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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왔지만 아직 늦여름의 더위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섬진강변 들판 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아내와 나는 함께 서둘러 논두렁 밭두렁으로 야생화 기행을 떠나곤 합니다.

 시어머니의 구박으로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이 붙여진 꽃
 시어머니의 구박으로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이 붙여진 꽃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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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서는 시골 들판길에선 맑은 가을하늘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이삭이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핀 늦여름 야생화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기다려집니다.

오늘 아침도 야생화에 취해 들판길을 걷다가 나는 갑자기 뒤가 마려워졌습니다. 원인도 알 수없는 '과민성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뒤가 급해집니다.

 나팔꽃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운 꽃 며느리밑씻개
 나팔꽃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운 꽃 며느리밑씻개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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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서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서 미리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지만, 한 번 급해지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시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그만 옷에다 그 일을 볼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맙니다.

참다 못해 나는 으슥한 논두렁에서 실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지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일을 보고나서 주변에 있는 칡넝쿨 잎사귀로 뒤를 닦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 연분홍으로 피어난 며느리밑씻개가 환하게 피어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며느리밑씻개의 꿀을 빨아먹고 있는 호랑나비
 며느리밑씻개의 꿀을 빨아먹고 있는 호랑나비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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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살포시 앉아 있는 며느리밑씻개를 바라보다가 꽃줄기에 달린 가시를 보자,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며느리의 사연이 떠올라 그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에서 저처럼 실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지가 없던 시절이라 시어머니는 옆에 있는 애호박 잎을 뜯어서 밑을 씻으려는 무언가 따끔하게 찔러왔습니다. 깜짝 놀란 시어머니가 자세히 살펴보니 가시가 돋친 줄기가 호박잎에 섞여 있었습니다.

 줄기에는 가시가 돋혀 있으나 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사탕처럼 연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다
 줄기에는 가시가 돋혀 있으나 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사탕처럼 연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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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 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이렇게해서 시어머니의 미운털이 박힌 그 꽃은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합니다. 만약 요즈음 시어머니들이 그랬다가는 큰 일이 나겠지요. 오히려 며느리한테 구박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런지...

핵가족시대에 살고 있는 요즈음 시어머니들은 오히려 며느리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려고 하지않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리면 시어머니들은 요양원에 갇혀 슬픈 일생을 마치기 마련입니다. 요즈음 사정으로는 꽃이름도 '며느리밑씻개'가 아니라 '시어머니밑씻개'로 바꾸어 불러야 할 형편입니다.

 마디풀과에 속하는 꽃으로 덩굴에 가시다 달려 북한에서는 '가시덩굴여뀌'라  부르기도 하는데, 듣기에도 망칙한 며느리밑씻개는 꽃의 모양이 부합한 이름으로 바뀌어져야...
 마디풀과에 속하는 꽃으로 덩굴에 가시다 달려 북한에서는 '가시덩굴여뀌'라 부르기도 하는데, 듣기에도 망칙한 며느리밑씻개는 꽃의 모양이 부합한 이름으로 바뀌어져야...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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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는 마디풀과에 딸린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북한에서는 가시덩굴여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떻든 이 꽃에 붙여진 망칙한 이름은 듣기도 거북스럽고 억지로 붙여진 이름 같아 꽃의 성질에 부합되는 적당한 이름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름의 개명은 식물학자들의 몫이겠지요. 글쓴이는 이 꽃모양을 보면 아이들이 즐겨 먹는 별사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름은 대개 그 모양에 따라 불러지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여 별처럼 생긴 이 꽃의 모양을 따서 '별사탕'꽃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며느밑씻개의 꿀을 빨아 먹는 호랑나비
 며느밑씻개의 꿀을 빨아 먹는 호랑나비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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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밑씻개위에 앉아 있는 네발나비의 아름다운 모습
 며느리밑씻개위에 앉아 있는 네발나비의 아름다운 모습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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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늘 보아온 꽃이지만 그 일을 보다가 코앞 가까이 핀 며느리밑씻개는 오늘 따라 너무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며느리밑씻개에 앉아 꿀을 빨아 먹고 있습니다. 아, 저기 네발나비도 가시돋친 꽃잎에 앉아있군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묘한 갈등과 감정을 표출한 이름을 가진 꽃은 며느리밑씻개 말고도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주머니 등등이 있습니다. 이 며느리밑씻개에 앉아 행복하게 꿀을 빨고 있는 나비를 본다면,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아름다운 꽃과 나비를 바라보며 행복해지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섬진강#구례#가시덩굴여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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