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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닿자마자 '네팔 냄새'가 코에 진동했다. 우스운 결벽증을 지닌 나로서는 불쾌한 첫인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네팔에서 열두 밤을 지내고 돌아간 한국에서도 낯선 냄새가 코에 닿았었다.

"나마스테,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나를 맞아주던 네팔 국기에 조그만 인사를 나누고 그대로 게스트하우스로 떠났다. 대충 짐을 부리고 화장실을 찾았다. 비행기 안에서 콜라를 너무 들이마신 게 화근이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는 금방 다시 닫았다. 갑자기 양변기를 기대한 내가 우스웠다. 텔레비전에서는 이상한 말만 쏟아져 나왔고 천장에는 온갖 벌레들이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일기장을 열어 네팔에서의 첫 문장을 썼다.

"하아…. 네팔. 열두 밤은 언제면 지날까?"

지긋지긋했다. 정확히 하자면 지긋지긋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음 날 네팔의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위안 삼았다. 네팔에는 ADRF(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에서 진행하는 하계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네팔이라는 그 자체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네팔의 아이들을 만나고 도움을 나누어줄 수 있다는 것에 충동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ADRF 네팔 해외봉사단 네팔 가기 전 인천공항에서 어색한 단체사진
▲ ADRF 네팔 해외봉사단 네팔 가기 전 인천공항에서 어색한 단체사진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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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칼라얀 학교에 가는 골목길 발칼라얀 학교에 가는 노란 티셔츠들
▲ 발칼라얀 학교에 가는 골목길 발칼라얀 학교에 가는 노란 티셔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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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는 노란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발칼라얀 학교로 향했다. 교육봉사는 물론이고 물품지원까지 할 요량이었다. 아침부터 카트만두 시내는 어지러웠다. 경적소리가 온 도시를 메웠고 여기저기 소리를 질러대는 네팔 사람들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발칼라얀 학교로 가는 골목길로 들어서니 이내 소음은 잦아들고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그만 분교 같은 발칼라얀 학교가 보였다. 아이들은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환영인사를 하러 골목에도 쏟아져 나와 있었고 창문에도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학교로 들어가려는데 선생님이 자기 이마의 띠까(tika)를 가리켰다. 덧붙이자면 띠까는 힌두 문화권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으로 이마에 붉은 점을 칠하고 축복을 기리는 의식이다. 나는 흔쾌히 앞머리를 들어서 이마를 갖다 대었고 선생님은 곧 붉은 쌀알을 내 이마에 붙여주셨다. 학교 도서관(사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아서 무리가 있다)으로 가는 동안 내 콧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이마에서 지워낼 수는 없었다.

발칼라얀 친구들 띠까를 들고 우리를 맞이하는 아이들과 선생님
▲ 발칼라얀 친구들 띠까를 들고 우리를 맞이하는 아이들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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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간단한 물품전달이 끝이 나고 교육봉사를 위해서 교실로 들어섰다. 신기한 눈으로 교육 봉사팀을 바라보는 폼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간단한 색칠공부를 준비해갔던 우리 교육봉사팀이 민망할 정도로 아이들은 너무나도 열심히 색칠공부를 했다. 자신의 색칠 작품을 보여주며 방긋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웃음이 터졌다.

색칠공부를 마친 네팔 어린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방긋 웃어보이는 친구
▲ 색칠공부를 마친 네팔 어린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방긋 웃어보이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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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색칠공부하는 아이들 발칼라얀의 색칠공부 교실
▲ 열심히 색칠공부하는 아이들 발칼라얀의 색칠공부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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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맑은 아이들도 언젠간 철든 척을 해야 하겠지."

네팔에서 둘째 날, 일기장의 마지막 문장이다. 내가 만난 발칼라얀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네팔의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도 골목길의 발칼라얀 학교를 벗어나 경적소리로 가득 찬 거리로 나가 남들에게 경적을 울려야만 할 것이다. 자신은 어른이 되어 철이 들어버린 척 남을 대할 것이다. 발칼라얀 아이들의 아름다운 눈망울과 순수한 마음이 불편하게 다가왔던 시간으로 추억한다.

눈이 예쁜 발칼라얀의 아이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
▲ 눈이 예쁜 발칼라얀의 아이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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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1. 07. 23 ~ 11. 08. 04 네팔에서 ADRF와



#네팔#ADRF#카트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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