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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집 계약했어?"

"아니요. 어제 계약하기로 했는데 그 사람도 갈 곳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못했어요."

"그 사람도 전세로 가는 건가?"

"네~~"

 

답하는 A씨의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집 때문에 신경 써서 그런가 입술이 다 부르텄네."

"말도 마세요. 요즘 시간만 나면 이 부근 부동산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는데도 전세 나오는 것이 아예 없데요."

 

수영장에서 만난 A씨가 집을 얻어야 한다고 한 게 추석 무렵 어느 날이었다. 그가 나에게 "혹시 언니네 동네에 전세 나오는 거 있어요?"하고 물었다.

 

"글쎄, 난 잘 모르지. 부동산에 알아보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부동산에 알아보고 있는데 혹시 입소문으로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집 주인이 집을 판다고 했을 때 A씨는 자진해서 집주인에게 6000만 원을 올려주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을 팔 일이 생겨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했단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집 전셋값은 1억 4000만 원. 6000만 원을 더 올려주면 2억이 된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평수는 28평형.

 

'28평형의 전셋값이 2억이라니! 그것도 서울도 아닌  경기도에서...'

 

A씨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집 주인은 팔고자 하는 아파트의 시세가 3억 1000만 원에서 3억 2000만 원이라며 그 정도의 가격을 받고 싶어한단다.

 

며칠 후, 추석 전 친구 아들 때문에 A씨가 사는 동네 부근의 집을 보러 다니게 됐다. 집을 보러 간 곳은 A씨가 살고 있는 곳에서 5분 정도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었다. 그곳 32평형 아파트 매매 가격은 2억 5000만 원~2억 6000만 원이었다. 친구 아들이 구하려고 하는 곳의 아파트는 A씨가 사는 곳보다 편의시설과 지하철역이 멀었다. 평수는 A씨가 사는 아파트보다 넓었지만 다소 생활 여건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매매가는 더 쌌다.

 

A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A씨도 동네 부근 아파트 시세 사정을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은 아이들 초등학교도 가까워 멀리 떠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8000만 원 올려달라는 집주인... 집을 사야 하나

 

사실 아이들이 어리면 학교는 물론 병원, 마트, 지하철역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가까운게 좋다. 현재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20년이 다 돼가지만 역색권으로 그 부근에서는 가장 살기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게 전세 구하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A씨에게 집주인은 8000만 원 전셋값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단다. 하지만 주인의 제안에 A씨도 얼른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본인이 예상했던 가격보다 2000만 원(조금 무리해서)을 더 올려주면 되긴 하지만 나중에 그 시세에 전세를 빼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집 주인의 요구대로 8000만 원을 올려주면 아파트 매매가격과는 불과 1억 원 안팎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A씨가 "이러다가 은행 대출 받아서 집을 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체념한 듯 이야기한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그는 은행대출 받아서는 집을 살 수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대출 받아서 집을 사면 그동안 조금씩이나 하던 저축도 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두 아이 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너무나 힘들 것이 아니겠냐면서.

 

누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고 하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저럴까 싶다.

 

만약 대출을 받아 산다면 보나마나 다달이 적자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의 시름이 깊어 보였다. 그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하며 마음이 흔들리게 된 것은 한 달 동안 발품을 팔았지만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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