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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감장, 한나라당 의원석이 모두 비어있다.
행감장, 한나라당 의원석이 모두 비어있다. ⓒ 이민선

패거리 정치 폐해인가? 맞다. 어설픈 국회 흉내 내기인가? 그것도 맞다. 아니 그보다는 '몽니'라고 하는 게 낫겠다. 자신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몽니'라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

 

안양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과 며칠 전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이 된 시의원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아닌, 국민참여당도 아닌 한나라당이 파업을 했다니 믿지 못하겠다고? 이해한다. 나도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무래도 파업과 한나라당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다.

 

안양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행정감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물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제시한 5(민주) : 4(한나라)를 받아들이지 않고 4(민주) : 3(한나라) : 1(국민참여) : 1(무소속)을 요구하며 이틀간 정례회의에 불참, 결국 정례회의를 행정감사 이후인 12월 2일로 미뤄 놓았다.

 

액면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소수당을 적극 배려하려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소수당을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그런 요구를 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한나라당이 예결특위 구성을 '갑자기' 변경하자고 주장한 이유는 민주당 의석수가 12석에서 11석으로 '갑자기' 줄었기 때문이다. 의석이 줄어 다수당 위용이 쇠락했으니 예결특위 구성도 그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

 

이는 기자가 한나라당 K의원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한 사항이다. 즉 소수당을 배려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민주당에게 상황이 변했음을 알리고 이 틈에 자기 몫을 찾으려는 의도가 강한 것이다. 

 

이는 정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자로 권주홍 의원(보사환경위원장)이 민주당 중앙당에서 제명돼 무소속 의원이 됐다. 따라서 안양시의회 정당 의석수는 민주 11, 한나라 9, 국민참여 1, 무소속 1석이 됐다. 여당 대 야당(무소속 포함) 의석수가 같아진 것이다. 한나라당이 예결특위 구성을 변경하자고 주장한 것은 3일 후인 21일, 정례회 개회 30분 전이다.

 

한나라당이 소수당을 배려하려는 숭고한 뜻이 있었다면, 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까지 할 정도의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이보다 훨씬 이전에 소수당 배려를 주장했어야 했다. 그래야 진정성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나라당이 소수당 배려를 주장하는 것을, 소수당 배려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좋다. 믿어지지 않지만 백 번을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자. 한나라당이 소수당을 배려하기 위해 '파업'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행정감사를 거부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행정감사가 무엇인가? 의원 업무의 꽃이고 의회의 기능으로 보면 '1년 농사'이며 시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행위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큰  일을 하지 않는 행위는 명분이 될 수 없다. 예결특위를 민주적으로 구성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행정감사만큼은 아니다. 무게가 다르다. 예결특위 구성이 조약돌이라면 행정감사는 바윗덩어리다.

 

행정감사를 하지 않는 행위가 '파업'인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시의원이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으니 이게 파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러고도 월급 받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명분이 부족하다. 한나라당이 행감을 하지 않겠다고 버틸 만한 이유가 될 만한 게 보이질 않는다. 첫머리에 언급한 대로 '몽니'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실수한 게다.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판 것이다. 명분 없는 싸움을 길게 하는 게 바로 무덤을  파는 행위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행정감사 기간은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안양시 행정감사 기간은 12월 1일까지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안양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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