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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백리포해수욕장 태안지역 해수욕장들이 주말마다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피서객이 지난해 대비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가운데 임대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백리포해수욕장 주민들은 울상이다.
썰렁한 백리포해수욕장태안지역 해수욕장들이 주말마다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피서객이 지난해 대비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가운데 임대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백리포해수욕장 주민들은 울상이다. ⓒ 김동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백리포해수욕장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 A씨는 올해 태안지역에 주말마다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을 딛고 이제 다시 본 모습을 찾은 해수욕장에 피서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비에 피서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민박집에는 속 타는 A씨의 마음을 모르는지 요란한 매미소리만이 무심하게 울리고 있다.

 

썰렁한 의항해수욕장 인근 의항해수욕장도 튜브를 들고 물놀이를 즐기는 3~4명의 피서객만 보일 뿐 이번 여름 동안 피서객들의 발길이 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썰렁한 의항해수욕장인근 의항해수욕장도 튜브를 들고 물놀이를 즐기는 3~4명의 피서객만 보일 뿐 이번 여름 동안 피서객들의 발길이 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김동이

피서객을 기다리는 평상 평상을 차지하고 바베큐를 구워 먹을 피서객들의 발길은 끊겨버렸다. 백리포 해수욕장의 모습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성수기가 지나도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피서객을 기다리는 평상평상을 차지하고 바베큐를 구워 먹을 피서객들의 발길은 끊겨버렸다. 백리포 해수욕장의 모습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성수기가 지나도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김동이

백리포와 이웃해 있는 의항해수욕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주말이지만 고무튜브를 허리에 걸치고 물장구를 치는 서너 명의 피서객들은 마치 해수욕장을 전세라도 낸 듯 신나게 피서를 즐기고 있지만 민박집 마루에 걸터앉아 연방 담배만 피워대는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ㅅ물산, 피서객 줄어 주민들 울상인데 임대료는 그대로 부과

 

 ㅅ물산이 주민들에게 보낸 임대차계약서
ㅅ물산이 주민들에게 보낸 임대차계약서 ⓒ 김동이

이에 더해 백리포와 의항해수욕장 주민들에게는 해수욕장 운영기간이 끝나면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있다.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

 

이들 주민들이 임대료를 내고 있는 기업은 충남 아산시 소재 ㅅ물산(주)으로, 매년 ㅅ물산은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다. 주민들이 ㅅ물산에 임대료를 내게 된 사정은 이렇다.

 

백리포해수욕장과 의항해수욕장 등 소원면 의항리 일대(산83, 84번지) (주)ㅅ물산 소유땅은  대략 수십만평으로 추정되고 있다. ㅅ물산은 매년 7월경 자신의 소유 토지 안에서 해수욕장 영업을 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임대계약서를 작성, 통보하는 식으로 임대료를 챙겨왔다.

 

임대료 산정도 주먹구구식이다. 백리포해수욕장에서 민박을 하는 A씨는 "2000년 초 경까지 몇 십만원의 임대료를 내왔다"며 "하지만 2005년 부터 100만원대로 몇 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해당 땅의 공시지가는 올해 초 기준 평당 4480원. 하지만 평당 년 임대료가 공시지가의 절반인 2200원에 이른다. ㅅ물산은 심지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08년에도 기존 임대료(평당 2200원)에서 600원 정도가 깎인 1600원 수준의 임대료를 받아 챙겼다.

 

올해의 경우에도 백리포와 의항을 포함한 태안지역에는 지난해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피서객들이 방문했다. 물론 원인이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탓이라고는 하지만 임대료 낼 돈도 벌지 못했을 만큼 주민들은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ㅅ물산 측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주민들에게 임대료를 청구했다. 주민들은 힘든 사정을 호소했지만 ㅅ물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ㅅ물산 도아무개 부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5년부터 (회사부지에 포함되어 있는) 해수욕장에서 영업을 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임대료를 받아왔다"며 "올해 주민들이 영업이 안 돼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임대료 할인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영업이 안 된다고 깎아주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영업이 잘 된다고 주민들이 임대료를 더 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노예계약서'와 같은 일방적 임대계약... 도로 편입 부분이라도 빼 달라"

 

이처럼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는 ㅅ물산의 임대료 청구방식에 주민들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ㅅ물산은 전년 7월 1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를 임대차 계약 기간으로 정하고, 매년 7월 1일자로 '임대차 계약서'를 주민들에게 우편발송한 뒤 임대료를 청구해왔다.

 

이러한 '일방적 계약방식'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지속되어 왔는데, 이때부터 임대차 계약방식이 '노예계약서'를 방불케 하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변했고, 임대료도 대폭 올라가게 됐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2005년 이전까지는 해당 부지를 관리하던 ㅅ물산 소속 관리인이 주민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 관리인이 임대료 일부를 편취하면서 회사에서 이 관리인을 직위해제한 뒤 새로운 관리인을 고용, 가구별 임대면적 측량을 실시했다는 것.

 

이로 인해 임대료 산정방식이 평당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어 과거보다 임대료가 올라가게 됐고, 특히 이 과정에서 도로로 편입된 부지까지 임대면적에 포함되어 임대료가 과다하게 청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항해수욕장 주민 이아무개씨는 "황무지였던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주민들이 도로를 냈는데, 관리인이 임차면적에 이 도로부지까지 포함해 임대료를 청구하고 있다"며 "도로부지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어려울 때만이라도 제외해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주민은 또 "해수욕장 번영회에서 화장실이나 음료수대를 지으려고 해도 (회사에서) 사용승낙서도 써 주지 않는다"며 "해수욕장 운영이 잘 되어야 임대료도 낼 텐데 너무 한 것 같다, 차라리 주민들에게 공시지가 수준으로 매매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은 백리포도 마찬가지. 특히, 백리포 주민들은 숙원이었던 해수욕장 진입로 포장공사와 관련해 관할 행정관서인 소원면에 요구해 진입도로 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소원면 등에서 ㅅ물산 측에 진입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구했지만 ㅅ물산 측의 거부로 결국 확보된 예산까지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백리포의 한 주민은 "올해에도 벌써 두 번이나 해수욕장 진입로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며 "이러한 주민과 피서객의 안전은 뒷전인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대기업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ㅅ물산 측 관계자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도로는 회사에서 만든 진입로다, 따라서 임대료를 부과하는 게 맞다"고 일축한 뒤 "부지 매매 계획도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리포 주민들이 요구하는 진입로 포장과 관련해서는 "(진입로상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며, 남의 땅에 포장을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다만, (백리포 진입로 인근에) 공부상 도로가 있는데 태안군에서 회사 땅과 바꾸어 준다면 (도로포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삼풍물산#백리포해수욕장#의항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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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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