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궁화
 무궁화
ⓒ 장선희

관련사진보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계절이 다가온다. 연인, 가족단위의 사람들은 외투를 벗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즐기러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를 즐기러간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벚꽃 축제만 해도 진해, 군산, 제주, 여의도, 섬진강 화개장터 등 봄이 되면 벚꽃축제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요란스럽다.

하얀 꽃송이들이 피어오른 벚꽃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구름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도 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걸으면 황홀한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아마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즐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벚꽃은 한꺼번에 반짝 피었다가 보름도 채 가지 못하고 시들어 떨어진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는 7월 말부터 9월까지 오래도록 펴 우리 민족의 끈기와 불굴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무궁화의 이름의 뜻도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란 의미다. 꽃말 또한 '은근과 끈기' 그리고 '일편단심'을 상징한다.

단군조선 역사가 기록된 우리 문헌에서는 무궁화를 '하늘을 가리키는 꽃'이라고 해서 '천지화(天地花)' '환화(桓花)' '근수(槿樹)'라고 했다. 하늘의 성스러운 꽃으로 여겨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사단 주변에 무궁화를 심었다고 한다.

무궁화의 영어이름은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다.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 서쪽에 이르는 샤론 평야가 구약 성경의 <아가서>를 비롯해 "샤론의 꽃 예수 나의 마음에 거룩하고 아름답게 피소서"라는 찬송가에서도 등장한다. 이처럼 '샤론'이란 '아름다운 땅'을 뜻하며 '성스럽고 선택받은 민족의 땅'이기도 하다.

즉, 무궁화의 이름의 뜻은 '하늘에 선택받은 땅의 꽃' '영원히 빛나 겨레의 환한 등불이 될 꽃'이란 의미다.

벚꽃과 무궁화는 꽃을 피우는 인식 체계도 다르다. 벚꽃은 외부 온도에 따라 피우는 시기가 해마다 일정치가 않지만, 무궁화는 창조될 때부터 정해진 밤과 낮의 길이를 알고 꽃을 피울 날짜에 정확히 꽃이 열린다. 환경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하다.

무궁화는 100여 일을 피고 지고 반복하며 가장 더운 한여름에 만개한다. 국내에는 200여 종의 무궁화가 있지만 꽃색에 의한 분류는 크게 배달계(꽃 중심부에 붉은색이 없는 순백색의 꽃), 단심계(꽃 중심부에 붉은색 또는 자색의 무늬가 있는 꽃), 아사달계(꽃 중심부에 단심이 있으며 백색의 꽃잎에 붉은 무늬가 있는 꽃) 세 가지다.

특히 무궁화는 해열과 해독에 약효로도 사용이 됐고 기관지염과 인후염, 장염 등 치료에 달여서 복용도 했다. 과거 구황식물로 무궁화 잎을 익혀 사용했고 중국에서는 잎과 꽃을 허브차로 이용했다.

<애국가>에서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고 했다. 무궁화는 반만년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5000년이란 시간을 민족의 운명공동체로 함께 숨 쉬어 온 꽃이다. 추운 겨울에도 강인하게 떳떳하게 기상을 품어내며 잘 견디고 번식력도 강하다.

일제시대 만주, 상해, 미국, 유럽으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광복을 위한 구국 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울 정도였다. 그래서 1910년 이후 일본은 무궁화 말살정책을 펴서 무궁화를 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불태워 버리고 뿌리 채 뽑아 없애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벚꽃(사쿠라)를 대신 심었다. 무궁화를 없애 우리민족의 민족성까지 짓밟고자 했던 것이었다.

또 일본은 무궁화를 '눈에 피꽃'이라고 하면서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었다. 무궁화를 만지면 부스럼병이 생긴다는 낭설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진딧물 같은 벌레가 많은 꽃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입혔다. 하지만 핍박가운데서도, 가혹한 수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무궁화는 지조를 지키며 겨레의 꽃으로 계속 살아남았다.

 무궁화
 무궁화
ⓒ 장선희

관련사진보기


무궁화는 애국가나 교과서에만 나오는 특별한 꽃이 아니다. 식물원이나 자연박물관, 꽃전시장에서 관람을 해야하는 보기드문 꽃도 아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무궁화의 생김새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보고 말만 전해 들어야 하는 꽃도 아니다.

삼천리 강산에 심었던 무궁화가 담벼락마다, 시내마다 무궁화를 보기 힘든 까닭은 벚꽃만큼 화려하지 않아서 일까. 나라사랑하는 마음, 애국심이 부족한 탓은 아닐까 싶다.

벚꽃으로 가득해 봄철이면 벚꽃축제는 즐비하고 무궁화축제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화인만큼 국민들이 무궁화에 대해 관심과 사랑과 애정을 쏟는다면 무궁화축제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나무를 심는 식목일(4월 5일)도 다가오고 있다. 식목일을 계기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우리 사회에서 국민이 하나되는 마음으로 무궁화를 전국적으로 심어 무궁화 동산을 만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궁화#벚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