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Kansas City)는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Missouri)에서 세인트루이스에 버금가는 제2의 도시로 캔자스주의 캔자스시티와 인접해 있다. 마침 올여름 한 달 동안 스프링필드(Springfield)에 위치한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있던 터라 운 좋게도 캔자스시티 주말여행을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지난 8월 13일, 캔자스시티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먼저 시티마켓(the City Market)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에 조성된 재래시장으로 일 년 내내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곳이다. 싱싱한 농산물을 비롯하여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건들을 살 수 있어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나라 대형 할인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료 시식 코너를 이곳서 발견하고서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다.
시티마켓서 나와 아일랜드식당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넬슨 아트킨스미술관(the Nelson-Atkins Museum of Art)을 찾았다. 나는 혼자서 넬슨 아트킨스미술관(the Nelson-Atkins Museum of Art) 경내에 있는 캔자스시티 조각공원(the Kansas City Sculpture Park)으로 곧장 나갔다.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와 고 쿠제 반 브루겐(Coosje van Bruggen)의 공동 작품인 셔틀콕(Shuttlecocks, 1994) 조형물이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출생인 클래스 올덴버그는 팝 아트(Pop Art)의 대표적인 작가로 립스틱, 빨래집게, 아이스크림, 스푼, 체리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그의 부인 쿠제 반 브루겐은 공동 작업을 함께한 인연으로 1977년에 결혼했고, 그 후로도 공동 작품을 계속 선보였다. 우리나라 청계천 입구에 있는 스프링(Spring, 2006) 조형물 또한 그들의 공동 작품이다.
배드민턴공인 셔틀콕을 아름다운 미술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얀 구름이 꿈꾸듯 떠가는 하늘 아래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초록빛 잔디밭에서 미술관 건물을 네트 삼아 셔틀콕을 이쪽저쪽으로 주고받는 경쾌한 동작마저 느껴져 즐거웠다.
넬슨 아트킨스미술관은 캔자스시티의 유명한 쇼핑가인 컨트리클럽 플라자(Country Club Plaza)에서 동쪽으로 세 블록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우리 일행은 이내 플라자를 향했다. 이곳은 15블록으로 이루어진 쇼핑 지구로 120개가 넘는 상점과 수십 개의 고급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과 함께 쇼핑과 맛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개인적으로 플라자를 여느 쇼핑 지구와 차별화하고 싶은 주된 이유는 예쁜 분수들이 많다는 거다. 한마디로 이곳은 낭만적이면서 예술적인 상업 지구라 할 수 있다. 쇼핑 거리를 걸으면서 저마다 다른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분수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고차원적인 판매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업과 예술이 이렇게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다면, 그저 장삿속이라고 가볍게 말을 내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분수대에서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눈에 띈다. 나는 컨트리클럽 플라자를 탄생시킨 니콜스(J.C.Nichols)를 기리는 분수 (J.C.Nichols Memorial Fountain)로 갔다. 플라자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분수이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온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신랑의 들뜬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우습게도 들러리를 선 듯한 친구들이 더 신나 보였다. 덩치 큰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청년의 얼굴에도 편안함이 느껴졌다.
캔자스시티 하면 지금도 나는 '경쾌함'이란 단어가 함께 떠오른다. 캔자스시티 조각공원의 셔틀콕과 컨트리클럽 플라자의 예쁜 분수들이 생각나서다. 라켓이 배드민턴공을 잘 날릴 때 시원스럽게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피곤한 몸과 지친 마음을 적셔 주는 물줄기의 경쾌한 리듬이 연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