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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하는 모습을 밖에서 볼 수 있는 오픈 수술실이다.
 수술하는 모습을 밖에서 볼 수 있는 오픈 수술실이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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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님 수술실로 들어가세요."
간호사가 안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딸은 라식 수술을 하기위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수술실로 가는 딸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병원에 올 때까지는 내심 걱정을 했지만 오픈된 수술실에서 다른 사람의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많은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아가씨가 대기실 모퉁이에서 간절히 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몹쓸 생각도 했지만 수술시간이 짧아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수술시작 15분 뒤. 수술실 문을 빼꼼히 열고 딸이 나온다.

"아빠, 다 끝났어요."
"벌써? 고생했다. 아빠 잘생겼지?"
"아직은 몰라요. 시간이 지나야 잘 보인대요."
성급한 내 성격을 들키고 말았다.

"수술 중에 아프진 않았어?"
"예. 느낌은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딸은 며칠 있으면 외항선을 타고 6개월간 해상 실습을 간다.
대학 입학식 때는 군기(?)가 잡혀 제대로 고개도 돌리지 못했던 딸이 벌써 3학년이 되어 항해사 실습을 간단다.
딸은 스튜디어스가 꿈이었다.
그 꿈을 항해사로 바꾸게 한 나는 딸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늘 걱정이 앞선다.
실습기간 내내 망망대해에서 힘든 육체적인 고통, 외로움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남자들도 힘들다는 선상에서 말이다. 실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빠가 딸 라식 수술은 안 해주려고 했는데."
"저도 이번에 실습비 모아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 그 실습비 아빠 줘야지."
"안돼요. 그 실습비로 아빠 가게에서 할머니 등산복 사드릴 거예요. 할머니도 좋아하시고 아빠도 좋고 다 좋잖아요."

한참 만에 "그거 참 예쁜 생각이다"라고 말하는데, 내 차 앞에 가는 차가 흐릿하게 보인다.
방학동안 실습을 기다리며 할머니 간호하느라 애쓴 딸이 건강을 회복할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에 괜히 내가 부끄러워진다.

잠시지만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딸.
밝은 눈으로 모든 세상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바라보면 좋겠다.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할머니도 그런 눈으로 보고, 미래의 꿈도 너무 멀리 두지 말고 좀 더 가까이에 가져다 놓고 보렴.
다만 6개월 뒤에 더 많아질 아빠의 흰 머리카락은 아니다.

딸! 너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막 출발선에 섰다.
우리 가족은 늘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무사히 실습 마치고 돌아오길 응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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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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