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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장성국씨가 송경동 시인의 <이 냉동고를 열어라>를 낭송하고 있다.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장성국씨가 송경동 시인의 <이 냉동고를 열어라>를 낭송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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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8시,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 지역의 상가세입자 농성장에서는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5회 수요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정부가 지역주민과 환경·평화활동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구럼비에 대한 첫 발파를 시작한 바로 그 날 저녁,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재개발지역에서 폭파된 구럼비와 강제철거 당한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이하 서대문당협의)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촛불문화제에는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외에도 진보신당 서울시당, 영등포당협, 종로당협, 도봉당협,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참여했다. 

수요 촛불문화제 중 사회자가 '당일 오전 구럼비 바위 일부가 폭파된 것'에 대해 발언하자 참가자들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수요 촛불문화제 중 사회자가 '당일 오전 구럼비 바위 일부가 폭파된 것'에 대해 발언하자 참가자들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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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진보신당 서대문당협의 김문경 부위원장은 "이 땅 전체가 구럼비며, 용산이며, 북아현"이라고 말하고, "미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의 국민을 억압하는 국가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바로 오늘 폭파되기 시작한 구럼비 바위와 용산, 북아현, 그리고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쫓겨나는 분들과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며 각자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우선, 함영원씨가 성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문'를 낭송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강정을 위한 기도'를 인도하였으며, 제주도 출신이라고 소개한 정한얼씨가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로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7일,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정한얼씨가 노래로 문화제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정한얼씨가 노래로 문화제를 열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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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째 노숙투쟁 중인 상가세입자 이선형씨는 "삼일절이던 지난 1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3·1 주거권독립선언'에 참석해 뉴타운 사업은 세입자뿐 아니라 집을 가진 분들에게도 평생 어렵게 마련한 집을 잃게 되는 아픔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연대란 '비를 함께 맞고 고통을 나누며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지금 이곳에 함께 있지 못해도 트윗 등을 통해 관심 두고 연대하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정성국(24·명지대)씨는 용산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송경동 시인의 시(詩) '이 냉동고를 열어라'를 낭송하며, 용산참사가 상징하는 이 시대의 모순과 불의를 고발하고, 뉴타운이 또 다른 '용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절박한 주민의 심정을 대변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 송경동

불에 그을린 그대로
134일째 다섯 구의 시신이
얼어붙은 순천향병원 냉동고에 갇혀있다

까닭도 알 수 없다
죽인자도 알 수 없다
새벽나절이었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토끼처럼 몰이를 당했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쓰레기처럼 태워졌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적군처럼 살해당했다

(중략)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는 우리의 용기가 갇혀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는 우리의 권리가 묶여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는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갇혀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는 우리 모두의 것인 민주주의가 볼모로 갇혀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하생략)

다섯 번 째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사람이 쫒겨나는 상황에서 갈 곳이 있는지 묻는 것, 이것이 상식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다섯 번 째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사람이 쫒겨나는 상황에서 갈 곳이 있는지 묻는 것, 이것이 상식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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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4월 총선의 강북지역 예비후보인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시공사가 삼성과 대림인 것',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자본과 재벌'이라는 면에서 구럼비와 북아현은 닮아있다"고 말했다. 또 "수백 수천 년 동안 강정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 분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가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물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아도 상황은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서울은 서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서 폭력적으로 개발되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고 그 속에서 서민들은 생계수단과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란, 시민이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인데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회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혁명기도원의 여정훈 원장이 손병휘씨의 <나란히 가지 않아도>, <당신은 하늘나라의 간첩>을 불렀다.

<나란히 가지 않아도> - 손병휘

누군가 누군가 보지 않아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지요
가끔 가끔은 힘이 들어도
한발 한발씩 걸어 가지요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도
사람의 마을에 불빛 하나 있다면
언제나 언제나 처음처럼
묵묵히 묵묵히 걸어 가지요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혼자 혼자라고 느껴질 땐
앞 선 발자욱 보며 걷지요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쉬어가도
서로 마주보며 웃음 질 수 있다면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이날 약 한 시간 반 동안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북아현 상가세입자 농성장 오른편에는 '사람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있는지를 묻는 것, 이들을 쫓아 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것, 이것이 상식입니다'라는 내용의 새로운 분홍빛 현수막이 새로 걸렸다.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여정훈 원장이 손병휘씨의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부르고 있다.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여정훈 원장이 손병휘씨의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부르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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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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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수요 촛불문화제의 참가자들이 여정훈 혁명기도원 원장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다섯 번째 수요 촛불문화제의 참가자들이 여정훈 혁명기도원 원장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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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북아현 상가세입자 농성장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7일, 북아현 상가세입자 농성장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섯번 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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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쫒아낼 때 갈 곳 있는지 묻는 것이 상식"
북아현동 강제철거 반대하는 두 번째 일인시위

지난 5일(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서울시 연희로에 위치한 서대문구청 앞에서는 북아현동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두 번째 일인시위가 진행되었다.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의 정성만씨와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의 정한얼씨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사람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갈 곳이 있는지 묻는 것, 이것이 상식입니다"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재개발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구민들의 목소리'를 서대문구청에 전했다.

지난 5일, 서대문구청앞에서는 북아현동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일인시위가 진행되었다.
 지난 5일, 서대문구청앞에서는 북아현동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일인시위가 진행되었다.
ⓒ 정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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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아현, #뉴타운, #재개발, #구럼비,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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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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