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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잔한 여행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가한 여유를 즐길 수는 없게 됐다. 그 이유는 네팔 국민들이 겪는 일상의 고달픔 때문이었다. 24일(현지시각),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몇 개의 도시에서 이른바 총파업이 벌어졌다. '네팔번다'라고 알려진 총파업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어제 아침 사마쿠시 아침 7시 30분, 시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들이 시위진압을 위해 완전장비를 착용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 어제 아침 사마쿠시 아침 7시 30분, 시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들이 시위진압을 위해 완전장비를 착용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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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잠긴 은행  굳게 잠긴 은행문, 그리고 해당은행의 ATM도 셔터문을 내렸다. 경비원만 무심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 굳게 잠긴 은행 굳게 잠긴 은행문, 그리고 해당은행의 ATM도 셔터문을 내렸다. 경비원만 무심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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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네팔번다가 네팔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네팔번다를 하게 되면 정부기관과 개인 상점, 대형 상점, 골목의 구멍가게까지 모두 문을 닫는다. 24일이 그런 날이었다.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네팔의 카트만두 거리지만 ATM(자동출납기)까지 모두 닫았다. 빵 하나, 비스켓 하나 사먹을 수도 없었다.

종일 집에서 머물거나 일이 있으면 가깝거나 멀거나 걸어서 가야했다. 나는 24일 아침, 내가 맡은 한글반 수업을 위해 겅거부 거리를 걸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한 시간짜리 강의. 사실 네팔번다라고 하면 자동 휴무다. 그런데 네팔인들의 그런 습관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 가서 일을 하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더욱 그런 말을 자주한다. 쉬는 이유가 너무나 많은 탓이다.

거리의 네팔 대학생 시위대 시위가 시작되기전 네팔학생연맹 소속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당파를 내세운 기를 들고 집결하고 있다. 이번 네팔번다(네팔총파업)은 네팔대학생총연맹이 주도했다.
▲ 거리의 네팔 대학생 시위대 시위가 시작되기전 네팔학생연맹 소속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당파를 내세운 기를 들고 집결하고 있다. 이번 네팔번다(네팔총파업)은 네팔대학생총연맹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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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겅거부 거리 겅거부 거리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한길로 이어지는 링로드다. 동력을 사용한 모든 교통수단의 운행이 중지된 거리에 짐을 싣는 자전거가 달리고 시민들은 걸어다니고 있다. 어제 아침
▲ 을씨년스런 겅거부 거리 겅거부 거리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한길로 이어지는 링로드다. 동력을 사용한 모든 교통수단의 운행이 중지된 거리에 짐을 싣는 자전거가 달리고 시민들은 걸어다니고 있다. 어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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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반 학생들 기자에게서 수업을 받는 한글반 학생들, 그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 한글반 학생들 기자에게서 수업을 받는 한글반 학생들, 그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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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이 지난 한글반에 수업 초기 네팔번다가 있었다. 수업을 위해 강의실을 찾았을 때, 여덟 명 수강생 중 2명만이 수업에 참석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다음날 수업에 참석한 다른 이들에게도 "입은 쉬지 않는데 수업은 쉴 것이냐"고 말했다. 어제 수업에는 기자의 아내를 포함해 여덟 명이 참석했다. 많은 변화다. 쉽게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네팔인들도 쉽게 습관을 바꾸지 못했다. 그런 그들의 변화에 기쁘다고 말했다. 일어서 움직이고 그렇게 자신의 길을 열어가는 훈련을 멈추지 말라고 그들에게 당부했다.

총리 바브람 버터라이 화형의 주인공이 된 바브람 버터라이가 이 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고 어제의 총파업에도 아직 아무런 언급을 않고 있다.
▲ 총리 바브람 버터라이 화형의 주인공이 된 바브람 버터라이가 이 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고 어제의 총파업에도 아직 아무런 언급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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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네팔번다는 한 달 사이 새 차례 기름 값을 인상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처음에 5루피, 그 다음에 5루피, 다시 10루피…. 가스 한 통 가격은 한 차례 150루피 정도가 올랐다. 지난 1월 24일에는 젊은 청년 학생 조직의 리더 10명이 "이번 번다를 거쳐서 세 차례 자신들의 의지를 밝혀나갈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그래도 이번 기름 값 인상안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 앞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안타까운 일이다. 향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현총리 바브람 버터라이 모형 현총리의 화형식을 위해 시위대가 준비한 모형이다. 상황과 어울리지않게 그들의 웃음이 맑기만 하다.
▲ 현총리 바브람 버터라이 모형 현총리의 화형식을 위해 시위대가 준비한 모형이다. 상황과 어울리지않게 그들의 웃음이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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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모든 학생조직에도 다양한 정치적 결사체가 있다. 그래서 민주화의 저해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네팔 지식인들의 염려다. 학생 조직의 당파가 심해 정치조직의 이해에 따라 번다(파업)를 하거나 시위(줄르스)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번다는 모든 당파를 초월한 연합 성격의 총파업이었다. 겅거부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명의 학생들이 현 총리 바브람 버터라이의 화형을 위해 모형을 만들어 시위대가 있는 사마코시 거리를 향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팔번다(네팔 총파업)#네팔 기름값 폭등#대학생 조직이 주도#김형효#카트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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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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