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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제주해군기지사업조사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하여 기지사업단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국회 '제주해군기지사업조사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하여 기지사업단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장태욱

국회 에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사업조사소위원회'(위원장 권경석 의원)가 6일 제주를 방문해 현지 조사를 벌였다. 오전에는 도청을 방문해 도지사 업무보고를 받았고, 오후에는 해군기지 사업단으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뒤, 해군기지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들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8월에 회동을 해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예결위 내에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두어 해군이 국회가 내놓은 의견(민국복합형관광미항)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그 소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이날 오후 소속 의원들이 제주를 찾았다. 오전에 제 공항에 도착한 의원들은 오전 10시부터 도청 2층 회의실에서 우근민 제주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 "국방부 업무협약서, 제주도 협약서와 제목 달라"

이 자리에서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제주도지사 등이 지난 2009년 4월에 체결한 업무협약서가 이중계약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도청의 업무를 받는 자리에서 당시 이들이 체결한 업무협약서를 꺼내들며 "당시의 업무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이중계약의 근거로 국방부와 제주도가 보관하고 있는 업무협약서의 제목이 다르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국방부가 보관하고 있는 문서의 제목이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인 반면에 제주도와 국토해양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라는 제목의 협약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에 대해 강창일 의원은 "해군이 장난을 쳤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문서 위조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부가 이런 식이라면 내년 예산은 물론이고 국회는 올스톱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소속 장세환, 주승용 의원도 "국방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중으로 장부를 보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제주도의 업무보고를 받은 의원들은 오후 2시 55분경 강정마을 입구에 설치된 해군기지사업단을 방문하여, 이은국 대령으로부터 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하여 현황 보고를 받았다. 이대령은 최근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선사 유적지가 발견되어 논란이 이는 것을 염두에 둔 듯, "매장문화재발굴법상 문화재가 발굴되어도 부분적인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찬성-반대 주민 대표 만난 시간 1시간도 채 안돼

해군의 보고가 끝나자 의원들은 강정마을 주민들 중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 대표와 반대 측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찬성 측 대표로는 해군기지 추진위원 윤태정 위원장과 강희상 사무국장이 나왔다. 의원들은 해군기지 사업단 상황실에서 5분 동안 비공개로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반대측 대표로는 최근 강동균 마을회장이 구속되면서 향약에 의해 회장의 직무를 위임받은 고명진 부회장과 윤호경 사무국장이 나았다. 의원들은 풍림리조트 '아라' 연회장에서 주민 대표들을 만나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고명진 부회장은 "해군이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최근 공권력을 동원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구속과 벌금 등의 사법 처벌이 가해지면서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원회는 애초 현지조사를 계획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면담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빠듯한 일정과 해군기지 건설에서 국회의 부대의견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한 소위의 구성 취지를 이유로 강정마을회의 면담요청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에 마을회와 시민단체들은 "해군기지소위원회가 최근 공권력 투입과 공사 강행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외면한다"고 비난했다. 소위원회가 일정을 일부 조정하여 주민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은 여론의 비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의원들이 강정마을에 도착하여 해군기지 사업단으로부터 사업현황을 보고 받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들을 면담한 시간을 모두 합해도 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이에 도내 언론들은 해군기지 소위원회가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이날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도청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동안 도청 입구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단체 회원들이 "해군기지를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서 지원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6일 현지조사를 위해 제주를 찾은 이들은 권경석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회·백성운·한기호 의원(이상 한나라), 강창일·주승용·장세환 의원(이상 민주당) 김창수 의원(선진당) 등이다.


#강정마을#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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