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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야권단일후보 선출(투트랙) 합의

8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혁신과 통합'은 당 내 경선 후 야권단일후보 선출(투트랙)에 합의했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은 이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원 50% +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당 내 경선을 치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당 민주주의· 당 개혁 측면에서 많이 못 미친다, 특히 시민이 직접 참여할 길이 없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당초 28일 당 내 경선을 하기로 결정 했지만, 다음 달 6일(후보 등록일) 이전에 야권 통합 단일후보를 결정해야 하기에 당 내 경선일자를 25로 당겨 치를 예정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연일 시끄럽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의 의원직사퇴 문제로 파열음이 났고, 이어 '당내 경선방식'을 둘러싼 공개 설전이 계속돼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측과 천 최고위원·정동영 최고위원이 갈등을 보이는 양상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돌멩이를 앞으로 던져야 하는데 왜 옆으로 던지냐"며 비판했고, 언론에서도 "이럴 때가 아닌데 만날 싸움만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천 최고위원은 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건 당이 원칙을 지키고 개혁적으로 나가는 것의 문제"라며 "이에 대해 말할 스피커를 갖지 못해 내가 가진 생각을 홍보할 힘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원칙을 밀고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경선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이고 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조사는 배제하고 시민들이 직접 경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천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민주당 경선 먼저 해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활력 불어 넣어"

 

또 하나, 천 최고위원은 민주당 경선 후 야권통합후보를 선출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야권단일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원샷' 방식(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민주당과 다른 야당, 시민사회가 함께 치르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평소 '야권 통합'을 강조해 온 그의 발언과 일치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최고위원은 "필요하면 나도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 반드시 통합해야 하고 공동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이겨야 한다는 데 있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활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적극 투표하게 만들려면 이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며 "이러한 점에서 민주당 경선을 먼저 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이후 민주당이 '승리'에 도취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난립하는 등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에 대해 "피상적인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물론 겸손해야 하지만 복지 전쟁 승리임을 분명히 규정하면서 주민투표에서 보여 준 시민의 열기를 계속 가져가고 가열하는 대처를 했어야 했다"며 "물망에 오른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출마를 선언한 건 나 하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천정배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돌발적으로 발생했다.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할 때부터 퇴출 대상이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권유하는 분들도 있었다. 대한민국 심장 서울을 변화시킬 때 대한민국 전체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선거의 과정과 결과로서 수권대안 세력임을 보여주고 통합해야 할 텐데 내가 수권 능력을 보여줄 수 있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울 '복지수도'로 만들 철학과 비전, 경험 있다"

 

- 본인이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주민투표는 복지 전쟁이었고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는 복지 대첩 2라운드다.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총선·대선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서울을 '사람 수도, 복지수도, 인권수도'로 만들어야 할텐데 이를 위한 철학과 비전, 경륜, 의지를 (내가) 갖고 있다. 그동안 국가 비전이나 정책에 관해서 익혀왔고, 국회의원으로서도 오랫동안 정책에 대해 배운 바 있고 장관도 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아왔다. 복지 국가의 비전도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먼저 제시했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책을 통해 이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을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닌 더불어 잘사는 서울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손학규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가.

"무상급식 투표가 끝난 지 오늘(7일)로 2주가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서 불신을 갖게 됐다. 특히 내가 의원직 사퇴를 이미 공표한 뒤에도 강요라고 할 정도로 (사퇴 번복을) 압박했다. 정치인이 공표를 했는데 뒤집으라는 건 옳지 않다. 나로서는 서울시장에 나서면서 작은 기득권이라도 내려놓고 가려는 결연한 의지 표명이었다. 그럼에도 끝끝내 만류하니, '우물쭈물하다가 경선다운 경선을 하지 않고 시간도 없으니 적당히 여론조사 해서 가자'고 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통합해서 가자고 하면 힘을 가진 사람이 자기 의도대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구도를 짜 당이 민주주의를 이루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 개혁이며 당 공천 방법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이고 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활력이 살아나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경선다운 경선이 없는 무늬만 경선이 될까봐 우려했는데 2주가 지난 이 시점에서 꼭 그런 상황이 됐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며 일반 시민 참여를 완전히 봉쇄하고 여론조사를 하는 것으로 (당 내 경선 안을) 결정했다. 당 내 힘을 가진 손 대표 진영이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원래 걱정한 대로 우물쭈물하면서 가고 있다."

 

- 손 대표가 왜 그렇게 한다고 보나. 밖에서는 천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이 이 구도를 '손 대표가 원샷 경선을 염두에 두고 당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 즉, 박원순 변호사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라고 보고 있어서 격렬하게 반응한다고 인식돼 있다.

"(손 대표 마음을) 독심술 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대립한다고 해도 사태를 냉철하게 증거에 입각해서 봐야지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사실은 당 개혁에 관해서도 폭발했다. 당 개혁도 지난 7월 12일에 안을 확정해 최고위에 (넘겼는데) 시간만 흐르고 있다.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이 있겠지만 당을 지휘하는 손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당을 확고히 개혁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 원샷 경선은 불가능한가.

"민주당 경선을 거치고 야권단일후보 선출(투트랙)로 갔으면 한다. 나도 필요하면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 반드시 통합해야 하고 공동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겨야 한다는 데 있다. 승리를 위해 민주당의 활력이 중요하다. 민주당 밖에서 통합하면 다른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활력이 정말 보태지지 않고서는 (이기기) 어렵다. 작년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가 예다.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아직도 '묻지마 민주당' 투표를 한다. 제 1수권 세력이라고 믿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최소한 2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진보세력이 갖는 모든 힘을 끌어 모아야 이길 수 있다. 민주당의 활력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경선이 먼저 있는 게 적절하다.

 

내가 당을 혼자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통합 경선(원샷)도 있을 수 있다. 통합 경선이든 뭐든 간에 민주적, 개혁적인 방식으로 경선을 해야 한다. 원샷 방법을 주장하는 분들이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조차도 없다. 민주진보개혁 세력의 가장 큰 세력으로 민주당이 책임 있게 원샷 경선을 어떻게 할지 따져보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밖의 사정도 복잡하긴 하지만 우리도 준비해야 하는데 결국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 원샷으로 가면 천정배·정동영·조배숙·박주선 최고위원이 그만둔다고 했다는 소문이 돈다.

"누가 그러더냐. (하하) 다른 최고위원의 지원도 받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여서 '지원 사퇴하자'고 작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천사인볼트? 동아일보의 대접, 고맙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자료사진)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자료사진) ⓒ 남소연

- 공천심사위원회의 '당원 투표 50% + 여론조사 50%' 안으로 확정되면 어떻게 하겠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시민참여 경선을 하도록 관철시키려고 한다(시민참여경선을 하려면 프로그램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심위의 입장이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참여 투표는 신청만 받고 현장에 와서 주민등록증 보이고 투표하면 그만이다. 국민참여경선 할 수 있는데 안 하려고 한다."

 

- 시민참여가 동원 경선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큰 선거와 작은 단위 선거는 다르다. 국회의원 수준에서는 동원 경선을 걱정하지만 훨씬 큰, 대통령 선거는 누구나 투표하기로 당 내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통령보다야 단위가 작지만 830만(서울 인구)에 가까운 엄청난 단위다. 여기서 동원을 해서 뒤집는다는 건 무리가 있다. 서울시라는 큰 단위는 시민참여 경선으로 가는 게 옳다."

 

- 천 최고위원이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지 않아서 반대한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이 되고 싶어서 출마하긴 했지만 이번 선거 과정이 개혁적으로 흘러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여론조사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이번에 출마하면서 갑자기 말했나, 계속해왔다."

 

- 주민투표 끝난 후 민주당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지금은 완전 옛날 얘기 같다.

"물론 겸손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주민투표 승리를 선언하고 75%가 이뤄낸 복지 전쟁 승리임을 분명히 규정하면서 주민투표에서 보여 준 시민의 열기를 계속 가져가고 가열하는 대처를 했어야 했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는 관점은) 피상적인 생각이다. 물망에 오른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출마를 선언한 건 나 하나다. 주민투표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열정을 인정하고 키우고 살리는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못했다. 우물쭈물했다."

 

- 서울시장 출마 다음에 계속해서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천 최고위원에 대한 언론이나 당 내 평가가 박해지는 기류다.

"알고 있다. 그러나 이건 당의 원칙을 지키고 개혁적으로 나가는 것의 문제다. 당 내에서 힘이 약하고 원칙의 문제에 대해 말할 스피커를 못 갖고 있어서 내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거나 홍보할 힘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원칙을 밀고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동아일보에서는 천 최고위원을 빗대 천사인볼트(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스타트가 너무 빨라 실격당한 우사인 볼트에 빗댄 것)라는 기사를 썼더라.

"내가 조중동 특혜를 없애려고 해서 (나에 대해)비판적으로 쓴 것 같다. 동아일보의 대접, 고맙다. 나로서는 안철수 열풍을 예상 못했다, 누군들 했겠나. 나는 내 선택이 충정에 따른 것이고 해볼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눈치 보다가 늦게 나왔다고 해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먼저 나왔다고 지지율이 푹 빠진 것도 아니지 않나."

 

"안철수 현상, 노풍 버금가는 엄청난 태풍"

 

- 박원순 변호사가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아주 훌륭한 시장 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출마 결심을 안 했다면 전적으로 도울 수도 있을 거다. 국가를 위해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한다면 승패가 나는 것 자체가 축제고 상호협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박 변호사가 시장 선거에 나온 것은 매우 잘된 일이고 환영하는 바다. (경쟁력이) 센 후보가 나오면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들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도 욕심이 있지만 내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판단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이번에 안철수 쓰나미 현상이 생기면서 민주당의 존재감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사태가 왔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스스로 개혁적인 자세를 가져가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잘 담을 수 있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워낙 큰 돌풍이 부니까 민주당 내의 개혁적인 경선 이슈가 파묻혀 단지 기술적인 문제인 것처럼 비춰지는 게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이 바람이 지나고 보면 민주당이 얼마만큼 제대로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 문국현 등 외부인사에 대한 바람이 불 때가 있었다. 이번 안철수 바람은 특별하게 느껴지나.

"문국현도 이번만큼 강도가 세지 않았다. 이번에 안철수 현상은 노풍에 버금가는 엄청난 태풍이다. 정치인들이 이 현상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에 휩쓸려 가버릴지도 모른다고 본다."


#천정배#서울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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