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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무너지고 교육 현장은 황폐해졌다. 이런 절망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을 찾았다. 거기에는 희망의 새순들이 곳곳에서 돋아나고 있었다.(중략) 공교육도 크게 변하고 있었다. 특히 '작은학교교육연대'를 중심으로 좋은 교사들이 끼리끼리 모여 새로운 교육적 실험들을 벌이고 있었다. 진짜로 희망이 없다고요? 교육에 희망이 없다고요? 아뇨! 희망이 철철 넘쳐 흐른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지난 해 6월에 펴낸 <마을이 학교다>(검둥소)에 적어놓은 글이다. 박 당선자는 많은 이들이 교육절망을 이야기할 때 교육희망을 외쳤다. 이처럼 학교개혁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가 서울시장을 맡았기에 교육시민단체들의 기대는 무척 크다.

 

박원순, 교육개혁에 관심 많아

 

26일 치른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이 당선한 배경엔 오세훈씨의 서울시장 사퇴가 있다. 그리고 '8.24 무상급식 반대투표'를 통한 오세훈의 사퇴 배경엔 '무상급식'을 추진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있었다.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투표 이틀 뒤 본격 시작한 검찰의 공개수사 뒤, 지난 달 10일 '후보 매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곽 교육감 수사를 놓고 일부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대비한 기획수사"란 의견도 있었다.  

 

결국 박원순의 당선과 곽 교육감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곽 교육감의 공약을 만든 이들이 박 당선자의 공약도 만들었다. 따라서 박 당선자의 교육공약 내용은 곽 교육감의 그것과 거의 같다.

 

서울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마이크를 잡은 박원순은 이렇게 말했다. 

 

"곽노현 교육감 지금 감옥에 있죠? 이 추운날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되시죠? 고난받는 사람은 늘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 교육감의 구속으로 고개를 떨군 서울 교육개혁세력은 박원순의 당선으로 다시 웃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대, 서울교육은 어디로 갈까?

 

많은 이들은 박 당선자가 교육형평성을 추구하고 학교혁신을 이루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점에 동의한다. 박 당선자는 교육공약집에서 "서울시가 제2의 부모가 되겠다"면서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사회가 책임지는 교육,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혁신, 사람을 위한 희망의 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무상급식 확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작업 또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는 공약에서 "2014년까지 서울의 95만 초·중등학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엔 초등 5·6학년과 중1로 확대하고,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중2와 중3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도 교육청과 함께 세울 예정이다.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혁신학교 등 순항 예상

 

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해 나타난 서울시민들의 판단을 존중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번 약속했다. 이런데다 서울시의회 또한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해 '예산확보'도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여, 무상급식 확대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도 빠르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는 최근 학생인권조례안을 시교육청에 넘겼다. 시교육청은 최종안을 마련하는 대로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제출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시의회로 이송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야권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오는 11월 열리는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곽 교육감이 공을 들인 혁신학교 확대 또한 힘을 받을 듯하다. 박 당선자는 공약에서 "입시 위주 교육환경 개선을 주도하는 공립형 혁신학교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 또는 자치구별로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공약집에는 "서울시·서울교육청·자치구·교육지원청의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온다.  

 

교육 격차를 해소해 교육형평성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공약집에서 박 당선자는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에 편중된 정책이 확대되면서 강남·북 간 그리고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육 형평성을 제고하고, 계층 간·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당선자는 '교육격차 해소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지원조례'를 만들어 자치구에서 주는 교육경비보조 전출금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립대학교 반값 등록금 실시 ▲일반계 고교까지 무상교육 확대 ▲영유아에 대한 차별 없는 복지 등의 공약도 교육 형평성과 관련 있는 정책이다.

 

박원순 "곽노현 복귀하면 많은 일 할 수 있어"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박 당선자는 교육시민단체와 정책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민관 거버넌스를 통한 교육복지와 교육형평성 만큼은 확실히 추진할 것으로 본다"면서 "무상급식을 놓고 교육청과 시청이 충돌해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는 것과 같은 '꼴불견'은 사라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지원협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당선자는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 강당에서 연 서울교육희망 정책협약식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곽노현 교육감이 불구속상태라면 계속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계속 협력하면서 많은 일들을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심 결과가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곽 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는 오는 12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의 서울교육청 복귀 여부도 박 당선자의 서울교육정책 추진에 주요한 변수가 될 듯하다. 

 

곽 교육감은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지인 5명과 접견에서 다음처럼 말했다고 한 지인은 전했다.

 

"박 후보가 시장이 되면 서울시민에게는 복된 일이 될 것이다. 내가 밖에 있다면 주거니 받거니 환상의 듀엣이 되어 일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박원순,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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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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