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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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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회 국정감사도 '무난하게' 넘겼던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아침 발칵 뒤집혔다. '방통위 실세'로 꼽히며 승승장구해온 황철증(50)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이 억대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황철증 국장은 지난 7월 방통위 직원들이 뽑는 우수 간부에 3년 연속 포함되는 등 방통위 내부에서 신망을 받던 인물이어서 충격이 크다.

<시사IN> "황철증 통신정책국장, 업자에게 억대 금품 수수"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이날 발행한 '방송통신위 최고 인재의 수상쩍은 친교'란 기사에서 황 국장이 컴퓨터컨설팅 회사 대표인 윤아무개씨로부터 금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학비 명목 등으로 빌려준 돈만 7000여만 원에 달하고 윤씨가 건넨 신용카드를 사용한 금액도 3000만 원이 넘는 등 기사에 직접 거론된 액수만 1억 원이 넘는다.

또 윤씨는 수시로 황 국장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한편 지난 5월 특허 출원을 하면서 미국에 유학중인 황 국장 두 자녀 이름을 발명자로 넣어 학교를 옮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도됐다.

그 대가로 황 국장은 지마켓옥션, SK텔레콤, NHN 등 고위 임원에게 윤씨를 소개시켜줬고 실제 지마켓옥션에서 1억 원짜리 용역을 수주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지만 SK텔레콤, NHN과 주선한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윤씨가 황 국장에게 3억 원 자금 조달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시사IN> 보도가 나가자 방통위는 황 국장을 대기 발령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아직 정확한 사실 확인이나 업무 관련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칫 사건을 방치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황 국장뿐 아니라 방통위 전체로 의혹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 2009년 3월에도 신아무개 과장이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케이블방송업체 직원에게 성 접대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이미 큰 생채기를 겪었다.

'성접대' 이어 '스폰서 국장'... 방통위 도덕성 타격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23일 아침 감사담당관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뒤 진상 규명을 지시했고 방통위는 지난 이틀 동안 황 국장과 제보자 윤씨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 결국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26일 오전 긴급 간담회를 열어 황 국장을 대기발령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취재 과정에서 황 국장이 윤씨가 지인에게 빌린 돈 4500만 원을 포함해 6500만 원을 급히 갚은 것도 의혹을 키웠다.

황 국장으로부터 윤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기사에 언급된 업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황 국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어 누군가를 소개받은 적은 있지만 윤씨를 만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회사 프로세서상 이런 부탁이 오면 유관 부서에 전달할 뿐 직접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시사IN> 보도에 언급된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상임위원들은 황 국장이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을 실망케 한 품위 손상 행위를 개탄하며 사표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모았다"면서도 "황 국장이 업자에게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보도와 당사자의 진술 내용이 너무 달라 검찰에 즉각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제보자, <시사IN> 보도 부인... 주진우 기자 "관련 증거 확보"

방통위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제보자 윤씨 역시 자신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보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윤씨는 황 국장과 개인 친분 관계일 뿐 돈을 빌려준 적도 없고 카드나 향응 제공까지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국장이 갚은 돈 역시 윤씨가 아닌 제3자에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한 달 동안 취재를 통해 녹취록과 관련 증거를 모두 확보했다"면서 "황 국장과 윤씨간에 지난 금요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해당 기사에는 황 국장이 윤씨에게 받아 사용한 카드 사용 내역서와 황 국장 두 자녀 이름이 들어간 윤씨 회사 특허, 황 국장 소개로 따낸 사업계약서 등이 증거로 제시돼 있다.

정보통신업계에선 그간 윤씨의 전력을 들어 그가 애초 제기한 의혹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씨가 평소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억대 투자금을 유치하고 다녀 주변에서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황 국장 역시 <시사IN> 기사에서 "현재 검찰에 걸려 있는 윤씨 사건이 5~6개나 되는 것으로 안다"며 윤씨 경력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국장이 정보통신업계의 큰 이권이 걸린 통신정책 실무 책임자이고 두 사람 사이에 금전 관계와 사업 관련 청탁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이상 황 국장뿐 아니라 방통위 도덕성에도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통위#황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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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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