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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주 한 편씩 신용카드에 관련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매주 한두 가지씩 새로운 정책과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는 1년 이상 휴면 카드에 대하여 자동해지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내놓더니, 이번 주에는 '신용카드 1만 원 이하 결제 거부'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해외겸용 신용카드 발급을 규제하고 국내전용카드 발급을 늘이겠다는 발표를 하였지요(관련기사 : <'휴면카드' 골치라더니...금융당국 순진하시네> <'해외겸용카드' 만든 당신, 남 좋은 일 하셨네요>).

 

이번 주에는 이르면 내년부터 1만 원 이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고쳐 가맹점 사업자가 1만 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고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금액에 관계 없이 소비자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중소상인들의 가맹수수료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헌법상 과잉금지에 해당한다는 가맹점주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신용카드 의무수납 폐지 또는 완화 조치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큰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과소비를 부추기는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하여 10년 이상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였습니다.

 

 

세금까지 깍아주며 신용카드 사용 권하던 정부

 

정부는 그동안 앞장서서 세금을 깍아주면서까지(연말정산 때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로 남발로 인하여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도 신용카드사용을 권장하는 정책기조를 꾸준히 유지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쇼핑 패턴은 신용카드사용에 매우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결제 수단이 등장함으로써 이미 현금거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금 대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소액결제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금을 주고 10원, 100원 단위의 잔돈을 주고받는 것이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을 신용카드와 전자결제 위주로 바꾸어 놓은 정부가 이제 와서 소액결제는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제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며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정부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등의 경우 10달러를 기준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습니다만,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인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였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1만 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거부 제도가 시행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장바구니에 담아 1만 원 이상을 한꺼번에 구입하여 신용카드 결제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1만 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 거부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불편한 동네슈퍼마켓이나 분식점, 식당 등 중소 가맹점을 점점 더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금이 없으면 분식점에서 라면이나 토스트도 하나 못 사먹고 담배도 살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소 가맹점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목표라면 1만 원 이하 신용카드 거부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심지어 골프장보다 높은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중소가맹점에 정작 필요한 것은 '수수료 인하'

 

지역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동네마다 기업형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중소상인들을 지원하는 조치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네 분식점 신용카드 수수료가 대형마트나 백화점 심지어 골프장보다 높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현재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똑같은 매출 1000만 원에 대해 골프장은 카드사에 15만~33만 원의 수수료를 내는 반면, 분식집 등 음식점은 21만~27만 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소가맹점들의 요구사항은 가맹점 수수료를 1.5% 이하로 낮춰달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 당국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중소상공인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난데없이 왜 신용카드 1만 원이하 결제 거부를 들고 나왔을까요? 요즘 인기 있는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에서 다루는 이슈들처럼 꼼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부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격지 않고 중소상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1만 원 이하 소액 결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아예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원정책과 대기업 규제 정책은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서, 신용카드 1만 원 이하 결제 거부권을 주겠다는 졸속정책으로 귀결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중소상공인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전자결재#결제거부#금감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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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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