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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 보기만 해도 시원한...
▲ 파래소... 보기만 해도 시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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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여름휴가철.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몰려드는 한여름. 미리 여름휴가 계획을 하지 못한 탓에 정말 가고 싶었던 곳에 못 가게 되었다. 어디서 짧은 휴가를 보낼까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숲이 울창하고 물소리 환한 신불산폭포 계곡에서 야영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무산되어버렸다. 알고 보니 여름철엔 적어도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인터넷으로만 가능)을 해야 한단다.

야영은 못해도 하루쯤은 신불폭포휴양림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다 오기로 한 지난 토요일(23일),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울산 울주군 '배내골'을 찾았다.

신불산폭포휴양림. 배내골은 여전히 여름피서지로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휴양림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숲에도 계곡에도 들끓고 있었다. 신불폭포휴양림 내에 있는 야외 나무탁자 앞에 앉아 라면을 끓여먹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즐겁게 점심식사를 하고 계곡을 따라 걸었다.

여름 장맛비로 한껏 불어난 계곡물은 한여름 더위를 씻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크고 작은 바위들 틈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상쾌했다.

파래소 폭포 가는 길...호젓한 숲길 ...
▲ 파래소 폭포 가는 길...호젓한 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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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배내골을 찾거나 신불산자연휴양림을 찾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파래소폭포는 계곡 길따라 걷는 숲에서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앉아 있다. 폭포까지 걸어가는 호젓한 숲길 또한 못지않게 운치 있다. 이곳 파래소폭포는 사람들이 신불산 등·하산 길로도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나날이 짙어가는 연초록 숲길 옆에 물소리가 함께 동행했다. 쉬지 않고 환한 물소리 흘러내리고 숲에서는 매미소리 풀벌레 울음소리와 섞여 숲길에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넓지도 좁지도 않는 호젓한 숲길은 울울창창한 연초록빛 나무 그늘이 싱그럽고 상쾌했다. 앞에서 뒤에서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있었지만 모두들 저마다의 고독과 사색을 방해받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걷고 있었다.

파래소... 연초록 물빛...
▲ 파래소... 연초록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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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 폭포... 폭포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
▲ 파래소 폭포... 폭포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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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모든 생각을 몰아내는 것 같았다. 애써 생각해보려고 상념의 꼬리를 애써 잡아보지만 그것마저도 흐르는 환한 물소리에 씻겨 흘러가고 마는 것이었다. 계곡 물 지우개로 싹싹 지웠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려고 해보아도 그 환한 물소리는 쉬지 않고 흘러가면서 모든 상념을 흘려보냈다.

그저 흘러가고 씻겨갔다. 고여들 듯 말 듯한 상념들을 몰아내고 그 어딘가 구석진 데라도 남아 있을까 샅샅이 찾아내어 씻어 갔다. 쏴쏴 씻겨간 생각의 자리엔 물소리가 채웠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물이 흘러내려와 바위들을 타고 흘렀고 폭포를 이루면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어루만지듯 바위를 타고 흘러가는 물소리로 비워지고 또 씻겨갔다.

연초록 물이 흠뻑 들것 같은 호젓한 숲길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 가벼워지는데, 옆구리에 계속 따라붙은 그 환한 계곡물소리는 상쾌하게도 하고 마음 가볍게, 상념을 몰아내고 씻어냈다. 내 몸에도 뱃속에도 물소리만 가득 채웠다.

가끔 이곳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젓한 숲길과 마음도 몸도 가볍게 생각일랑 씻어가는 계곡을 벗해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걷는 젊은 두 남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호젓한 숲길을 배경으로 걷는 젊은 두 남녀의 모습. 이 숲에 들면 모두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파래소... 누가 벗어 놨을까.
▲ 파래소... 누가 벗어 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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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폭포 앞. 많은 사람들이 15m 높이의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하얀 물보라와 그 아래 100㎡ 넓이의 연못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었다. 폭포를 향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앉아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도 그 사이에 앉았다. 그 옛날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해서 '바래소'라고도 했다는 파래소폭포 앞에서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품고 온 소원이라도 빌고 앉아있는 것일까.

가족과 함께 친구들, 혹은 연인, 부부가 함께 와서 폭포를 바라보고 앉은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신발을 벗고 물가에 발을 담가보았다. 발목까지 물에 담갔던 발을 조금 더 깊은 쪽으로 내디뎌보았지만 금방 무릎 위까지 물이 차올라 깜짝 놀랐다. 그냥 보기엔 물밑에 자갈돌이 일렁거리고 얕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깊었다.

조금만 더 걸어들어 가면 몸 전체가 푹 잠길 듯 했다. 연못 안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깊이를 달리했다. 폭포 한가운데는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일까. 짙은 암녹색으로 검어 보이는 연못 한가운데는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닿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그 깊이를 육안으로는 도무지 가늠해 볼 길이 없었다.

문득 연못 속 깊은 곳까지도 다 알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우리들이, 사람의 깊은 속을 어찌 다 알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혼자라고 하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계곡... 수영하는 아이들...
▲ 계곡... 수영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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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넘게 파래소폭포 앞에 앉아 머물다 다시 내려가는 길. 여전히 계곡 물소리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숲에선 매미 울음소리 가열 차게 들렸다. 남편은 제법 깊은 계곡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틈에 끼어들어 몸을 담갔다. 계곡물이 너무 차가운지 물속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계곡에서 수영을 했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호젓한 숲길을 걷는 길에 내 안에 가득했던 모든 상념들이 씻겨 지고 흘러내려갔다. 흐르는 물 따라.

여름 내내 자연휴양림도 호젓한 숲과 계곡에도 사람들로 북적일 것 같다. 그래도 높은 산, 호젓한 숲과 그 밝은 계곡은 넉넉히 품고도 남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친구랑 연인이랑...파래소폭포가는 길을 걸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연초록 숲과 환한 계곡 물에 마음 씻고 상쾌해 질 테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신불산자연휴양림(울산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산1-4) : 052) 254-2123



#파래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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