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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들에게도 한글이름이 있었지만 언제부터였던지 한국생활을 하면서 그 정겨운 한글이름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 일로 하여 한때 나는 실망도 하고 서러운 마음을 진정하느라 고민도 많이 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수십만 동포들의 한결같은 억울한 목소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그렇게도 갈망하고 기다려오던 한글이름이 드디어 나에게 차려졌다. 나는 너무나도 들뜬 마음에 한글이름을 찾기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2008년, 나는 사업자등록증을 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선 법인회사의 설립을 위하여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의 상호를 허가받고 법인등록을 하려고 하자 법무사는 외국인은 무조건 외국식의 발음대로 한글로 이름을 적어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여직껏 외국에서도 불러오던 한글이름이 한국에서는 사라질 수가 있을까? 하지만 하루빨리 사업자등록증을 받아야만 하는 심정은 더는 기다릴 수만 없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중국식 병음발음대로 한글로 "취앤지윈"이라는 엉뚱한 이름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법인등기부등본이 나오고 법인통장을 만들면 사업자등록증이 나오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은행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기쁨도 한순간, 은행에 가서 법인통장을 만들고자 중국에서 배운 대로 한글로 "전길운"이라고 적어 넣었다. 그러자 담당직원은 중국식발음대로 신청서에 적으라고 했다.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우리의 한글발음대로 "쵄지윈"이라고 적어 넣었다.

이후 은행직원이 법인통장을 주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나의 법인통장은 나오지 않았다. 은행직원도 나의 통장을 만드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내가 쓴 한글이름이 전산에 등록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은행직원은 수시로 본사와 통화하면서 외국인의 계좌발급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있는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상담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전산등록은 끝내 되지 않았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짚이는 데가 있어 그 직원한테 한국에서 쓰는 합성어의 형태로 "취앤지윈"이라고 다시 적어주면서 입력해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바로 전산처리가 완료되었다.

은행직원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옆에 있던 나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했다. 중국에서 살면서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한글을 배워왔고 대학시험마저도 한글로 답안을 적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한글을 쓸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어쩌면 우리의 문화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는 통하지만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에서 배운 한글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한글이름은 늘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법인등기부등본과 법인통장을 받아 안고 다시 사업자등록신청을 하려고 세무서로 찾아갔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한글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다시 싱갱이질 하다 싶이 하였지만 헛수고였다. 세무서에서도 중국식발음대로 이름을 적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후 여행관광업신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등기부등본대로 중국식발음대로 합성어형태의 엉뚱한 한글이름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억이 막혔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세종대왕께서 만든 한글은 발음 표기가 정확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처럼 사용하기 편리한 한글을 외국도 아닌 한국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나는 다시금 한글이름을 찾아 저 멀리고 떠났다...

이때로부터 나는 외국도 아닌 한국에서 한글이름을 쓸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사용하던 한글이름 "전길운"을 되찾고 싶었다.

이를 위하여 나는 우선 법인등기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여기서도 만찬가지로 외국인이어서 한글이름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떻게 한글을 쓸 수 있냐는 핀잔까지 받았다. 순간 너무나도 화가 나서 "우리가 외국에서도 한글을 지켜왔는데 내국인은 자기 나라에서도 외래어만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외국인은 당연히 외래어로 이름을 써야 한다고 하던 직원도 찔리는 데가 있는지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 다시 상냥한 어조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이 문제는 여기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가정법원으로 가라고 했다.

시청에서 서초동대법원으로 찾아간 나는 억수로 퍼붓는 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법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외국인은 한글이름을 쓸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늘 써오던 한글을 정말로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을까?

대법원에서도 나는 등기소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외국인이라서 한글이름을 못 쓴다면 내국인은 왜 엉뚱한 합성어로 된 외국식발음(취앤지윈)을 써야 하느냐고 하면서 외국인들보다 한글을 모르는 내국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렇게 외국인이라고 강조하던 법원민원실 직원도 짚이는 데가 있어서인지 아님 한글이름을 찾으려는 나의 열정에 감동되어서인지 가정법원에 가서 개명신청을 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서 안내해주었다.

비를 맞으면서 가정법원으로 찾아갔지만 거기서도 마찬가지의 냉대를 받았다. 민원실직원은 한글이름을 찾기 위해 개명신청을 하러 왔다는 말을 듣자 의아해하면서 외국인신분으로는 개명신청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묻는 말은 거슬러 들으면서 상세한 안내를 받으려고 물으면 "횡설수설 한다"는 말까지 내비쳤다. 가뜩이나 화가 치민 나로서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내국인이 한글이름을 소중하게 여기는 외국인보다 나은게 뭐냐"고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외국인을 무시하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처럼 가는 곳마다 냉대를 받았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마저 나무라고 싶었다. 큰 희망을 걸고 찾아간 대법원, 가정법원도 나의 아픔을 다독여주지 못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 줄기에 마음까지 울적하여 이젠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으로 다시 법원으로 들어갔다. 처음 찾아갔던 직원한테 말을 걸었다. 힘없이 다시 찾아온 나를 본 그 직원은 측은해서인지 아니면 나의 끈질긴 노력에 감동해서인지 협조해 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법인등기소 직원한테 전화를 걸어 협조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적어주면서 다시 시청에 있는 법인등기소로 찾아가보라고 했다.

나는 다시 법인등기소로 찾아갔다. 과연 이번에는 나를 대하는 직원의 태도부터 달라졌다. 소개를 받고 찾아간 직원은 내부적인 검토를 하겠으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십여 분이 지나서 등기소직원은 법인등기부등본에 "취앤지윈"이라는 발음표기와 함께 영문을 병기해주겠다고 했다. 큰 수확이었다. 영문대로 쓰는 것이 그래도 엉뚱한 자기의 이름도 아닌 합성어인 "취앤지윈"보다는 훨씬 나았다. 희망이 생기자 나는 다시 영문표기가 가능하다면 차라리 한자로 써 주면 안 되느냐고 청을 들었다. 직원은 다시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상의하고 오더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들뜬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새로 발급받았다. 등본에 반갑지 않게 찍혀있었던 "취앤지윈"과 함께 "全吉云"이 추가되었다. 누가 봐도 "전길운"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로부터 나의 모든 사업자등록증과 각종 허가서에는 모두 "전길운"이라는 한글이름이 당당하게 찍힐 수가 있었다.

이처럼 한글이름을 찾기 힘든 제일 큰 원인이 바로 외국인등록증에 한글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출입국사무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아직까지는 한글이름을 써 줄 수 없단다. 할 수 없이 법무부외국인정책본부에 요청서를 보내는 동시에 본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도 제안했다. 본부의 담당자도 책임자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지만 1년이 넘게 실시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10월 20일,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열린 동포단체장들과의 간담회장에서 또 다시 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서울출입국사무소 양차순 과장은 흔쾌히 대답했다. 본부와 검토한 후 바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며칠 후 서울출입국사무소의 나현웅 사무관은 전화를 걸어와 신청시 한글이름 병기를 요구하는 신청자들에게는 한글이름을 병기해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국도 아닌 한국에서 한글이름을 찾기가 왜서 그렇게도 힘들었던지? 자기의 한글이름이 찍혀 있는 신분증을 상상하면서 기다렸지만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등록증신청을 하는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한글이름을 병기한 등록증을 신청해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서울출입국사무소도 두 번이나 찾아가서 어떻게 발급되는지 확인해보았다. 과연 한글이름이 병기된 등록증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바라던 한글이름이 찍힌 등록증, 이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한글이름을 찾은 그 기쁨이 앞으로 등기소에서, 은행에서, 모든 공관에서 동포들에게 발급되는 모든 서류들에 한글이름이 떳떳하게 찍혀 나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민족신문, sbs U기에도 송고합니다



#한민족신문#전길운#한글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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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신문 발행인, KCNTV한중방송 대표 국내외의 새로운 소식, 재외동포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해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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