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정연주와 터는 MB방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정연주와 터는 MB방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가끔 억울한 피의자가 재판에서 누명을 벗는 일이 생긴다. 그것이 극적일 경우 영화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검찰은 생사람을 잡았다는 욕을 먹는다.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면 덜 하겠지만, 누가 봐도 죄 없는 사람을 재판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범죄 규명이 아닌 다른 데 목적이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12일 대법원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극적이진 않았다. 검찰이 그에게 덧씌운 배임죄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가 해임되던 당시 그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던 보수언론과 검찰 자신을 제외하고 말이다. 결국 검찰은 생사람을 죄인 취급했다. 죄를 밝히는 게 아니라 사장에서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3일 정 전 사장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진행하는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소감을 전했다. 또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진행된 방송장악 행태를 김종배씨와 함께 '탈탈' 털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대법원은 나의 무죄를 확정했는데, 죄없는 사람을 핍박한 악행은 심판받지 않았다"면서 "정치검찰의 혹독함과 잔인함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 정의가 아닌 정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 권력을 남용한 검사는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월 총선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다수가 된다면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대한 정밀하고 세세한 청문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검찰의 혹독함, 반드시 심판받아야"

'사필귀정'과 '정치검찰'. 정 전 사장은 이 두 단어로 무죄를 선고받은 소감을 전했다.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판결을 받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말에서 그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느껴진다.

"사실 당연한 결과인데 대법 판결을 받고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는데 다들 '사필귀정'이라고. 그런데도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면 반대로 정치검찰의 올가미가 얼마나 혹독하고 무서웠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 판결 전에도 이미 무죄였다. 앞선 1심, 2심 재판부도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의 결과도 뻔했다. 그럼에도 그는 무죄가 확정된 것에 안도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저 같은 경우는 KBS 사장도 했고 이른바 좀 '가진 자'잖아요. 민변의 변호사들도 참 많이 도와줬어요. 그런 저도 힘들었는데 일반 서민이 억울하게 기소되면 저처럼 적극적인 변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싸워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정치검찰의 혹독함과 잔인함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해요."

정 전 사장은 지난 2008년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수년간의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당했다.

조정 권고를 받지 않고 재판을 끝까지 했으면 환급금을 더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의 죄목은 배임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였다.

"당시 KBS와 국세청 사이의 조세 분쟁 재판을 보면 16건 판결 가운데 7건을 KBS가 이겼고 나머지 9건이 패했습니다. 이겼다는 재판도 판결문을 보면 KBS의 핵심주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판결문만 검찰이 읽어봤어도 저를 (배임죄로) 기소 못합니다.

또 그 조정이 법원에서 한 건데, 법원도 배임의 공모자가 되는 거죠. 검찰이 법원자체를 부정하는 겁니다. 법원이 양 당사자가 양보해 조정하라고 해서 받았는데 그걸 배임죄로 엮었으니... 재판부가 보기에도 너무하다 했을 겁니다."

"관련 검찰은 법조인 그만두고, 최시중은 사퇴해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정연주와 터는 MB방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정연주와 터는 MB방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직후 "(나의) 해임 핵심요인이 무죄로 밝혀졌다"며 "정치검찰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책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최 위원장은 2008년 정 전 사장의 해임 당시 해임권을 가진 KBS 이사회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구성하며 사실상 정 전 사장의 해임을 주도했다. 앞선 이사회의 김금수 이사장은 "임기가 남은 사장을 해임할 수 없다"며 정 전 사장의 해임을 반대했으나, 그의 퇴임 후 최 위원장의 입맛대로 구성한 이사회는 너무나 쉽게 해임에 나섰다.

"최시중 위원장이 2008년 3월에 취임하고 바로 김금수 이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요. 최 위원장한테는 KBS가 절박한 과제였습니다. KBS는 제가 사장으로 있으면서 공영방송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거든요. 언론은 기본적으로 사실보도와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기능이 핵심인데 KBS 그거 잘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권에서 그걸 감당 못하는 겁니다. 방송을 장악해야 여론을 장악할 수 있고 그래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는 검찰과 최 위원장에게 책임을 지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퇴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09년 문방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 전 사장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해 3월 연임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또한 "적절한 책임을 질 것"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전 사장은 "책임을 지는 데에는 우선 전제가 있다, 먼저 자기들이 잘못했다 해야 한다"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저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동물하고 다른 점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겁니다. 사회정의를 위해 복무한 게 아니라 정권의 이익을 위해 복무했다는 사실이 들어난 이상 사죄해야 합니다. 반성의 구체적인 방식은 법조인 생활을 두는 것입니다. 최시중 위원장도 사죄하고, 또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그 책임의 구체적 형식으로 사퇴를 해야 합니다. 그게 적어도 국민들 앞에 잘못을 뉘우치는 최소한의 방식이죠."

"김인규는 안 시킬 줄 알았다"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과 관련해 "세련되지 못하고 유치한 수준"이라며 "이 정도까지는 안 할 걸로 봤는데, 이 사람들이 재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담당 책임자였던 김인규 KBS사장의 임명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노골적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출범할 때 서동구 사장이 노무현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이라고 한나라당에서 반대했습니다. 사실 서 사장이 언론특보라고는 하지만 선거 캠페인 마지막에 이름 하나 걸쳐 놓은 정도였죠. 그런데 김인규의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방송담당 총책임자였습니다. 그런 사람은 안 시킬 줄 알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성숙했다고 봤는데, 결국 사장을 하는 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까지 노골적일까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을 다 배반한 겁니다.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했습니다. 결국은 파멸의 길이 될 겁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거죠."

그는 김인규 사장 체제 이후 KBS에서 김제동, 윤도현 등의 연예인들이 퇴출된 것과 관련해 "20대, 30대에게 너무나도 쉽게 정치교육을 한 것"이라며 "내가 KBS에서 잘린 건 아주 복잡하지만 이들을 보면 너무나도 (방송장악 문제가) 쉽게 설명된다"고 말했다.

"KBS 2TV에서 김제동씨가 잘렸을 때,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운명이 바뀌는 변곡점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정권의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방송국 지도부가 김제동을 잘랐다는 사실은 결국 생각이 다른 사람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이죠.

그게 얼마나 옹졸한 일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일입니까. 너무나도 쉽게 20대, 30대에게 정치교육을 한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김제동, 윤도현을 못 보고, 김미화, 김여진은 라디오도 못하고 김종배도 김용민도 쫓겨나고... 젊은 사람들 눈으로 보면 이게 너무 쉽게 설명이 됩니다. 21세기 대명천지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거죠."

정 전 사장은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 이후에 자기 의사가 아닌 강제로 자리를 떠난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 매우 정밀하게 세세한 청문회가 있어야 한다"며 "그들이 떠나야 했던 원인이 뭐였고, 누가 그일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역사 앞에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사장이 출연하는 <이털남>은 13일 오후 5시께 팟캐스트와 <오마이TV>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정연주#이털남#김종배#김인규#K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