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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과 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 회원분들이 한국의 청년유니온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현해탄을 건너 서울 신길역 부근에 위치한 모 대형 성인나이트 클럽 옆의, 나이트클럽 주류창고처럼 누추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청년유니온 사무실까지 방문한 목적은 뭘까요? 글쎄요. 혹시, 한국의 청년운동가들과의 부킹을 위해서? 양국의 불안정노동 청년층의 대안적 사회안전망 모델을 잉태하기 위해? (아, 이 부킹, 이 잉태, 진정 아름다운데요?)

요즘 '핫'한 양국 청년유니온의 만남!

이날 청년유니온을 방문한 이들은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 서기장 가와조에 마코토, 일본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의 활동가 다카자와 아미씨 등 네 분이었습니다. 이들을 환대한 한국의 청년유니온의 얼굴로는 김영경 위원장, 조성주 정책기획팀장, 조금득 사무국장 등의 빅네임(?)들과 저 같은 이름 없는 일개(!) 조합원들이 있었지요.

우리들은 비록 국적이 달라서 말도 잘 안통하고 네임밸류에서도 엄연한 위계 차를 보였지만(!), 마주치는 순간 각자의 눈빛들은 모두 뜨거운 연대애로 불타올랐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눈빛은 이내 우리를 '작업질'로 이끌었지요.

시작은 먼저 한국의 청년유니온이 했습니다. 한국 청년유니온의 지난 1년 반 동안의 활동들을 조성주 정책기획팀장이 영상과 함께 간략하게 발표했습니다. 일본 활동가분들은 통역을 통해 진지하게 경청했고요. 특히 청년유니온의 피자체인점 30분배달제 폐지나 커피전문점의 주휴수당 미지급 고발 및 카페베네 측과의 교섭 성공 등의 활약상에는 박수를 치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청년유니온의 다양한 소모임 활동, 월례강좌, 캠페인, <레알청춘> 책 발간 등에도 크게 관심을 보였지요. 조성주 팀장의 발표 내내 '1년 반 만에 어떻게 그렇게 성장할 수 있냐. 대단하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며 한국의 청년유니온에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었습니다. 대체로 '어떻게 저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지? 무서운 녀석들일세…'하는 표정들이었지요.

급기야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 가와조에 마코토 서기장은 "한국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높은 결속력을 가질 수 있는가"라고 물어왔고, 이에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며 "이들이 한데 모여서 심리적인 안정이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직종이 다름에도 나름의 결속력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유배된 자들이 느끼는 동지의식 같은 거랄까요.

한편 가와조에 서기장은 "월례강좌에 초대되는 우석훈 박사(일본 활동가분들도 우석훈 박사를 다들 알더군요)나 다른 대학교수들은 어떻게 초대한 거냐? 강의료가 비쌀 텐데…"라고도 의아해했는데, 이에 김 위원장이 "전부 공짜로!"라고 짧게 답하자 "일본엔 그런 훌륭한 지식인들이 없다!"며 주먹으로 본인의 무릎을 강하게 내리치며 애통해하기도 했죠.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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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그것만이 아픔을 해결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유니온의 일본 유니온 식구들에 대한 선물 전달식이었습니다. 한국의 청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라 할 수 있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컵을 증정했습니다. 일본의 가와조에 서기장은 함빡 웃음 띤 얼굴로 "문구가 아주 마음에 든다"며 "일본의 청년유니온에서도 이 문구를 써도 되냐"고 물었고, 이에 문구 창안자인 한국 청년유니온의 조금득 사무국장은 "공짜로 써도 된다며"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조 사무국장은 컵을 증정하며 "한국의 베스트셀러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책의 제목부터 청년들이 겪는 구조적 아픔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고, 일본의 가와조에 서기장은 "일본에도 그런 정서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은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질러야 그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는데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빨리 중국에도 청년유니온을 만들게 해서, 한중일 3국에, 나아가 세계의 청년들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란 말을 유행시킵시다!"

  한국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일본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기념 촬영!
 한국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일본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기념 촬영!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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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일본 청년유니온과 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은 희망청과 청년유니온, 함께일하는재단에서 29일(목) 오후 2시에 개최한 <청년의, 청년에 의한 상호부조 모색과 토론 Let`s do it ourselves>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10월 1일(토) 오후 5시 문래동 '대안공간 문'에서 열리는 청년유니온의 <청년은행기금마련 후원의 밤> 행사에도 참석합니다.



#청년유니온#일본청년유니온#청년 상호부조#청년유니온 후원의 밤#레알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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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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