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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책겉그림〈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 검둥소

농촌 마을에 젊은이가 없다고 한다. 그건 시골 우리 동네도 다르지 않다. 시골 동네에는 우리 어머니를 비롯해 대부분 65세 이상이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젊게 보였는데, 이제는 허리도 더 구부정하고 주름살도 한층 더 패여 있다.

 

젊은 사람이 농촌을 떠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농사 일은 힘들고 그 일로 돈을 모을 수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자식들이 출세하려면 대도시로 나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이든 부모님들이 젊은 사람들을 도시로 내 보낸다. 농촌 마을은 그렇게 늙어가고 한적해 진다.

 

그런데 농촌 마을을 살리려는 사업들이 진행된다. 쓰러지고 허물어지는 집들을 세우듯 농촌을 재건하는 사업이 속속 진행된다. 이른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그것이다. 농촌 마을 곳곳을 종합적으로 개발시킨다는 취지다.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대서 그 사업을 주도한다고 하니, 농촌 마을로서는 좋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시골 마을에도 마을회관을 새롭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시골 마을에 과연 생기가 도는 걸까? 과연 사람들이 그곳에 드나들며 정을 나누고 살 수 있는 일일까?

 

김정헌의<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을 읽으면 농촌 마을을 진짜로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정헌이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골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마을 조사 사업'을 벌인 걸 되새긴 것이다. 그 중심은 지역 마을을 이롭게 하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로 풀어간다. 그는 이 일을 시골 마을에 진짜로 생기가 돌고 살아갈 방도도 찾고 있다. 

 

"이 도서관은 작년 6월에 여기 원래 있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개관을 하였다. 그때 내가 초대되어 손님으로 참석한 바 있다. 이 작은 도서관 개관에 내가 초대된 이유는 내가 위원장으로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복권 기금을 받아 전국의 '작은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는데 여기 백운면도 신청을 하여 선정되었기 때문이다."(137쪽)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자리 잡은 '흰구름 작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다. 그곳에 도서관이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그 지역에서 옹기장이로 일하고 있는 이현배씨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마을 조사단 단장들의 집담회에서 1기 단장으로 일을 했는데, 그때 미래 세대를 위한 도서관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그 땅에 작은 도서관을 세웠다는 것이다.

 

물론 이현배씨는 발효를 위한 질그릇 옹기를 굽고 있고, 그 일로 그 지역은 물론 세계 속에 옹기를 알리고자 애쓴다고 한다. 그에 대한 소식이 점차 알려지자 옹기 굽는 과정뿐만 아니라 직접 옹기를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진안군에서는 그에게 백운면을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의 중심에 서도록 자꾸 요청한다고 한다. 그것이 그 지역 마을을 살리는 길이지 않을까?

 

"서귀포가 고향인 이승택은 2000년도에 서울 생활을 잠시 접고 이곳 월평과 인연을 맺었다. 3년 여를 이곳에서 지내면서 그는 월평을 속속들이 다 알아버렸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이쁜 월평 포구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아왜낭 밑에서 놀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는 건축가라 유달리 이 마을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가 가장 특이하게 본 것은 이 마을이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도로에 의해 분리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었다."(199쪽)

 

이는 제주 서귀포 월평 마을에 펼쳐진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그 사업은 일종의 공모 사업이었는데, 건축가 이승택씨가 주관하여 주변의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문화도시 공동체 쿠키'라는 걸 조직한 것이다. 그 일이 기초가 되어 2009년에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곳 인근에 있는 '송이 갤러리'는 지금은 제주도 올레의 명소가 있다.

 

그처럼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는 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시골 마을을 살갑게 하는 일은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할 때에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그 옛날 새마을 사업처럼 단순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만 벌인다면 그야말로 건물만 짓고 도로만 닦는 일 외에 무얼 더 할 수 있겠는가? 시골 마을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이 정을 나누며 살 방도를 찾는 길을, 지금은 달리 모색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김정헌 (지은이) | 검둥소 | 2012년 2월 값 15,000원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김정헌 지음, 검둥소(2012)


#시골 마을#지역 공동체#새마을 사업#농총마을종합개발사업#마을 조사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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