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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닝맨'은 이제 단순한 달리기도 미션의 일환으로 활용할 줄 안다.
 '런닝맨'은 이제 단순한 달리기도 미션의 일환으로 활용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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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아니 '우리 런닝맨이 달라졌어요' 수준이다.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이하 '런닝맨')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포맷과 캐릭터, 그리고 시청률 모두 안정적이다. 더 이상 제작진과 출연진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지 않는다. PD의 방송재개를 알리는 큐 사인을 게임 재개 신호로 알아들을 정도로 예능 초보였던 개리는 이제 유행어 "스트뤠쓰~!"를 연발하며 송지효와 '월요커플'을 이루는, '런닝맨'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해 여름 '런닝맨'이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이 방송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걷지 말고 뛰어라'라는 모토 아래 도심의 랜드마크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는 기획 자체는 쓸 만 했지만 문제는 제작진이 추격전이 예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다는 데 있었다.

정신없고 답답했던 과거의 '런닝맨'

초창기 '런닝맨'은 일단 뛰고 봤다. 게스트까지 포함해 십여 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을 고작 쫓는 쪽과 쫓기는 쪽, 2개 팀으로 나눠 뛰게 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맥락 없는 게임을 집어넣었다. 출연진은 정신없이 달리다 멈춰 서 게임을 하고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지 못한 채 따로 놀았고, 때문에 방송의 흐름은 출연진이 멈춰 게임을 할 때마다 뚝뚝 끊겼다.

'런닝맨'의 게임은 신선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전혀 생소한 게임 앞에서 개리, 송지효, 이광수 같은 예능 초보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게임과 대화를 통해 출연진의 개성을 파악하고 캐릭터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유재석도 정신없이 몰아치기만 하는 '런닝맨'의 포맷 아래서 맥을 못 췄다.

그렇다고 추격전이 박진감 넘쳤는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니었다. 10명에 가까운 인원을 고작 2개 팀으로 나누다 보니 카메라의 앵글 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찼고, 이는 곧 시청자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게다가 어떠한 심리전이나 함정, 복병 같은 의외의 상황을 가능케 하는 돌발요소 없이 그저 우직하게 달리기만 하는 추격전에서 소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후 '런닝맨'은 회를 거듭할수록 바뀌어 갔다. 제작진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지했고, 문제가 된 부분들을 하나둘 고쳐나가면서 '런닝맨'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환골탈태했다.

제작진의 노력으로 점차 바뀌어간 '런닝맨'

 '런닝맨'은 게임을 미션화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런닝맨'은 게임을 미션화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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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송에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쳐냈다. 하루 녹화를 2회 분으로 나눠 편집해 늘어진다는 평을 듣자, 하루 녹화분은 한 주 분량으로 딱 떨어지게끔 편집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방송의 밀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전체인원을 3개 팀으로 나눠 카메라 앵글 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잡히는 현상을 피했다.

그 다음엔 게임 방식에 변주를 줬다. 게임과 추격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 둘이 따로 놀지 않게 했다. 게임에서 이기는 팀에게 추격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을 주는 방식은 게임을 추격전의 품 안으로 끌어들였고, 다 같이 모여서 하는 게 아닌, 일정 장소에 먼저 도착한 팀이 순서대로 게임을 수행하고 떠나는, 이른바 미션의 방식을 띠면서 게임은 그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이 손 본 부분은 솔직하고 우직하기만 한 추격전을 좀 더 멤버들 간의 신경전이 오고가도록 한 것이다. 최초에는 자신들을 쫓는 인물의 정체를 감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멤버들은 등 뒤의 이름표를 떼어갈 사람이 내부에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누군지는 모른다. 이 상황에서 당연히 멤버들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거기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추격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제작진의 아이디어는 날로 더했다. 범인의 정체를 감추는 방식이 지속되고 뻔해지자 이번에는 게스트에게 범인 역할을 맡기고 게스트의 존재를 숨기는 식으로 방식에 변화를 줬다. 그 다음에는 범인 1명에 그를 돕는 스파이를 선정해 멤버들이 범인뿐만 아니라 팀 내부의 스파이까지 알아차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유재석은 "왜 우릴 자꾸 의심하게 만드냐"며 한탄했지만 보는 시청자는 흥미진진하다.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은 '런닝맨'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방송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자 멤버들 역시 그 안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발견 및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유재석은 '유혁' 및 '유르스윌리스'라는 별명을 통해 게임에서 잘난 척 깐죽거리면서도 추격전에서 무서운 능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하하는 원래 자신의 예능 캐릭터였던 '상꼬맹이'와 이어지는 '하로로'란 별명을 만들어 지석진, 유재석과 같은 형들에게 떼쓰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개리와 송지효는 '월요커플'이란 캐릭터로 실제 연인 같은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해 그간 버라이어티에서 일종의 금기였던 멤버 간 러브라인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됐다. 특히 송지효는 여배우이면서도 여자 게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마다 안 해 '런닝맨'에서 큰 재미를 주는 중요 캐릭터가 됐다. 이외에도 '모함광수', '능력자' 등 '런닝맨' 멤버들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구축해 방송에 활기를 더했다.

'런닝맨'의 성공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결국 방송이란 제작진이 만드는 것이고, 그 어떤 명 MC를 데려와도 제작진이 무능하다면 그 방송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신선하고 기발한 콘텐츠는 그 자체로 유의미하기보다 그것을 예능이란 틀 안에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런닝맨'이 잘 보여준다. 이제 <일요일이 좋다>는 양 코너 중 적어도 한 쪽의 걱정은 던 셈이다.


#런닝맨#유재석#개리#송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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