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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시가켄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미호뮤지엄에서는 9월 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석 달 동안 시가켄 여러 절에 흩어져 있는 불상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시가켄은 히에잔(比叡山) 산을 경계로 교토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가켄에는 비와코호수라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시가켄의 역사와 현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히에잔 산은 교토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으로 일본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오야마구이노가미(大山咋神)라고 하는 산신 신앙의 본거지입니다. 일본의 산신신앙은 하늘과 연결된 천신숭배신앙이기 보다는 산 자체를 신성시하고 숭배하는 산악숭배 신앙이 강합니다.

 

일본의 산신 신앙은 일본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토착신앙입니다. 나중에 들어온 불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치 이념으로 확립되어 민간으로 확대됩니다. 이 때 불교가 산신 신앙을 받아들여 불교와 산신 즉 민간 신앙과 섞이게 됩니다.  

 

나라시대에도 일시적으로 수도를 나라에서 시가켄 오츠로 옮겨온 적도 있습니다. 그 결과인지 일본에 불교문화 유적이 많은 곳으로 셋을 꼽는다면 교토, 나라, 시가켄을 들 수 있습니다.

 

시가켄은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호수 주변으로 빼어난 산세를 가진 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산과 호수 사이에는 넓고 평평한 땅이 있어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고대 문명은 물을 끼고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일본 고대 문명은 호수를 끼고 일어났는지도 모릅니다. 그 호수가 바로 시가켄에 있는 비와코 호수입니다.

 

시가켄에 있는 히에잔 산에는 엔략쿠지 절이 있습니다. 이 절은 사이쵸(最澄)가 도를 닦아서 처음 세운 이후 일본 불교의 어머니 산으로 많은 종파의 종조를 배출한 성스러운 산입니다. 이 산이 시가켄에 있다는 것은 일찍부터 시가켄이 일본 불교를 낳고, 키우고, 자라게 한 곳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가켄의 많은 절들에는 지금도 귀한 불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시가켄 절들에 있는 불상, 불경과 진자에 있는 여러 조각상이나 귀중한 문화재급 유물들을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시가켄 여러 절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전시품들은 시가켄 사람들이 오랫동안 잘 간직해온 보물입니다. 아니면 신성한 불상들이 시가켄을 지켜왔는지도 모릅니다.

참고문헌, 특별전, 불상과 신들의 고향 오미(神佛います近江), 201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미호뮤지엄, #시가켄,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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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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