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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일 오후 4시 8분]
 

"국민 67%가 수신료 1000원 인상에 찬성하고 64%가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KBS(사장 김인규)가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KBS는 1일 오전 10시 30분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수신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 "국민 67%가 수신료 1000원 인상안 찬성"

 

길환영 KBS 부사장은 "국민 67%가 수신료 1000원 인상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치권은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안을 처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신료 1천 원 인상 수준에 대해 '적절하다'(55.5%)거나 '다소 낮은 편'(10.3%)이란 의견이 67.5%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12월 같은 조사에 비해 6.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인상액이 높다'는 의견은 38.8%에서 32.5%로 다소 줄었다. 또 '국회가 조속히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은 64.0%로 '동의하지 않는다'(36.0%)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신료 인상 규모'의 적절성이나 '수신료 인상 여부 결정'에 동의하는지 물은 것이지 수신료 인상이나 시기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 KBS가 수신료 인상에 합당한 공공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10년 6월 공공미디어연구소와 미디어행동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0.2%로 압도적이었고 찬성한다는 의견은 16.1%에 그쳤다. 

 

이에 하동균 미디어리서치 부장은 "지금은 수신료 인상 찬반이 아니라 국회 통과 여부가 이슈인 상황이어서 찬반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길환영 부사장 역시 "수신료 인상은 이미 KBS 이사회 등 논의 과정을 거쳤고 임시국회에서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면서 "일부 찬반 조사는 어떤 기관에서 제대로 된 조사 방법으로 한 것인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다른 조사 결과를 깎아내렸다.

 

수신료 인상안, 2월 국회 통과 불투명..."김인규 집안 단속용"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국회 문방위 소위에 상정돼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 모두 물가 인상을 수반하는 수신료 인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의미 없는 설문조사"라면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수신료 인상 찬반 여부는 묻지 않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 사무처장은 "결국 그동안 '정권 실세'로 수신료 인상을 자신해온 김인규 사장이 집안 단속용으로 내놓은 것"이라면서 "최근 새 노조 간부들을 무더기 징계하면서 공공성 운운하며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최근 김인규 사장 리더십도 위기에 부딪혔다. KBS 노조와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에서 지난 17일 본부장 신임투표를 한 결과 투표자 84.4%가 고대영 보도본부장을 '불신임'했다. 이는 KBS 역대 보도본부장 불신임율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사실상 김인규 사장 체제에 거부로 볼 수 있다. 이에 맞서 사측은 지난 30일 2010년 파업을 문제 삼아 엄경철 전 위원장을 비롯한 새노조 전 집행부 13명에게 정직, 감봉 등 중징계를 해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MBC노조가 지난 11~12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언론학자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KBS 신뢰도는 14%로, YTN(43%)의 1/3에도 미치지 못했고 MBC도 9%에 그쳤다.

 

이에 대해서도 길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광고주협회 조사에서는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 1위로 나왔다"면서 역시 조사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길 부사장은 이날 "그동안 공영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고 국민을 상대로 수신료 인상 당위성을 설득했다"고 밝혔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는 부풀리고 불리한 조사는 애써 외면하는 태도에서 KBS가 말하는 '공영성'을 찾아볼 순 없었다.

 

"수신료 올려도 광고는 그대로"... 질문 속 KBS '속셈'은?

 

KBS 수신료 설문조사 질문 내용과 응답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면 KBS의 숨은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조사는 애초 '디지털 전환 관련 설문조사' 일부로 진행했다. 이 가운데 수신료 관련 문항은 앞서 ▲수신료 1천 원 인상 수준에 대한 의견 ▲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의 여부 등 9가지였다.

 

특히 ▲ 다른 나라와 비교한 KBS 수신료 수준을 묻는 질문에선 유독 우리보다 수신료가 7~12배나 많은 독일, 영국, 일본 사례를 들었다. 2010년 기준으로 KBS 수신료는 연 3만 원인 데 반해 독일은 36만1200원, 영국은 27만3200원, 일본은 21만1400원으로 비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응답이 65.5%에 그친 게 더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 외국 공영방송사의 재원 규모는 KBS의 6~10배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은 광고 수입이 38.5%를 차지하는 데 반해 영국과 일본은 광고 수입이 전혀 없고 독일도 5~6%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문항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KBS 이사회, 방통위, 국회가 결정하는 현재 수신료 인상 구조가 정치권 이해득실에 따라 영향을 받아 적절하지 못하다(동의 72.9% > 비동의 27.1%) ▲비정치적인 수신료 산정위원회 설치(동의 72.1% > 비동의 27.8%) ▲바람직한 수신료 인상 방식(외부 전문가 위원회가 결정하는 독일방식 37%로 1위)에 대한 질문들 속에는 그동안 수신료 인상 시도 때마다 걸림돌이었던 정치권 입김에서 벗어나고 싶은 KBS의 오랜 바람이 담겨있다.

 

한편으론 수신료를 올리더라도 광고 수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셈도 드러냈다. ▲광고를 폐지-축소해 수신료 위주로 운영(동의 48.5% < 비동의 51.6%) ▲광고를 축소-폐지한 후 수신료 추가 인상(동의 31.2% < 비동의 68.8%)이란 질문을 통해 압도적인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을 역이용하는 '꼼수'도 동원했다.

 

결국 KBS가 앞서 특정 언론시민단체에서 주도한 수신료 인상 찬반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를 탓하기엔 너무 속 보이는 '아전인수' 조사인 셈이다.


#KBS 수신료#수신료 인상#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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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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