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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인천공항 세관 하청노동자 31명 집단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6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인천공항 세관 하청노동자 31명 집단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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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 고용승계 보장하라."

6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8, 9, 10, 11 게이트 앞에서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500여 명은 힘찬 구호와 함께 민중가요를 불렀다. 캐리어를 든 인천공항 이용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거짓 자술서 강요하더니 노조가입 이유로 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세관분회 분회장을 맡고 있는 육근태씨가 집단해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세관분회 분회장을 맡고 있는 육근태씨가 집단해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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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인천공항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된 것은 인천공항 세관에서 수화물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일을 하던 하청노동자들의 해고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0시 30분께. 인천공항 세관 하청노동자 50명 가운데 31명은 업체로부터 단체문자를 한 통 받았다. 대부분이 60대인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세관분회 조합원들이다. 

"KTGLS입니다. 1년 동안 수고하셨고 2011년 12월 31일 24:00시를 기해 인천세관 전자택 부착용역이 만료됩니다. 따라서 2011년 12월 31일 23:00시까지 전 직원 현장에서 철수하여 퇴실하시어 보호구역 출입증을 반납하시기 바랍니다. 24:00시 이후 출입할 경우 출입증이 정지되어 보안요원의 제재를 당하오니 그 이후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인천공항지부 세관분회장을 맡고 있는 육근태(63)씨는 "10시 반에 문자 보내서 11시까지 철수하라고 하니까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2006년 1월 1일부터 인천공항 세관에서 일했다는 육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4년에서 7년을 일해 왔는데 그동안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는 자동으로 됐기 때문에 계약만료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만 해고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을 부를 수도 있으니 당장 나가라'는 사측에 "해야 할 일은 마치게 해달라"고 한 뒤, 다음날인 2012년 1월 1일 오전 7시 인천공항에서 쫓겨났다.  

세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노조에 가입하게 된 것은 사측이 강요한 자술서 한 장 때문이었다. 육씨는 "24시간 맞교대 격일근무를 하는데 그 중 태그를 붙이는 5시간만 실제 근무시간이고 나머지 19시간은 휴게시간이라는 내용의 자술서에 서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육씨는 "비행기가 지연될 수도 있고 회항할 수도 있어서 모니터링을 해야하다보니 24시간 근무시간 중에 잠은 거의 못자고, 잔다고 하더라도 가수면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KTGLS 측이 자술서를 강요한 것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31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KTGLS'는 '포스트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세관과 계약을 맺었다.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도 같고 경영진의 이름도 같다.

"인천공항 노동자 87%가 비정규직... 공항 멈추는 투쟁까지 고민"

인천공항 세관 해고노동자 지영호씨가 집단해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 해고노동자 지영호씨가 집단해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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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여해준 '동지'들을 향해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큰 절을 올린 해고노동자 지영호씨는 다음과 같이 절규했다.

"저희는 일한 것밖에 없다. 지각도 안 하고 결근도 안 하고 정말 개같이 일해서 120만 원 받았다. 우리가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나. 그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남들은 새해계획 세울 시간에 우리는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나의 어머니도 울고 자식들도 울고 있다."

해고노동자 하영호씨는 "세관이 어디인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 아닌가"라면서 "국가가 앞장서서 최저생계비를 보장해도 모자랄 판에 하청업체에 위탁을 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성덕 인천공항 지부장은 "세계 1위라고 하는 인천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6만 명의 노동자 가운데 87%가 비정규직 노동자"라면서 "이 싸움은 해고자 31명 만의 싸움이 아니다. 정규직 쟁취를 위해 공항을 멈추는 투쟁까지 고민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50명의 하청노동자 가운데 해고되지 않은 비조합원 19명이 현재 전자태그 부착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다. 공공노조는 "남아있는 노동자들이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일째 연속근무를 하고 있어 사고의 위험이 있다"면서 "지난 1월 2일 인천공항에서는 '수화물이 많아서 승객들의 물품과 태그부착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정확히 확인하라'는 안내방송을 이례적으로 내보냈다"라고 전했다.


태그:#공공노조,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 #세관, #전자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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