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경찰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관련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 측은 "수사 종결이 아니라 송치 이후에도 수사를 진행해 추가 송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이 동일한 수사를 진행하게 돼 중복수사가 될 수 있어 더 진전된 수사는 어렵게 된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선관위 홈페이지를 직접 해킹한 강아무개씨와 일당을 체포했고 지난 1일 범행을 지시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를 체포하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10일 동안 각종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공씨에게서 "나경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우발적으로 술김에 했다"는 진술을 얻어낸 것 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의 수사는 대부분 공씨를 비롯한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의 진술에만 의존했고, 통화기록이나 금융거래 등 객관적인 증거들은 아직까지 분석을 마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있었던 수사발표 또한 각종 의혹에 물음표만을 남겼다. 

"우발적 단독범행"... 공씨는 왜 갑작스럽게 자백했을까

특히 공씨가 뒤늦게 자백을 하게 된 이유가 범행을 알고 있었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관 김씨가 공씨의 범행을 진술했기 때문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디도스 공격에 직접 나섰던 강씨가 공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었고, 전화통화내역 등 객관적 증거도 이를 뒷받침했지만 입을 굳게 닫았던 공씨다. 결국 모든 정황상 자신이 범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백하지 않던 공씨가 김씨의 말 한마디에 자백을 하게 된 셈이다.

김씨 또한 공씨의 범행을 "모른다"로 일관하다가 갑작스럽게 "공씨가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김씨가 역시 참고인 조사를 받던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와 경찰서 복도에서 마주쳐서 한 이야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공 전 의원의 비서는 김씨에게 "왜 아는 대로 말하지 않냐"고 질책했고, 그러고 나서 김씨가 진술하게 됐다고 한다. 각종 정황증거에도 잡아떼던 이들이 말 한마디에 자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디도스 시험공격이 있었던 26일 오전 1시 즈음 함께 강남의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공씨가 자신을 복도 소파로 불러내 "선관위 홈피를 때리삐까예(때릴까요)?"라고 말해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왜 한나라당에 보고하지 않았나?

 경찰이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한 선관위·박원순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개요도.
 경찰이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한 선관위·박원순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개요도.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씨와 관려해 또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김씨가 공씨의 범행이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했음에도 윗선에 보고하거나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잡힐 것"이라는 공씨의 말만 듣고 가만히 있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씨는 선거 이후에도 수차례 공씨를 만나 "걱정된다, 큰일 난 거 같다"며 "범행사실이 들통나면 엄청난 악재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에 공씨는 "안 잡힌다"고 답했다.

경찰은 9일 브리핑에서 공씨와 김씨가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나 상급 보좌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라고만 답변했다. 한나라당의 어떤 관계자도 이 일을 몰랐다는 것이다.

경찰은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의원이나 다른 보좌관들을 수사했는지 묻는 질문에 "단순한 의심만으로 수사할 수 없다"라며 "만약 보고됐다면 보고된 사실이 공씨에게도 전달되지 않았겠냐"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누구에게도 상의한 적 없고 그것을 다시 공씨에게 확인한 사람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공씨가 수행하던 최구식 의원에게조차 관련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묻지 않았다. 김씨 역시 최구식 의원 비서 출신이고 공씨를 최 의원에게 소개해준 인물이다.

"청와대 행정관 조사는 요식행위"

경찰 수사 막판, 청와대 행정관 연루설이 터져 나왔는데 그 역시 경찰이 자초한 면이 있다.

당초 경찰은 공씨가 김씨 등과 술을 마신 강남의 술자리 참석자를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박희태 의장 비서 김씨가 술자리에 오기 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가졌던 저녁식사 자리 참석자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 비서 김아무개씨와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아무개씨는 공개했지만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씨의 존재는 밝히지 않았다. 관련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조차 관련한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이 자리로 인해 의혹의 범위가 청와대까지 번져갔지만, 경찰은 청와대 행정관을 조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 조사는 요식행위"라며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 지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저녁을 같이 한 이들은 선거나 정치와 관련한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처럼 만나서 당구치고 밥 먹는 자리였고 정치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골프나 제주도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바로 전날, 현직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의원 비서진들이 모여 여유 있는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 박씨는 지난 7일과 8일에 연달아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디도스 관련한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서도 해소되지 못한 의혹들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선관위가 로그파일 공개를 거부하면서 여전히 내부소행을 의심하는 여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검찰이 권력 중심을 향한 각종 의혹들을 밝혀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도스#최구식#한나라당#청와대#공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