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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담벼락에 당시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솜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왕궁에는 꽃담이 있었고, 민가에서도 꽃그림을 그려 넣었다. 지금도 이 전통(?)은 명맥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지저분한 동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을 담벼락에 꽃들을 페인트로 그려넣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인트로 그려진 꽃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가끔 제주의 시골 마을 올레길을 걷다가 시멘트를 바른 담벼락에 새겨진 꽃들을 발견한다. 페인트로 그린 것이 아니라 시멘트를 바르고 굳기 직전에 꽃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개 30여 년 이상된 낡은 건물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일을 맡은 미장이들이 한껏 솜씨자랑을 해 놓은 것이다. '미장이'란 건축 공사에서 벽이나 천장, 바닥 따위에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주에선 미장이를 보통 '사깡'이라 부르는데 아마도 일본말의 잔재인듯하다.

 

미장이가 아무리 솜씨 자랑을 하고 싶어도 주인의 허락없이 함부로 그려놓을 수는 없을 터이고, 그려넣을 당시를 회상하는 노인들은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솜씨 좋은 미장이를 만나거나 마음좋은 건물주를 만나면 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솜씨 좋은 미장이가 주인한테 서비스로 만들어 준, 쓱쓱 그려낸 이 아름다운 꽃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동안 밋밋한 시멘트벽에 아로 새겨진 이 꽃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제주의 사진작가인 송동효씨(루체사진공방)가 발품을 팔아가며 이 꽃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제주의 또 다른 볼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길과 자연 풍광 말고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많다. 그중 이런 꽃들이 있는 건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건물들은 이미 많이 낡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이런 꽃들은 앞으로도 오래 피어있을 수 있다.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에 들어가는 홍보비의 극히 작은 일부로도 이 아름다운 꽃들은 보존될 수 있다.


태그:#제주올레, #담벼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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