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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이 소설가 공지영씨가 쓴 <도가니>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온 나라가 '도가니(쇠붙이를 녹이는 그릇)'가 되었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이 125만 명을 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까지 <도가니>를 말할 정도입니다. 아마 공지영씨나 황동혁 감독이 '창작'했다면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난 2000년부터 광주인화학교에서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들이 청각장애을 가진 아이들을 성폭력과 학대로 철저히 짓밟았습니다. 성폭력도 분노가 치미는데, 이 끔찍한 죄를 지은 자들이 권력을 손아귀에 쥐었고 전관예우를 등에 입은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판사라는 견고한 '법카르텔'은 이들을 단죄하지 않았습니다. 단죄받지 않은 자들 중에 일부는 그 뒤로도 아이들을 가르치기까지 했으니 온 나라가 도가니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인화학교 관할 고법인 광주고법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속 재판에서는 인화학교 교장이 상습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여러 명의 피해학생에 대해 여러 차례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되었으나, 실제 재판에서는 해당 교장이 혼자서 1회 성폭행을 한 것으로 기소됐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도가니>가 '도가니'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사법부는 이런 해명자료도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청은 경찰청 본청 수사대 5명과 광주지방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 가해 교사들의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 ▲ 관할 행정 당국의 관리·감독 상의 적정성 여부 ▲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비리 등 3가지를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학교 권력자와 전관예우, 제대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 단죄하지 못한 법원 그리고 경찰 재수사는 '뒷북'은 도가니가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었습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성범죄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나영이 아빠의 편지 "제2 조두순을 막아주세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28일 오후 8시 40분 현재 8만2262명이 서명에 참여했습다(<"제2 조두순을 막아주세요>).

 

서명 참여한 누리꾼 'mh***'는 "아동 성범죄가 이세상 사라지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서명합니다", 'jcu****'는 "서명합니다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해야 합니다", 'woo****'는 "서명합니다! 아이들이 걱정없이 지낼수 있도록 어른들이 힘써야 합니다", 'unis****'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만 흘러내린다. 엄격하게 법을 만들어 실행해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인데.... 바라만봐도 미소가 나오는 이쁜 아이들인데... 제발 이런일이 다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막아야할 일입니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분노입니다. 하지만 분노로면 끝나면 도가니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 현재진행형만 아니라 미래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 11일 등교 중이던 김나영(가명 당사 8세)을 무참히 짓밟았던 '조두순 사건'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도 분노했습니다. <도가니>처럼 쇠붙이를 녹일 정도로 분노했지만 어둠과 악의 세력들 아직도 우리 아이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건이 있습니다. 2009년 3월 7일 스스로 생명을 던진 장자연씨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장자연씨 죽음에 대해 처음에는 '자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자연씨는 밤과 어둠의 세력들에게 무참히 짓밟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모두가 분노했지만 잊혀졌습니다.

 

조두순과 장자연씨 그리고 <도가니>를 통해 우리가 할 일은 뜨거운 분노와 함께 성폭력죄는 공소시효가 없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이게 <도가니>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진짜 목적일 것입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 "영화는 세상에 대한 사이렌과 같아서,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 멈추지만 곧 제 걸음을 간다"며 "영화가 일으킨 공분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는 만족감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도가니'로 들끓는 분노… 세상을 바꿀까


#도가니#성폭행#조두순#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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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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