰아칠 때 85호 크레인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때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인지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신부는 "하느님이 저 크레인 위에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3년 고 김주익 지회장이 밧줄로 자기 목숨을 가져갔던 크레인이다. 더 이상 크레인에서는 7년 전과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경렬 신부는 한진중 사측도 비난했다. 권 신부는 "회사는 지난해 4월 노조와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정리해고를 하면서 주식 배당을 하고 임원 임금도 올렸다. 경영악화로 대량 해고를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영도조선소를 옮기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말했다.

3차 희망버스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는 외부세력 개입을 하지 말라하고,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불법집회를 한다고 한다. 2차 희망버스 때는 전국에서 1만여 명이 왔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폭력진압했다. 그날 방송 뉴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했다. 오히려 재벌의 여름휴가를 보도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해고자와 수녀, 신도들이 기도문을 낭송하는 모습.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해고자와 수녀, 신도들이 기도문을 낭송하는 모습. ⓒ 윤성효

권경렬 신부는 "30일 3차 희망버스가 희망이다. 여기에 앉아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이다. 그날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가 중요하다. 하느님은 크레인 위에 계신다"고 말했다.

기도가 이어졌다. 한진중공업 해고자는 "정당하고 소박한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수녀는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주의를 위해", 한 신도는 "깨어 있는 시민의 양심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한진중 한 해고자는 "정리해고 철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크레인에 남아 있는 4명의 동지들은 철저히 고립돼 있고, 최소한의 음식도 어렵게 올라가고 있다. 회사와 공권력은 85호 크레인을 진압하려고 한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가 결의문을 낭송하는 모습.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맞은편 인도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가 결의문을 낭송하는 모습. ⓒ 윤성효

김준한 신부는 "오늘 회사에서 84호 크레인을 당겨 85호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가겠다고 하는 것인지 고민이다.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는 23일(오후 4시), 27일(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미사를 열고, 30일 3차 희망버스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 미사 참가자들은 85호 크레인을 향해 손을 흔들며 "힘내세요" "기도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이에 김진숙 지도위원과 4명의 해고자들은 크레인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20일로 196일째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날 오후 같은 규모의 84호 크레인을 끌고와 로프로 연결해 놓았다. 사진에서 앞에 보이는 크레인이 85호 크레인이고 뒤에 보이는 크레인이 84호 크레인이다. 두 크레인의 거리는 50미터 정도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20일로 196일째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날 오후 같은 규모의 84호 크레인을 끌고와 로프로 연결해 놓았다. 사진에서 앞에 보이는 크레인이 85호 크레인이고 뒤에 보이는 크레인이 84호 크레인이다. 두 크레인의 거리는 50미터 정도다. ⓒ 윤성효


#한진중공업#영도조선소#85호 크레인#김진숙 지도위원#천주교 무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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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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