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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The Venetian) 내부.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를 본떠 곤돌라가 다니는 운하를 호텔 안에 만들었다. 그리고 하얀 구름이 떠가는 하늘 또한 진짜처럼 느껴져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The Venetian) 내부.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를 본떠 곤돌라가 다니는 운하를 호텔 안에 만들었다. 그리고 하얀 구름이 떠가는 하늘 또한 진짜처럼 느껴져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 김연옥


세계적인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Las Vegas). 사막 위에 건설된 도박과 관광의 도시로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최대 재원(財源)이다. 낮과 밤이 전연 다른 곳. 해가 저물고 어두운 밤이 되면, 거리의 휘황찬란한 조명과 호텔들의 독특한 쇼로 화려한 불꽃처럼 살아나는 도시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이다.

지난달 22일,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카지노 도시라는 선입견 탓인지 혼자 밤길을 다니기에는 위험한 도시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하루가 채 안 된 시간을 머물면서 죽기 전에 한 번은 더 가고 싶은 매혹적인 도시로 내 마음속에 어느새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가득한 라스베이거스 낮 거리를 나는 일행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사막에 세워진 도시라 엄청 무더웠다. 얼굴이 연방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이곳에는 우리와 달리 촉촉한 물기를 내뿜는 선풍기가 눈에 띈다. 

 사막 위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 선풍기도 독특하다.
사막 위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 선풍기도 독특하다. ⓒ 김연옥

 콜라 병 모양의 엘리베이터. 확실한 홍보, 뛰어난 상술을 느꼈다.
콜라 병 모양의 엘리베이터. 확실한 홍보, 뛰어난 상술을 느꼈다. ⓒ 김연옥

 과연 미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계산이 더 정확할까? 
과연 미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계산이 더 정확할까?  ⓒ 김연옥

콜라 병 모양으로 생긴 엘리베이터가 있어 신기하다 했더니 코카콜라 매장이 옆에 있었다. m&m 초콜릿 매장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는데, 미국에서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인상적인 것은 바로 판매대에 붙여져 있는 가격표이다. 예컨대 물건값이 4.99달러, 11.49달러, 18.99달러 하는 식으로 적혀 있다. 그렇다면, 미국 사람들이 과연 우리보다 계산이 더 정확하다는 말일까?

이런 식으로 가격을 표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다. 첫째는 경제 활성화 때문이라는 거다. 숫자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5달러와 4.99달러. 후자가 이상스레 훨씬 싸게 느껴진다. 둘째는 비싼 세금으로 만든 화폐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 그렇다고 하니 옳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트레저아일랜드호텔(Treasure Island)의 환상적인 '사이렌쇼(The Sirens of TI)'. 바다의 요정인 사이렌과 해적이 등장한다.
트레저아일랜드호텔(Treasure Island)의 환상적인 '사이렌쇼(The Sirens of TI)'. 바다의 요정인 사이렌과 해적이 등장한다. ⓒ 김연옥

  
  ⓒ 김연옥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백미는 저마다 하나의 주제로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고 있는 호텔들을 둘러보는 거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위치한 호텔들은 카지노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특색 있는 볼거리를 선사하기 때문에 호텔 투어를 하다 보면 절로 라스베이거스의 매력에 폭 빠지게 된다.

우리 일행은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본떠서 곤돌라가 다니는 운하를
멋지게 만들어 놓은 베네치안호텔(The Venetian)을 먼저 찾아갔다. 사공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곤돌라에 몸을 싣고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연인들의 모습은 마치 낭만적인 풍경을 담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 더욱이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이 알고 보니 호텔 천장이었는데, 진짜처럼 너무 기막히게 만들어서 계속 올려다보면서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베네치안호텔(The Venetian)서 바라본 미라지호텔(The Mirage). 미라지호텔은 '화산쇼(Volcano Show)'가 유명하다.
베네치안호텔(The Venetian)서 바라본 미라지호텔(The Mirage). 미라지호텔은 '화산쇼(Volcano Show)'가 유명하다. ⓒ 김연옥

미라지호텔(The Mirage) 쪽에서 밤하늘로 겁나게 치솟는 불기둥과 함께 꽝꽝 울려대는 폭발음이 잇따라 들려와 우리는 화산쇼(Volcano Show)를 보기 위해 서둘러 미라지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공연이 이미 끝나 버렸다. 밤 8시에 시작해서 자정까지 매시간 공연이 있긴 한데, 같은 시간에 하는 트레저아일랜드호텔(Treasure Island)의 사이렌쇼(The Sirens of TI)를 보기로 결정했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이다. 감미로운 노랫소리로 뱃사공들의 넋을 빼앗아 죽게 만들었다 한다. 바다의 요정과 해적이 등장하는 사이렌쇼 또한 무료로 즐길 수 있는데, 뮤지컬 공연을 연상시킬 만큼 재미있고 환상적인 쇼였다. 개인적으로는 벨라지오호텔(Bellagio)의 분수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음악인 '호두까기인형'을 보는 것 같은 벅찬 감동이 밀려올 정도로 몹시 아름다웠다. 늦은 밤이라 피곤한데도 15분 정도마다 펼쳐지는 분수쇼를 네 번 연거푸 감상을 했다.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Bellagio)의 아름다운 분수쇼.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Bellagio)의 아름다운 분수쇼. ⓒ 김연옥

  
  ⓒ 김연옥

라스베이거스의 야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패리스호텔(Paris Las Vegas)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드는데, 에펠탑 전망대로 올라가면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다. 낮보다는 5달러가 더 비싸다. 황량한 사막에서 거대한 카지노 도시로 성장한 라스베이거스가 있기까지는 1936년에 완성된 후버댐(Hoover Dam)의 영향도 컸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후버댐이 완성되자 도박장이 늘어나면서 세계적인 환락의 도시로 각광을 받게 된 셈이다. 미국 남서부 콜로라도강 유역의 종합개발에 의해 건설된 후버댐은 본디 볼더댐이라 불리다 미국 제31대 대통령 후버를 기념하여 이름이 바뀌어졌다.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의 카지노는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어쨌든 나름대로 카지노 손님들을 끌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옮겨 놓은 듯한 패리스호텔(Paris Las Vegas)도 보인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옮겨 놓은 듯한 패리스호텔(Paris Las Vegas)도 보인다.   ⓒ 김연옥

우리 일행이 하룻밤을 묵었던 럭서호텔(Luxor)은 이집트를 테마로 삼고 있었다. 밤이 되면,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강력한 빔을 발사하여 먼 곳에서도 이 호텔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것 또한 호텔을 홍보하여 카지노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리라. 10여 년 전, 탤런트 오연수씨 어머니가 고작 6달러로 100억 원이 넘는 잭팟(jackpot)을 터뜨려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만달레이베이호텔(Mandalay Bay) 또한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하고 있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행운을 안겨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허망함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그들이 어떻든, 하늘의 별들을 흉내낸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불빛은 언제까지든 꺼지지 않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카지노#호텔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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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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