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학 구조조정의 메스가 국립대학으로 확대된 지난 23일 오전, 군산대가 호남권에서 유일하게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교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업무에 손을 놓다시피 했다.
특히 저학년은 물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지방대학' 꼬리표로 인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립대학판 부실대학이라는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게 한 대학측을 원망하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946년 9월, 초등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이 인가돼 이듬해 2월 개교한 군산사범학교가 모태인 군산대는 '군산교육대학'과 '군산수산전문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안고 있는 국립 4년제 종합대학이다.
군산교육대학이 폐교되고, 이듬해인 1979년 3월, 6개 학과·302명 신입생으로 군산지역 유일의 4년제 대학 문을 연 군산대는, 199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이후 지역 내 국립전문대학이었던 '군산수산전문대학'을 흡수, 통합시키면서 현재는 6개 단과대학에 52개 학과, 4개 대학원으로 성장, 8천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군산대는 최근 정부의 국립대 학과신설 억제 분위기에도 불구, 간호학과와 해양경찰학과, 조선공학과 등 수험생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학과를 잇따라 신설하면서 입시 경쟁률은 물론, 입학성적 상승으로 기존 전북대와 원광대 사이에서 '샌드위치' 형국인 대학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신임 총장이 지역의 낙후된 의료현실을 이유로 대학성장에 '필수불가결'인 의과대학 신설 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새만금캠퍼스 구축에도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대의 '억울함'이 일정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군산대의 해명에도 불구, 대학 구성원이 받은 충격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향후 이들을 달래는 일이 급선무다. 25일 현재, 대학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어떠한 설명도 안내되고 있지 않다.
또, 전북대 등 인근 거점국립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독자생존'을 고수하는 강경책을 원점으로 돌려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대학 학령인구에 대비, 유사학과 통·폐합으로 몸집을 줄여 전북대와 통·폐합 추진에 나서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 밖에도 자체 구조개혁계획을 수립, 교과부로부터 심의를 거쳐 이행점검을 받아야 하며, 당장 내달부터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사무국장을 민간인사로 영입, 총장 직선제 개선도 추진해야 된다.
군산대 김형주 기획처장은 "취업률이 2년 전과 비교할 때 10% 이상 높아지는 등 나름대로 선전을 하고 있지만, 열악한 지역여건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북중앙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