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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당도 노원도 국민도 함께 웃는 날을 만들고 반드시 끝장보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당도 노원도 국민도 함께 웃는 날을 만들고 반드시 끝장보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드디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목사아들돼지' 김용민 교수가 출마의 변을 밝혔다. 14일 <나꼼수>호외 4편을 통해 직접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구갑에 출마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출마의 이유.

 

<나꼼수>의 또다른 실험

 

좋다. 각설하고 우선 환영한다. 그의 출마는 그동안 한심하다 못해 지리멸렬하게까지 보였던 민주통합당에 커다란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어쨌든 김용민 교수는 현재 홀몸이 아니라 <나꼼수>의 일원으로서 그들을 대변할 테니까. 한명숙 대표의 말대로 김용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인 높은 매체를 만들고, 가장 많은 사람들과 대면하고 있는 이 아니던가.

 

또한 그의 출마는 <나꼼수>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당선이 된다면 그 동안 <나꼼수>를 노려왔던 '가카의 팔'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금배지를 단 김용민을 지금처럼 쉽게 다룰 수 없지 않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된 뒤 <나꼼수>가 흔들렸던 건 사실이다. 그의 부재로 기존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비키니 사건' 등으로 <나꼼수>가 충격을 받은 듯 하지만, 어쩌면 이는 정봉주의 수감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봉주가 구속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시비도 없었을 것이요, 또한 있어도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부드럽게 정치적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사실 김어준 총수와 달리 정봉주 전 의원은 옥중에서도 다급하게 사과를 하지 않았던가.

 

그 뿐인가 정 전 의원의 구속 이후 그가 역할을 했을 정치권과의 긴밀한 공조도 눈에 띄지 않았다. 유력한 '미래권력' 정봉주 뒤에 줄 서 있었던 의원들과 <나꼼수>의 호흡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구속 이후 <나꼼수>의 폭로 수위는 계속 올라간다. 예전과 달리 <나꼼수>는 결정적인 카드를 더욱 자주 만지작거렸으며, 표현도 더 거칠어졌고 세졌다. 조롱이 절반이었던 전과 달리 방송 자체가 심각해진 것이다.

 

물론 그만큼 가카가 다급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와 동시에 가카의 압력은 더 세어졌을 것이며 <나꼼수>도 더 큰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있을 때만큼 정치권이 그들의 안위에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이 <나꼼수>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주진우 vs 정봉주' 구도의 붕괴 때문이다. 결국 <나꼼수>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것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을 소통의 장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는데 정 전 의원의 구속은 그 주된 요인이 되었던 잔재미를 소멸시켜 버렸다. 대신 재미의 자리에 분노가 차기 시작했는데 이는 기존 청취자들을 하나로 묶는 반면 신규 청취자들의 진입에 큰 장벽이 되었다. 기존 청취자들은 <나꼼수>를 의무적으로 듣게 되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감소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김용민 교수의 출마는 위기를 맞은 <나꼼수>의 또다른 실험에 가깝다. 그것은 최전방 공격수를 잃어버린 <나꼼수>가 또 다른 공격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행위이며, 계속해서 전방위로 압박을 당하는 <나꼼수>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지금의 상항은 그들이 늘 주장했듯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계속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김용민 교수의 출마를 마냥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비록 그의 결심을 지지할지언정 그의 출마로 야기될 많은 문제점들이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꼼수>의 팬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꼼수>의 존폐 여부이다. 그와 함께 <나는 꼽사리다>에 출연 중인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은 김용민 교수의 출마를 지지하며 그가 책임강이 강한 사람이라 <나꼼수>가 어떤 식으로든 차질이 없으리라고 이야기했지만 객관적으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선거유세를 해야하는 김용민이, 그리고 만약에 당선된다면 국회의원 김용민이 예전처럼 PD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수면 시간이 모자라 녹음하면서 졸기 일쑤인 그가 기존처럼 <나꼼수>에 신경을 쓰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대타를 넣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변한 <나꼼수>가 기존처럼 파괴력을 지닐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총선 전 김용민 교수가 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나꼼수> 녹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나꼼수>에 꽤 큰 충격일 것이다. 어쨌든 '주진우 vs 정봉주' 구도가 사라진 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이 김용민 교수의 성대묘사 등이었는데, 이것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다면 그 자리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검증되지 않은 인물 혹은 컨텐츠를 투입시켜 그전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선 불안감은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과 이어진다. 지금까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쳐왔던 <나꼼수> 대신 지역구 국회의원 한 명을 얻는 것이 더 옳은 일인가? 아무리 <나꼼수>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는 하나 이런 식으로 <나꼼수>가 훼손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큰 경우가 아닐까?

 

흔들리는 <나꼼수>의 정체성

 

그러나 김용민 교수의 출마가 갖는 더 심각한 문제는 <나꼼수>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이전 글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그들은 이 시대의 해적이었다. 겁에 질린 보통사람들 대신 기존 정치세력을 희화화하고 풍자하던 해적. 많은 대중들이 그들에게 환호하고 열광했던 것은 그들이 소위 기득권의 콩고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봉주 전 의원은 예외였는데 어차피 그는 처음부터 스스로 정치인임을 밝혔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중들은 <나꼼수>의 진정성을 믿었던 만큼 그들에게 열광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용민 교수의 출마는 '해적'으로서 그들이 구축했던 정체성을 뿌리서부터 뒤흔드는 행위이다. 어쨌든 그는 <나꼼수>를 통해 얻었던 인기를 바탕으로 제도권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그들이 보여주었던 소위 쿨함과 전혀 다른 모습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그는 공인으로서 언행도 조금 자아검열해야 하지 않는가.

 

따라서 그의 출마 선언 이후로 <나꼼수>의 발언은 신뢰성을 일정 부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지금까지 스스로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권력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이상 그들의 언어는 100%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권력을 갈망하기 시작한 <나꼼수>를 상대로 줄다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현 시국에 대한 그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받아들이되, 무조건적인 애정은 걷어들이고 그들이 정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시퍼런 눈으로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나꼼수>의 팬으로서 우리가 할 일이다.

 

김용민 교수의 출마는 양날의 칼이다. 비록 <나꼼수>를 지키기 위한 발걸음이었으나, 오히려 <나꼼수> 자체를 스스로 와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나 난 <나꼼수>의 팬으로서 김용민 교수의 출마를 지지하련다. 아직은 <나꼼수> 그들이 그들의 말을 지킬 수 있으리라 신뢰하기 때문이며, 김용민 교수가 출마의 변에서 밝히고 있듯이 어쨌든 현 시국의 위중함은 이 모든 논쟁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왕 나선 거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시사돼지.

 

P.S :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김용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비전을 널리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마냥 반MB라고 외친다면 그것 또한 한심한 일 아니겠는가. 부디 성공한 정치인이 되시기를.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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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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