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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손님이 6일 저녁 <김제동의 청춘콘서트2.0> 부산대편을 찾았다. 바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인 만큼 문 이사장이 등장하자 콘서트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김제동이 "오늘 질문 수준들이 아주 백분토론 시민논객 수준입니다"라고 농담 할 정도로 청춘들은 사뭇 진지했다.

청춘콘서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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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얼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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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흔히 말하는 나랏일을 해본 분인데 요즘 20대들의 고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문 이사장은 "그런 얘기하면 좀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을 뗐다.

"더구나 저희는 바로 앞에 한 오년간 국정을 맡기도 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등록금도 많이 올려놨고 취직하기도 힘들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못 했던 일들 있다는 거 인정하느냐"는 김제동의 모진(?) 질문에도 그는 "실제로 그 당시 제대로 인식을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라며 "요즘 '1% 대 99%' 사회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대책을 찾고 거기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면 되는데. 참여정부 때 그 정도까지 인식이 미치지 못했지 않나 반성을 합니다"고 차근차근 답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정치 정당들이 보통사람들의 정서, 인식이랑 자꾸 동떨어져 소통되지 않고 공감도 되지 않게 되자 정치와 민심이 따로 놀게 되는 것" 이라며 "안 되겠다고 화를 탁 내고 뭔가 보여주었던 게 서울시장선거였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 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제동이 "정치인은 그놈이 그놈이다는 얘기가 많다"며 장난 섞인 질문을 던지자 그는 "삶이 힘들고 불안, 고통스러운데 개인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젊은 사람들 책임도 아니고요"라며 "뭔가 잘못됐다라고 분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게 오래전부터 그래 와서 사회구조적인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거야. 바꿀 수 없는 거야. 그런 식으로 체념하면 안돼요. 물론 한사람이 바꿀 순 없죠. 나 혼자만의 생각에서 걸어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나누고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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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이사장은 이 시대 청춘들 아픔의 원인을 사회 구조로 짚으면서도, 청춘들에게 책임감 있는 삶도 당부했다.

"군대 어떻습니까?"라는 김제동의 질문에 문 이사장은 "어차피 가야되는 군대라면 대한민국 남자답게 오히려 제대로 한 번 겪어 보겠다, 그런 생각으로 제대로 다녀오는 것도 좋다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이사장은 자서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1공수 특전여단 3대대 출신. 그는 "공수부대 별거 아니에요. 특전사라 그래서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막상 하니까 다하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가는 군대 편하게 지내나, 열심히 뛰어다니며 지내나, 세월보내기는 같거든요"라며 웃었다.

사실 문 이사장이 지금까지 정치를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어중간합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경계선 비슷하게 와있다"라고 웃으며, "저 스스로 설명하기로는 노무현 재단을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 정신과 가치를 확산시키는 운동을 하고, '혁신과 통합'을 통해서 통합운동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일종의 정치적 시민운동, 시민정치운동 정도로 생각합니다. 거기서 정말로 통합정당이 만들어지면, 그 통합된 당에 참여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현실정치 하게 되는 거죠"라고 의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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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청춘들의 질의응답 시간. 한 참석자가 청춘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문 이사장은 "분노를 느끼는 것이 출발인 것 같다"며 "하지만 단순 분노로 그치면 지난번 영국 폭동처럼 아주 맹목적 폭력으로 분을 푼다던가 화풀이로 흘러갈 수도 있고,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치를 냉소, 외면해버린다거나 무관심으로 흘러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투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까 평소에도 직접 뜻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요구하는 일종의 직접행동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제동이 "어디 투표하든 투표율은 높아야 된다는 거도 인정하시는 거죠?"라고 너스레를 떨자, 문 이사장은 "어느 당에 투표하든 투표율 자체가 높아야 한다"고 곧바로 말을 받았다.

"20, 30대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고 대의민주주의가 되고 있다면 적어도 20, 30대의 목소리가 절반 정도는 반영돼야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존중되는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20, 30대 국회의원 하나 없이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건 사회 책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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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그는 "이번 부산 선거를 보면 아직도 20대는 여전히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투표하지 않는 게 남아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리가 나서서 바꿔야 된다. 바꿀 수 있다. 서울 시장 선거를 통해 확인했다. 흘러나가자. 이런 다짐들이 계속 필요할 것 같다 봅니다."

또 다른 학생은 "문 이사장 생각에 현 정부에서 잘했다고 생각되는 건 어떤 것이냐"고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대답 없이 당황스러운 듯 호탕하게 웃었다.  김제동이 "힘드시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시죠. 제발요!"라며 너스레를 떨자 여기저기서 청춘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 이사장은 질문에 답 대신, 그가 추구하는 통합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정말로 답하기가 어려운...(질문입니다) 질문하신 거 하곤 다릅니다만 어쨌든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봤거든요. 하나는 야당들 전부와 '혁신과 통합'이 대표하는 시민사회세력, 박원순, 안철수 대표의 제3세력 전부다 함께 힘을 합쳤죠.

둘째로는 선거운동도 옛날 방식이 아니고 SNS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 공감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했죠. 저희가 하고 있는 통합운동도 그런 정당 만들자는 겁니다. 정당의 운영방식도 옛날 방식이 아니라 SNS를 통해 서로 소통 참여, 특히 젊은 사람들이 늘 들어와서 함께 놀 수 있는 온라인정당 만들어 보자는 것이 통합운동의 목표입니다."

청춘콘서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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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질문 기회를 얻은 한 학생이 당돌하게 일어나 큰 소리로 "차기 대선후보로 출마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문 이사장이 당황한 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손을 번쩍 들어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자, 김제동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웃음)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죠. 여러분들이 알아서 생각해주십시오(청중 박수)"라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문 이사장은 "단순히 정권교체 이루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정권을 잡게 되면 정말로 젊은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으로 제대로 만들어나가야 되는 것"이라며 "이후에 닥쳐올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고 함께 동참하고 할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는 것이 대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건, 지금 이 단계에서 판단하긴 어렵고, 통합 범위 넘어서고 총선 넘어서고 그때 가서 또 판단해봐야 할 문제죠. 우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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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막바지, 김제동의 장난기 어린 질문에 문 이사장은 또 한 번 입을 굳게 다물 수밖에(?) 없었다.

김제동 :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바지 입으신 거 보니까 새롭습니다. 양복 입으신 것만 봤는데 양복바지를 너무 배 위까지 올려 입으시는 경향이 조금 있으셨는데.... 오늘은 청바지 역시 그렇게 올려 입으셨네요. 혹시 그런 이유가 있으십니까? 상하체의 혁신 같은 겁니까? 여기다 바지를 배에 딱 올려 입는 이유가? (웃음)
문재인 : (대답 없이 웃다가) 들어갈까요? 하하하.

김제동은 "(문 이사장의) 무대 데뷔를 제가 시킨 것이거든요. (웃음) 처음에 봉하에서 토크콘서트 게스트 모실 때와는 완전히 달라지셨네요. 그때는 마이크를 군인들 밥 먹듯이 (경직돼서 떠는 시늉을 하며) 들고 계셨어요. 지금은 아주 편안하시고요. 처음 스승을 누가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중요한 순서였다 생각합니다(청중 웃음)"라고 말했다.

청춘콘서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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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문 이사장이 피 끓는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 아니고 자기가 원하는 삶으로 사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가지 기준 정도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또 하나는 내가 가장 행복할 거 같은 일을 선택하는 것. 다른 사람들 선택하고 조금 다르기 때문에 부담일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고 지지해주고, 그렇게 하나씩 꾸준히 해나가면 어느덧 세속적인 성공도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많이 힘든 세상이긴 하지만. 여러분 파이팅."

대담을 마친 뒤, 문 이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청춘들에게 허리를 잔뜩 굽혀 인사했다. 손을 흔들고 성큼성큼 무대 아래로 퇴장하는 그의 등 뒤로 청춘들의 환호가 오랫동안 뒤따랐다.

덧붙이는 글 | 청춘콘서트 청춘얼쩡기자단 입니다.
chungcon.tistory.com



태그:#청춘콘서트, #김제동,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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