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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리는 점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가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최근 자신이 개원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MB정부에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많은 사건들이 한뱡향으로 치우쳤다며 지적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리는 점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가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최근 자신이 개원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MB정부에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많은 사건들이 한뱡향으로 치우쳤다며 지적했다. ⓒ 유성호

"참여정부, 검찰의 과거 회귀를 예상하지 못했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즈음에 미국에 연수간 것으로 아는데 집중한 분야가 있나?
"공정거래와 관련된 논문을 썼지만 솔직히 공부는 열심히 안 했다(웃음)."

- 미국의 사법시스템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나?
"저는 미국 법제에 비판적이다. 미국 법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기본 구조다. 그런데 검찰이나 사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국민들은 미국 시스템이 좀 더 선진적이라며 자꾸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시스템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시스템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사회정의를 세우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 우리 법제가 후진적이니까 우월한 미국 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다."

- 그런데 검찰 연수가 대부분 미국에 집중돼 있지 않나?
"우리나라는 대륙법계라고 하는데도 교수들은 다 미국으로 연수를 간다. 그러니까 미국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력하다. 사법인들도 마찬가지다."

- 2009년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하니까 참여정부 때와는 검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돌아와 보니까 정권 눈치보는 분위기가 많았다. 특히 평검사들부터 부장검사 이상까지 줄서기 문화가 부활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제 동기 검사 한 명이 검찰 내부게시판에 노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그런데 부장이 불러서 그 글을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검찰의 분위기가 그렇게(정권 눈치보기) 돼 있었다."

- 김대중, 노무현 등 민주파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시기였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확실하다. 참여정부 때는 그렇게 (검찰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것을 몰랐다.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와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정부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주었구나 깨달았다.""

- '민주화의 역설'인데, 참여정부 때 독립성을 보장받은 검찰이 그걸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키우고 조직이기주의를 강화했다는 지적이 많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 심지어 'MB검찰은 참여정부에서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에서도 검찰이 이렇게 다시 (과거로) 회귀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검찰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측면을 예측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우병우 전 대검 중수과장은 민주파 정부 때 자기 기수에서 최선두를 달려 노 대통령을 수사한 핵심 보직에 앉아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에 독립성을 부여해 검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은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 2009년 서울중앙지검에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제가 (사퇴하면서) 쓴 글에서 (검찰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는 노무현, 한명숙 수사를 염두에 둔 글이다. 실체적 진실은 별론으로 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폭로됐다. 그것이 결국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 그런 점에서 검찰수사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찰의 책임뿐만 아니라 언론도 그 책임을 반분해야 한다."

- 측근, 가족들이 돈받은 것과 노 대통령의 연관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채 정치적 입김을 타고 성급하게 소환조사한 것 아닌가? 
"일반 형사사건이었다면 그 시점에서 소환조사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다. 그런 점에서 다른 판단이 필요했다. 거기에는 좀더 엄격한 판단이 필요했다. 그것(노 대통령과 그의 소환조사)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 노 대통령 검찰수사 때 검사들은 어떤 분위기를 보였나?
"반반 정도의 분위기였다. 너무 심하다는 분위기도 있었고, 전직 대통령이라고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똑같은 방법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많은 경우 검찰의 사건 처리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다"

- 검찰 소환조사가 이루어진 뒤 노 대통령의 서거했는데 당시 심경이 어땠나?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 다른 검사들도 그런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나?
"그랬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무참하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린 것에 검사들도 자괴감이 많았다."

- 그래서 노 대통령 수사가 검찰에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럴 것 같다. 계속 당시 수사와 관련된 평가에 문제제기를 할 것 같다."

- 다시 검찰 독립성 문제를 얘기해보자.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의 독립성이 많이 훼손됐다고 보나?
"그렇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사실 하나의 사건만 정부 입장과 맞게 결론이 나고 수사가 이루어졌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입장이 갈리는 여러 가지 사건에서 검찰의 입장은 일관됐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많은 사건들이 한방향으로 치우쳤다."

- 왜 MB정부에서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생각하나?
"검찰과 연결되는 (권력의) 라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참여정부에서는 그 라인을 끊었다. 하지만 그게 MB정부에서 다시 연결됐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 수뇌부 구성 자체를 그 정권의 의지에 맞춘 사람을 선임한다."

- 현재의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그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런 식으로 권력과 검찰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유지된다고 보는데.
"그런 인사는 당연히 부적절하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이 같은 논리로 문재인 법무부장관을 반대했지 않나. 그런데 지금 정권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 현재 검찰 독립성이 훼손되고 퇴보한 것은 검찰 수뇌부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검사들도 할 말은 없다. 그런 것에 특별히 저항하지 않고 다 수긍하고 가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 평검사들이 처음 임용될 때는 사회정의 수호자라고 다짐하겠지만 그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직장인처럼 되는 것 아닌가?
"많이 그렇게 되고 있다. 그게 참 문제다.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강하다. 검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많이 샐러리맨화되고 있다. 특히 형사부 검사들은 자기들은 열심히 하는데 검찰 전체적으로 욕을 먹으니까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국민들이 평검사들이 잘하는 것에는 박수치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검사도 자긍심을 갖고 사회정의 수호를 가치로 추구하게 된다."

-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검찰역사상 피디수첩은 가장 오욕적인 수사"라고 지적했는데.
"피디수첩 사건은 기본적으로 기소되어 무죄판결이 나서가 아니라 원수사팀이 법리적으로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내렸다. 그런데 원수사팀을 교체해서 다시 수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오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권이 원하는 것을 검찰이 수용한 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

- 당시 임수빈 부장검사가 결국 사표를 냈다. 하지만 검찰에서 임 부장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고 본다. 그것은 다른 문제다. 많은 검사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걸 표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 그것도 검찰 조직문화와 연결되는 것 같은데.
"현재의 검찰조직 문화에서 자기가 사직을 결심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 힘들다. 인사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에 인사가 있는데 제가 이런 글(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한 사직의 글)을 쓰면 인사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제 경우 수도권으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먼 지방으로 발령내버릴 수 있지 않겠나. 그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결국 인사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인사가 핵심적인 부분이다.'

- 인사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검찰의 독립성이 확보할 수 있나?
"일단 (주요 보직이) 주로 검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법무부를 문민화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인사위를 독립적 기구로 구성해 외부인사가 참여해서 좀더 투명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리는 점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가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최근 자신이 개원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리는 점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가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최근 자신이 개원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 좀 전에 평검사들이 저항을 안 한다고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할 때는 평검사회의까지 열어가며 저항하지 않았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검찰 의견에 많이 동조하는 편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 등에 찬성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경찰이 더 청탁수사를 많이 한다. 게다가 경찰은 굉장히 큰 조직이다. 국민들은 경찰의 권력이 검찰의 권력보다 훨씬 없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 경찰은 엄청난 인원을 가지고 있고 정보력에서도 검찰을 뛰어넘는다. 그렇게 큰 힘을 가진 경찰이 통제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해를 생각해야 한다. 검찰이 통제되지 않았을 때의 폐해만큼 경찰이 통제되지 않았을 때의 폐해도 크다."

-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검찰 권력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찰이 잘못한 원죄가 있다 보니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 그래서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통제하려면 그 권력을 분산해주는 게 맞고, 그것의 구체적인 정책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나?
"그 부분은 직접 수사를 해본 사람으로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 한편으로 보면 경찰이 가진 위상에 걸맞는 권한들이 주어지는 게 맞지 않나?
"이미 현실적으로 경찰에 많은 부분(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권한이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경찰에 수사권이 없는 게 아니다. 이미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하나의 깃발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기본 장치로 (형사소송법상) 수사권을 검찰에서 가지고 있겠다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경찰에 실질적 권한을 많이 주되 마지막 통제장치로서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는 경찰이 얻은 게 별로 없고 검찰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국민의 여론을 얻고 있었지만, 이번 디도스 공격 수사로 인해 (국민여론을) 차버린 측면이 있다."

- 논란의 중심에 선 사건들은 대부분 대검 중수부나 특수부에서 수사한 것들이다. 결국 이들 부서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무죄가 나면 수사검사의 가오(체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원칙인데 여태까지 무죄가 난 큰 사건 중에서 수사검사의 가오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검찰 안에서 (수사검사를) 문제삼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 기소를 잘 하는 검사들이 능력있는 검사로 인정받기 때문 아닌가?
"그전까지는 많이 그랬다. 일반사건에서 기소에 방점을 찍은 것은 맞다. 하지만 요즘은 공판중심주의가 많이 강조되고 있지 않나. 다만 정치적 사건에서 무죄가 나도 그것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안 된 것은 맞다."

- 무엇을 정치검찰이라고 할 수 있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이 정치검찰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정권의 입장에 맞춘 수사, 기소 등이 (정치검찰의 행태라고) 볼 수 있다."

- 왜 정치검찰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검찰이 완전히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있는 조직은 아니다. 행정부 성격도 강하다. 게다가 사회질서 유지라는 게 정권과 결부돼 있다. 문재인씨의 검찰개혁 관련 책을 보니까 수긍이 가더라. 저도 형사소송법을 처음 배웠을 때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문재인씨는 그런 사고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행정기관이라는 얘기다. 그 말에 굉장히 공감이 간다.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수사기관이고 행정기관이어서 정치성이나 정권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탈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는 데서 정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고자 하는 정권 차원의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거의 없다고 본다. 없었다고 봐야한다."

"검사비리를 가혹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 하지만 검찰 부패문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그렇다. 검찰 내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검찰이 다른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것은 맞다."'

- 그런데 최근 벤츠-샤넬 여검사 사건이 터지지 않았나?
"이제는 검사 숫자가 많아지면서 문제될 소지가 있는 검사가 늘어난 것도 맞다. 그동안 깨끗한 조직이라며 검사 비리를 안일하게 처리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의식(상대적으로 깨끗한 조직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하고, 검사들이 부패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검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감싸주기보다는 초반부터 색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 조그만 실마리만으로도 국회의원 등을 소환조사하던 검찰이 로비대상이었거나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들은 조사를 안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제식구 감싸기가 있다. 특수수사를 많이 했던 한 선배는 자기가 제일 하고 싶지 않는 수사가 검사를 조사하는 수사라고 했다. 무슨 사건 때문에 검사수사를 했는데 '대통령을 조사할 망정 검사가 검사를 조사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럴 정도로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압박이 간다. 그래서 검사비리를 가혹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 그러니 언제나 무용론이 제기되는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검사비리를) 좀더 엄격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11월 사표를 낸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2011년) 하반기 정기인사 때 사직서를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고민되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긴 했다. 2년만 있으면 부장이 될 수 있었다. 부장검사와 평검사는 위치가 다르니까 그것(부장 승진)이 굉장히 중요한 인사다. 그런 고민도 있어 (사직을) 다시 접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SNS 수사방침을 보면서 더 이상 계속 (검사생활을) 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 주변에서 안 말렸나?
"많이 말렸다. 검사장 등 간부들은 3-4일간 휴가가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주변에서) 간곡하게 붙잡아서 흔들리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더라(웃음)."

- 검사 시보시절 지도검사였던 이경재 대구지검장과 상의했나?
"사직서를 내겠다고 하자 여러 가지 얘기를 해주었다. 몇일 휴가 내서 고민해보라고 했다."

- 사표를 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검찰조직을 향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충만해 있었다는 애기인데.
"그때는 사표를 내고 이런 문제제기(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더 이상 재고할 여지는 없었나?
"마음 속에 검찰의 자체 개혁은 힘들다는 판단이 선 상태였다."

- MB정부에서는 검찰 자체개혁의 동력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 하나? 
"(자체 동력이) 거의 소진됐다."

- 검찰이 스스로 소진한 것인가 아니면 정권 때문에 소진된 것인가?
"두 가지가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정권에서 (개입)해도 내부 동력이 있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개혁을 할 수 있었다."

-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떤 분야에 주력할 것인가?
"일단은 여성과 인권 분야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검찰개혁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봐야겠다."

"정치권 진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 '검찰개혁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말 아닌가?
"검찰 자체 개혁 동력이 없고, 외부에 의한 개혁이 되어야 한다면 결국 사회적 힘, 정치적 힘에 의해서 개혁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저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치는 개인의 영달이나 자기 권력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국민에게 봉사하고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 앞으로 정치를 할 여지가 있는 것 같은데.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다."

- 내년 4월 총선도 고민의 범위에 있는 것인가?
"주변에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지금은 변혁의 시기다. 이명박 정부가 일군 가장 큰 공로가 있다면 정치에 무관심한 많은 국민들을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도 검사생활을 했던 지난 10년간 비정치적이었다.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정치인이었을 정도다. 그런 제가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지 몰랐다. 검찰의 현실, 민주주의의 퇴보 등을 보면서 젊은 날 가졌던 변혁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 MB정부가 큰 일을 한 셈이다.
"나꼼수 열풍이 그런 것이다. 아주 억눌려 있던 국민이 (나꼼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그것이 나꼼수가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동력이다."

- 그런 맥락에서 보면 MB정부의 검찰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줬다고 볼 수 있겠다.
"잘 표현했다."

-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 공수처를 설치하고 법무부를 문민화해야 한다. 국민들은 검찰이 대검 중수부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평검사 중에는 상당수가 동의한다. 다만 국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공수처 신설 법안은 국회의원을 뺀 판검사만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고위공직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 지금은 외부 개입에 의한 검찰개혁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검찰이 지금이라도 변화해야 한다."

- 검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일단은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갖추고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야 자긍심이 살아난다. 지금 시스템이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긍지나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

- 검찰 수뇌부에게 하고 싶은 고언이 있다면?
"검찰 수뇌부가 사회변화의 흐름을 직시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혜련#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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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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