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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협이 1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인의 재일자산 조사보고서철’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일제피해자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변협이 1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인의 재일자산 조사보고서철’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일제피해자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일제피해자공제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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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 동원돼 후생연금에 가입된 명단이 공개되면서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배상 노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조선인의 재일자산 조사보고서철'을 분석하고, 정부는 대일 보상금 청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지난 11일 일본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정신대근로자 5713명의 명부를 공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중 673명만 연금 탈퇴 수당을 받았고, 나머지 5040명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당을 지급 받은 이들은 최저 10엔에서 최고 300엔까지다.

이와 관련, 일제피해자공제조합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추가 명부 공개와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제조합과 시민모임은 11일 논평을 통해 "이번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확인했다고 해서 일본정부를 상대로 '보상의 길이 열린 것'도 아니고, '보상'이라는 언급 자체 역시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일제시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양금덕 할머니 등은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해방 당시 액면가인 99엔(한화 약 1300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60여 년간의 화폐가치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급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반영 안 된 99엔 지급, 치욕적이다"

이들은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이나 화폐가치의 변동뿐만 아니라, 해방 66년 동안 이를 방치한 상황인 만큼 지연시킨 것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하는 것이 상식적 이치"라며 "66년 전 액면가 그대로를 지급하는 이런 몰상식적인 현실을 보고서도 '보상' 운운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거나 한가한 현실인식"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2009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한테 99엔이 지급될 때, 이는 단순히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한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대해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해 줄 것을 누차 주문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를 방치해 왔다. 그 결과 또 다시 99엔 수치를 맛보게 되는 치욕적 상황을 오늘 또 한 번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66년 전 액면가를 최소한 현재 화폐가치를 반영해 지급해 달라는 이런 외교적 조치마저 할 수 없는 무력한 정부라고 한다면, 이게 과연 정부라고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존재가치가 과연 어디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한국정부가 99엔에 눈을 감는 것은 99엔을 던진 일본정부에 더 큰 용기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라며 "99엔에 침묵하면, 99엔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일본정부에 후생연금뿐 아니라 미불 임금에 대한 지급요구도 함께 했다.

"일본정부, 국책은행에 보관 중인 수조원대 공탁금 등 미불 임금 지불해야"

이들은 "기업별 미불임금 기록은 물론 수조원대에 달하는 공탁금을 현재까지 온전히 일본은행에 보관하고 있다"면서 "임금의 일부인 연금 수당은 지급한다면서, 임금은 정작 왜 돌려주지 않고 있는지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길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정부에 "제 국민의 임금이 해방 66년 동안 일본은행에 그대로 잠자고 있는데도 이를 못 찾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도 최근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분석한 '조선인의 재일자산 조사보고서철(일본 국립공문서관 소장)' 1차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일본 35개 도도부현 소재, 317개 기업, 446개 작업장이 공탁한 조선인노무자 133,354명에 대한 공탁금 27,981,050.18엔(1인당 평균 209.51엔)을 확인했다"며 "본 자료를 근거로, 일본정부와 기업에 대해 향후 관련 자료의 적극적 발굴 공개 및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조선인 재일자산' 자료 분석... "일본정부의 사과와 보상 뒤따라야"

변협은 또한 한국정부와 시민사회에 ▲일본정부가 사과와 보상에 나서도록 촉구할 것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협상 중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에 대해 지원할 것 ▲한국 국회의 전범기업 입찰제한 결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 등을 요구했다.

변협은 일본정부에 ▲'보고서철' 및 '일람표' 수록 기업의 개인별 공탁금 명세서의 조속한 공개 및 제공 ▲관련자료 발굴 및 공개,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 등을 촉구했다.

이 자료는 일본공문서관에 소장 중인 것으로,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원이자 일본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사무국장인 고바야시 히사토모의 노력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총 407쪽으로 구성된 이 자료에는 근로정신대 소녀들을 강제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은 물론, 중국인 피해자에게만 사과·화해금을 지급한 니시마쓰건설 등 주요 기업이 망라되어 있다고 변협은 밝혔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전화통화에서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할 때 우리 정부는 고작 대사관 차량 1대를 보냈을 뿐, 어떤 관심과 지원도 보이지 않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외교적 노력 없이는 일본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으며, 피해자들은 결국 '99엔 꼴'로 전락하는 국제적 수치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밝혀진 징용 노무자는 최소 약 70~80만 명 정도이며, 이들 모두 후생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0여 년을 끌다 결국, 지난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 패소 결정으로 끝났으며, 99엔 지급 관련한 부당 행정처분 이의신청 역시 최근 재심사까지 패소했다. 현재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9차에 걸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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