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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폭력, 국가 폭력 문제로 논한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군대 내 폭력, 국가 폭력 문제로 논한다'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군대 내 폭력, 국가 폭력 문제로 논한다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군대 내 폭력, 국가 폭력 문제로 논한다'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김도균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병사 50만 명이 끊임없이 훈육되고 사회로 배출되는 거대한 공간인데, 그동안 이곳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도화되고 일상적인 감시활동이 없었다." (임재성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시민들이 참여해서 국가방위를 담당해간다는 점에서 징병제는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

최근 해병대 총기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군대폭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군대 내 폭력, 국가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논한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군대폭력의 가해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구조적 폭력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대 내 구타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타를 마치 무용담이나 통과의례로 쉽게 생각해 폭력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지만 이를 단절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며 "군 당국도 사건이 터지면 빨리 덮으려고만 하고 '가해자가 관심사병이었다',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기계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또 "재발하는 군대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군 인권법 제정과 상시로 군대를 방문해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는 국방 감독관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 "한 달 동안 사병 7명이 죽었는데 아직도 개인문제?"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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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폭력, 사회 전반의 서열 의식, 폭력성이 반영된 결과"

이 자리에서는 군대 폭력이 군대 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폭넓게 퍼져 있는 서열 의식, 냉혹한 경쟁, 폭력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는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지켜보면서 군대와 같은 폭력이 행해지는 것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며 "군대라는 특수성이 폭력을 더욱 심화 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또 "아무리 군복무가 국민의 의무라고는 해도, 현재의 군 복무는 강제 노동의 성격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군 복무에 자발적 동인을 찾기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권인숙 교수는 "해병대 문화와 관련해서는 온 사회가 이것을 조장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사회의 국가방어 의식으로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징적 존재로서 해병대가 부각되었고, 해병대의 고유한 서열문화가 우리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다른 문화로 받아들여졌다"고 분석했다.

또 토론자들은 군대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시와 평시의 군대 운용을 분리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는 "군 지휘관들이 재생산되는 시스템을 보면 사회와 유리된 사관학교라는 별도의 조직에 의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길러지고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방어하기 위한 방위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전쟁이라는 예외적 상황만을 위해 모든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는 군이 어떻게 조직되고 운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예비역 공군 중령)은 "군대폭력의 책임을 군 간부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 소장은 "군에는 간부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병사들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단순히 군대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군대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태훈 소장은 "군대 내 사고 방지와 군인의 존엄성 확보를 위해 군인권법 제정 등 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며 "대학에서 예비 입영자를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전역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 "국방부는 군 내 사건, 사고를 공개해야"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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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총기사건#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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