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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2일로 서울 중구 을지로 입구역에서 1000일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오른씨는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느덧 목표했던 1000일 코앞에 다가왔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이다"며 4.11 총선 투표 독려를 위한 1인시위에 동참을 호소했다.
오는 22일로 서울 중구 을지로 입구역에서 1000일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오른씨는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느덧 목표했던 1000일 코앞에 다가왔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이다"며 4.11 총선 투표 독려를 위한 1인시위에 동참을 호소했다. ⓒ 유성호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느덧 목표했던 1000일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젠 여러분 차례입니다. 저와 함께 1인시위를 해요. 단 하루만이라도."

기적이다. 해냈다. 올림픽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감격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의 그것에 못지않다. 종목은 '1인시위'.

이오른(34). 트위터와 인터넷에서 '시지프스(@sisyphus79)'로 잘 알려진 그가 1인시위를 한 것이 오는 22일이면 무려 1000일째가 된다. 지난해 초여름 700여 일째 됐을 때 만난 그를 다시 만나봤다.

[첫 인터뷰] "천일동안 1인시위... 미쳤다고?"
[동영상] 4·11 희망투표 캠페인 - 투표가 희망을 만든다

뭐든 여럿이 함께하면 힘이 덜 든다. 힘이 덜 들뿐 아니라 말동무가 있으니 외롭지 않다. 남들의 시선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혼자 하면? 배로 힘들다. 1인시위가 바로 그렇다. 모든 걸 혼자 준비해야 하고, 면벽수도 하듯 혼자 앞을 주시하고 있으면 '내가 왜 이렇게 여기 서 있나'부터 '이거 해서 누가 알아주나'하는 별별 잡념이 다 생긴다.

가장 힘든 건 '쪽팔린' 거다. 여럿이 함께하는 집회라면 같이 구호라도 외쳐주고 힘을 모아 싸워주는 동료들이 있지만, 이건 그많은 행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완전 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

"내가 안 하면 아무도 대신 나서주지 않는다"

 오는 22일로 1000일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오른씨.
오는 22일로 1000일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오른씨. ⓒ 유성호
그렇게 힘든 걸 왜 시작했냐고? 누군들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했겠는가. 그가 '고행'의 길을 걷기로 작심한 것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의 여파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조금 관심 있던 그저 평범한 그를 촛불시위가 바꿔놨다. 무심코 광화문에 나갔다가,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있는 시민들이 잘못한 정권에 의해 두들겨맞는 걸을 보고 소위 '꼭지'가 돈 것이다.

이후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조중동광고 불매운동까지 참여했다 소송을 당하는 등 열혈청년으로 변한 그는 점차 누그러지는 촛불열기에 낙담하던 중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방관하면 이런 사태가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고 방관하면서 누가 나 대신 나서주길 바라면 안 된다. 누구도 대신 안 나서준다. 다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게릴라 시위를 다시 시작할까 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택한 게 1인시위였다. 우선 내가 1000일 동안 하고, 그다음은 1000명이 하루 다함께 하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하게 된 게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가 1인시위 장소로 택한 곳은 을지로입구역. 상반신을 커버할 만한 크기의 피켓에는 '19대 총선 투표' '4대강 반대' 'FTA반대' 등의 구호를 적었다.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 1000일을 매일같이 할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거르지 않고 반드시 했다.

"여기 지하상가에서 와플가게랑 편의점 빼고는 내가 제일 오래됐을 겁니다.(웃음)"

그간 가장 고마웠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나오는 대답이 '피켓 보관해준 아저씨'란다. 주변에서 식당을 하는 분인데, 피켓을 보관해주고 사진도 찍어줬단다. 힘들어 할 땐 힘내라고 격려까지 해주고.

이씨가 1인시위를 했던 지난 3년간 가장 크게 느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온오프 상의 괴리였다고 한다.

"모든 정치, 사회적 쟁점이 트위터나 인터넷 등 온라인에선 항상 뜨거워요. 금방 뭔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죠. 그러나 실제 거리로 나와보세요. 너무나 다릅니다. 아무도 관심 없어요."

또 하나의 목표 : 하루 함께 할 1000명을 모아라

그러니, 1인시위 같은 최소한의 사회참여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1인시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3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제가 1인시위 했다고 트위터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심지어 '존경합니다'는 격려글들이 올라오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관심은 오히려 처음보다 줄었습니다. 초기에는 수고하시라며 음료수를 갖다 주는 편의점 직원도 있었어요. 요즘은 참 썰렁합니다. 제가 한자리에 너무 오래 있어서 관심이 떨어진 탓도 있겠죠.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도무지 사회적 이슈들을 제대로 보도해야지요."

1인시위에서 느끼는 한계 때문이었을까, 그는 최근 끝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했었다. 만약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겠다 싶었다. 국회 교과위에 제출된 법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무려 650개 중 250개밖에 통과 안 되고 계류 중이더란다. 이것만 다 통과되면 반값등록금 문제도 다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2차에서 떨어졌다. 누가 그랬던가, 선거는 조직 싸움이라고.

1000일 1인시위라는 목표를 달성한 그에게는 곧바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하룻동안 그와 함께 1인시위를 해줄 1000명의 '동지'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대로 끝내면 너무 허탈하니까.

"900일 넘어 남은 날수가 두자릿수로 되니까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건 내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1000일때 1000명의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같이 행동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줬으면 좋겠습니다."

시위의 주제는 '4·11투표 독려운동'이다. 시간은 오는 토요일인 24일 오전 10시부터 5시 사이다. 집에서 혼자 하는 것은 반칙이다. 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서 해야 한다. 혼자 하고 인증샷 보내는 것도 반칙이다. 시위의 목적은 오프라인에서 뭔가 해보는 거니까. 피켓문구는? 투표독려 내용이면 뭐든지 된다. 피켓 만드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말라. 투표하는 그림 넣고 총선에 꼭 투표하라고 한마디 써넣으면 된다. 

그는 얼마 전부터 평소 자주 소통하던 촛불단체 회원들이랑 '대책'을 논의해왔다. 모두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해줬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다. 22일이 만 하루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그의 카페 '1인시위'에 신청한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삼세판'이다.

"한번에 목표를 이루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4·11총선까지는 세 번의 주말(24일, 31일, 7일)이 남아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번의 기적을 이룬 그는 과연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1인시위#이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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